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다주택자의 대출 만기 연장 관행에 대한 점검에 착수했다. 금융권의 관행적 대출 만기 연장을 대통령이 ‘금융혜택’으로 지적한 데 따른 조치다. 특히 임대소득 대비 이자상환비율(RTI)을 만기 연장 재심사 과정에서 엄격히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19일 전 금융권 기업여신 담당 임원을 소집해 금융권 2차 점검회의를 열고 임대사업자 대출의 상환 방식과 만기 연장 절차를 점검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대책을 발표하지는 않는다”며 “각 금융회사별 사업자대출 운용 현황과 규모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설 연휴 직전인 지난 13일 신진창 사무처장 주재로 전 금융권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조속한 시일 내 합동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뒤 재차 회의를 연 것이다.
이번 점검은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X(옛 트위터)에 “양도세까지 깎아주며 수년간 기회를 줬는데도 다주택을 해소하지 않고 버틴 다주택자들에게 대출 만기가 됐는데도 연장 혜택을 주는 것이 공정하냐”고 공개 지적한 데 따른 조치다.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우선 규제 대상으로 ‘임대사업자 대출’을 들여다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개인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은 통상 만기가 30~40년으로 연장 개념이 사실상 무의미한 반면, 임대사업자 대출은 최초 3~5년 만기 설정 후 1년 단위로 연장하는 구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그간 임대사업자 대출의 만기 연장이 비교적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최초 대출 실행 시에는 담보가치·임대소득 등과 함께 RTI(이자상환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지만, 만기 연장 시에는 RTI 요건을 다소 형식적으로 점검한 채 연장이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만기 연장 심사 시에도 RTI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는 안이 거론되고 있다.
RTI는 부동산 임대사업자가 임대수익으로 이자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현재 규제지역은 RTI 1.5배, 비규제지역은 1.25배를 넘는 경우에만 신규 대출이 가능하다. 규제지역 주택 임대사업자가 연간 이자비용이 1000만원이라면, 임대소득은 적어도 연 1500만원은 돼야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만기 연장 때마다 들여다볼 경우 일부 차주의 연장이 제한될 수 있다.
다만 정책 실효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임대사업자 대출 총액은 201조8447억원이다. 이 가운데 상가·오피스 등 상업용을 제외한 주거용 대출 잔액은 16조7838억원에 불과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임대사업자 대출 중 주거용 대출 규모가 크지 않아 RTI 심사를 강화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주택자의 대출 연장을 제한해 매물을 유도하겠다는 정책 의도가 실제 시장에서 구현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임대사업자 대출 규제는 아파트 다주택자를 겨냥한 취지로 보이지만, 의도와 달리 다가구·다세대 등 비아파트 주택이 직격탄을 맞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물량 상당수는 빌라·다가구·연립 등 월세 중심의 수익형 부동산으로, 임대사업자 대출 규제가 임대료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