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노동권 ‘위기’…1931억 체불에 명절 산재 129명 ‘이중고’

광주·전남 노동권 ‘위기’…1931억 체불에 명절 산재 129명 ‘이중고’

3년 새 체불 규모 1.5배 폭증…광주시 광산구 580억 원 ‘최고치’ 기록
최근 5년 명절 산재 129명 달해…쉬지 못하는 이주노동자 ‘안전 사각지대’

기사승인 2026-02-18 22:48:09
AI로 생성한 산재 현장 이미지.
노동자의 생존권이 무너지고 있다. 임금은 밀리고 몸은 상하는 ‘이중고’ 탓이다. 광주시와 전남도 지역 노동 현장에서 임금체불 규모가 3년 만에 1.5배 가까이 폭증하며 가계 경제가 붕괴되는 가운데, 명절 연휴마저 반납한 노동자들이 산업재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지역 노동계에 짙은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 ‘돈 못 받고 몸 다치고’ 위험 수위 넘은 노동계 악재
지역 임금체불 규모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18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지역 임금 체불액은 2023년 1262억 원에서 2024년 1828억 원, 2025년 1931억 원으로 3년 연속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체불 인원은 2만 명 안팎으로 소폭 변동했으나, 남아 있는 체불의 인당 평균 규모는 오히려 더 비대해진 양상이다.

안전망 부실도 심각하다. 최근 5년(2021~2025년)간 설·추석 명절 연휴 기간 광주와 전남 지역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노동자는 총 129명에 달한다. 매년 30여 명이 명절에도 쉬지 못하고 일하다 다치거나 숨진 셈이다. 특히 이주노동자와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들이 산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날카롭게 제기된다.

◆ 광산구·여수산단 등 ‘산업 거점’ 중심으로 체불 집중
지역별로는 산업단지가 밀집한 곳의 피해가 전격적으로 집중됐다. 광주시 광산구의 체불액은 2023년 218억 원에서 2025년 580억 원으로 2.6배 급증하며 광주 5개 자치구 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서구와 북구 역시 고액 체불이 잇따르며 노동계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전남도 상황도 다르지 않다. 여수시의 체불금액은 2023년 56억 원에서 2025년 102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순천시 역시 90억 원을 기록하며 동부권 산업도시를 중심으로 하도급·비정규직 노동자의 체불이 누적되는 모양새다. 서남권인 목포지청 관할 지역 역시 조선·운송업 경기 변동에 따라 266억 원의 체불액을 기록하며 불안정한 기류가 감지된다.

◆ “명절 반납하고 일터로”…이주노동자 안전 ‘비상’
명절 연휴 산재는 인력난과 비용 절감을 위해 가동을 멈추지 않는 현장에서 전격적으로 발생했다. 고국을 찾지 못한 이주노동자들이 가족과의 시간 대신 작업장을 지키다 화를 입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분석이다. 연휴 특성상 안전 관리 감독이 느슨해지는 틈을 타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구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명절 연휴 운영 사업장을 중심으로 안전 관리 실태를 면밀히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임금체불은 근로자의 생계와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다”며 “고액·집단 체불 우려 사업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상습 사업주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겠다”고 천명했다.

주목할 점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경기 부진을 넘어 지역 산업 생태계의 ‘구조적 붕괴’ 신호탄으로 읽힌다는 대목이다. 지역 노동계 관계자는 “산업단지 중심의 고액 체불 급증은 하도급 구조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결과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명절 산재 역시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 보건 체계가 사실상 마비된 상태임을 시사한다”며 “지방자치단체와 노동 당국의 실효성 있는 현장 지도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김영환 기자
honam0709@kukinews.com
김영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