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을 선포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계엄 선포 443일 만이다. 재판부는 국회 봉쇄 등 일련의 조치가 국회의 기능을 상당 기간 마비시키려는 목적에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尹 1심 무기징역, 법원 “국헌문란 폭동 인정”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선고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통령도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전제한 뒤 “헌법기관의 권능 행사를 사실상 상당 기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국헌문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이 판단한 핵심은 결론적으로 군을 국회에 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폭동을 “최광의의 폭행·협박”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국회 봉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점거 시도 등을 종합해 “그 자체로 폭동 행위에 해당하며, 국회와 선관위가 위치한 서울·수도권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군이 헬기로 이동하거나 담을 넘어 국회에 진입한 행위도 폭동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봤다.
윤 전 대통령이 주장해 온 ‘경고성·호소형 계엄’이라는 취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은 군 철수 시점을 정하지 않았다”며 “군 철수와 국회 활동 재개 여부가 대통령의 판단에 달려 있었던 점에 비춰 국회 기능 마비 상태가 상당 기간 예정돼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인 14명에 대한 체포·구금 시도 의혹과 선관위에 대한 군·경 투입 역시 윤 전 대통령의 승인 아래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계엄 선포가 고도의 통치행위로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비상계엄 선포로도 할 수 없는 권한 행사, 즉 헌법기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비록 헌법이 정한 권한 행사라 하더라도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야당 견제라는 동기를 내세운 주장에 대해서도 “동기·명분과 목적을 혼동하는 주장”이라며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 없다”고 비유했다.
다만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고 보기는 어렵고, 실탄 사용 등 직접적 물리력 행사 사례가 거의 확인되지 않은 점, 범행 이전 범죄 전력이 없고 장기간 공직에 봉직한 점, 65세로 비교적 고령인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
김용현 징역 30년·노상원 징역 18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죄가 인정돼 징역 30년이 선고됐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게는 각각 징역 18년,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이날 재판부는 김 전 장관에 대해 “이 사건 비상계엄을 주도적으로 준비했고 군의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 ‘꽃’, 더불어민주당 당사 출동 등을 사전에 계획했으며, 독단적으로 부정선거 수사를 진행하려는 별도의 계획을 마련하기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의 비이성적 결심을 옆에서 조장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일일이 개별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폭동도 있던 것으로 보이는 사정이 있다”면서도 “대법원 판례는 개별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내란죄로서의 책임은 모두 부담한다”고 밝혔다. 다만 대부분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고 범죄 전력이 없는 점, 장기간 공무원으로 봉직해 왔으며 현재 65세에 비교적 고령인 점 등을 양형 요소로 언급했다.
김 전 장관의 최측근인 노 전 사령관은 징역 18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 후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한다는 명목으로 불법 조직인 ‘제2수사단’ 설치를 추진하고, 선거관리위원회 점거 및 직원 체포 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김용현과 함께 부정선거 수사 등에 관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기도 했고, 민간인임에도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정보사 인원 등 다수의 사람을 끌어들여 피해를 입혔다”며 ”전반적인 비상계엄 관련 내용을 의논한 것으로 보여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현재 별개의 재판이 진행 중인데 병합돼 판단받았을 경우에 형평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군의 투입 등 관련된 폭동 행위 자체에는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계엄 당일 경찰력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한 혐의를 받는 조 전 청장에게는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경찰의 총책임자임에도 포고령을 면밀히 검토하긴커녕 이를 근거로 국회 출입을 차단했고, 민간인을 보호했다는 사정을 발견하기가 어렵다”며 “오히려 경찰이 군의 국회 출입을 도우도록 했다. 선관위에 경력을 투입하는 데 관여하기까지 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계엄 선포 당일에서야 군의 국회 투입 등 사실을 알게 된 사정이 있고, 국회 출입 통제 시간이 비교적 짧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인 사항을 일일이 지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랜 기간 동안 경찰 공무원으로 봉직해 왔고,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으며 혈액암을 앓는 등 건강이 상당히 좋지 못하다”는 점을 양형 사유로 들었다.
국회 통제 및 체포조 지원 관련 혐의를 받는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징역 10년, 목현태 전 서울청 국회경비대장은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김용군 전 제3야전군사령부 헌병 대장과 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정해진 결론을 위한 요식행위”라며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최소한의 말조차 꺼낼 수 없는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사법부가 윤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절차상의 위법은 물론이고 실체상의 판단에서도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며 “기울어진 저울이고, 일관성 없는 기준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역사의 법정에서 언젠가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결코 왜곡과 거짓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내란 특검팀은 선고 결과에 대해 의미있는 판결이라면서도 형량 산정과 사실 관계에 관해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우성 특검보는 선고 후 취재진과 만나 “재판부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의미 있는 판결이었지만 사실 인정과 양형 부분에 상당한 아쉬움이 있다”며 항소를 시사했다.
한편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내란 혐의로 법정에 선 세 번째 전직 대통령이 됐다. 앞서 12·12 군사반란과 5·18 내란 혐의로 기소된 전 전 대통령은 1996년 8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같은 사건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노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2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두 사람은 2심에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으로 감형됐고,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