정부가 2027학년도부터 2031학년도까지 5년간 서울을 제외한 비수도권 32개 의과대학 정원을 총 3342명 늘리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지난 2024년과 같은 대규모 집단행동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10일 제7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의대 증원 규모를 총 3342명으로 결정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 결정에 반발했다. 보정심 회의 도중 기권표를 던지고 퇴장한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정부 발표 이후 강도 높은 비판 메시지를 냈다.
김 회장은 “현재의 교육 환경은 이미 붕괴 직전이며, 정부의 강행 처리는 교육 부실을 자초하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질 낮은 교육 환경에서 배출될 의사들의 자질 논란과 의학교육 붕괴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의대 교수들도 정부 결정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10일 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에게 공개 질의서를 보내며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대했다.
의대교수협은 공개 질의서를 통해 “2027학년도 재학생 수는 더 이상 증원하지 않더라도 보정심이 판단 기준으로 삼은 최대 증원율을 넘어 이미 정상적인 의학교육이 불가능하다”며 “교원, 유급학생 및 건물, 시설 등 제반 교육 여건을 감안하면 정상적인 의학교육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의료계의 반대가 이어지면서 2024년과 같은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의료계 내부에서는 당시와 같은 대규모 투쟁 구도가 형성되기에는 현실적 제약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큰 변수는 지역·필수의료 붕괴가 심화된 상황이라는 점이다. 의료 공백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지역의사제 도입과 연계해 확대되는 의대 정원을 전면적으로 반대하기는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2024학년도 정원(3058명)을 초과하는 증원 인원은 모두 지역의사 전형으로 선발된다. 2030년부터는 공공의대 100명, 지역의대 100명을 별도로 모집한다. 2024년과 같은 일괄적 대규모 증원과는 방식이 다른 만큼, 의료계가 여론의 지지를 확보해 강도 높은 투쟁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 A씨는 “지역·필수의료 붕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이번 증원안에 대해 의료계가 전면 투쟁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며 “자칫 직능 이기주의로 비칠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의정 갈등의 핵심 축이었던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투쟁에 다시 동참하기 어렵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지난해 하반기 복귀 이후 강경 투쟁 기조가 약화된 만큼 추가 동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의료계 관계자 B씨는 “2024년 의정 갈등의 중심에 있었던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겨우 수련과 학업에 복귀한 상태”라며 “이들을 다시 투쟁 전선으로 끌어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11일 오후 4시 주요 임원진과 지역의사회 임원들이 참석하는 거버넌스 회의를 연다. 의협은 이 자리에서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응 방향을 논의한 뒤, 12일 공식 브리핑을 통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