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은 늘었다. 그러나 방문 지역은 여전히 수도권에 머물러 있다. 지방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긴 배차 간격과 복잡한 환승, 분산된 예약·결제 체계가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정부도 개선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17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24년 방한 외래객 방문 지역 비율은 서울이 78.4%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부산(16.2%), 경기(10%), 제주(9.9%), 인천(6.3%), 강원(4.9%)에 이어 나머지 지역 방문 비율은 1% 내외 수준이다. 외래객 방문의 약 80%가 수도권에 집중된 구조다.
앞선 기사 <“전주 가려다 포기했어요”…외국인 관광객 발목 잡은 이동 장벽>에서 확인했듯, 지방 관광 수요 자체가 부족하다기보다 이동 과정에서의 불편이 ‘가고 싶어도 쉽게 갈 수 없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분석이 나온다.
정부 역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방한 외국인의 교통 및 온라인 쇼핑 결제 편의 개선 토론회’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이 겪는 인증·결제 장벽 문제가 공식 의제로 다뤄졌다.
이 자리에서 해외 신용카드로 별도 교통카드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오픈루프(Open-loop)’ 결제 시스템 도입 방안이 제안됐으며, 정부 역시 외국인 결제·교통 편의 개선 필요성에 공감했다. 다만 단말기 교체 비용 등 현실적 제약을 고려해 단계적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6년도 주요 업무계획’을 통해 외래객 방문의 약 80%가 수도권에 집중된 구조를 완화하고, 지역 중심의 ‘방한관광 거점’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여행지 선택부터 방문·이동·숙박·식음·체험까지 전 과정을 연계 지원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입출국 절차 신속화, 외래객 전용 관광패스 개발, 결제 편의 개선도 추진 과제로 포함됐다.
그러나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문제는 여전히 ‘이동 공급’이다. 버스 배차 간격, 막차 시간, 관광지 간 연결 노선 부족 등 물리적 교통망의 한계는 관광패스나 결제 체계 개선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한 시간 넘는 대기와 복잡한 환승 구조가 여행 동선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지역 교통망을 어떻게 재설계할지에 대한 구체적 실행 방안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해외 주요 관광도시는 접근 방식을 달리한다. 영국 런던의 Transport for London은 오이스터 카드와 컨택트리스 결제로 지하철·버스·트램을 하나의 체계로 묶었다. 홍콩은 옥토퍼스 카드 하나로 교통과 소액 결제를 통합했고, 일본은 Suica 등 IC카드를 통해 철도와 버스, 상점 결제를 연계한다. 교통·결제·정보 접근 경로를 일원화해 ‘이동 과정의 마찰’을 최소화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국내 지방 관광지는 교통수단과 예약 플랫폼이 분산돼 있다.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예약은 각각 다른 플랫폼에서 운영되고, 지역 버스 정보는 다시 개별 앱으로 나뉜다. 철도는 비교적 외국어 지원이 원활하지만, 철도망이 닿지 않는 지역에서는 환승과 정보 탐색 부담이 커진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과거에는 안내 체계나 번역 문제가 컸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AI 플랫폼 발달로 정보 접근 불편은 상당 부분 완화됐다”며 “지금 가장 큰 문제는 교통과 결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예약 플랫폼이 각각 다르고, 코버스·버스타고 등으로 나뉘어 있어 외국인이 이해하고 이용하기에 구조가 복잡하다”며 “코레일은 외국어 지원이 비교적 잘 돼 있지만 철도에 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교통·결제·디지털 정보 인프라를 통합적으로 설계하지 않는 한, 지방 체류형 관광 확대는 선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서울 과잉관광을 완화하고 지방 방문을 늘리려면 단순 홍보나 관광패스 도입을 넘어, 이동 자체를 쉽게 만드는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교수는 “교통·결제 플랫폼 통합 문제는 문체부 단독으로 해결하기보다 국토교통부와의 공동 로드맵이 필요하다”며 “서울 과잉관광을 완화하고 지방 체류형 관광을 확대하려면 범부처 차원의 접근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국무총리 주재 국가관광전략회의 등 범정부 협의체에서 교통 인프라와 관광 정책을 함께 다루는 구조가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제언이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여부를 관계 부처 협의체에서 심의 중이다. 협의 결과에 따라 글로벌 지도 서비스의 기능 개선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정부는 “확정된 바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