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형 금리 하락에 대출을 앞둔 차주들의 금리 유불리 판단이 어려워지는 모습이다. 통상 금리 상승기에는 고정금리가 유리하지만, 최근 고정형 금리가 변동형보다 높게 형성되면서다.
2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연 2.77%로 지난해 12월(2.89%)보다 0.12%포인트(p) 낮아졌다. 지난해 9월부터 넉 달 연속 상승하다 5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잔액 기준 코픽스는 2.84%에서 2.85%로 0.01%p 높아졌다.
코픽스는 농협, 신한, 우리, SC제일, 하나, 기업, KB국민, 한국씨티 등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주요 수신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된다. 은행이 예·적금 금리를 인상하거나 이전보다 높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하면 코픽스가 올라간다. 반대로 코픽스가 떨어지면 그만큼 은행이 적은 이자를 주고 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신잔액 기준 코픽스도 2.47%에서 2.48%로 0.01%p 올랐다. 신잔액 코픽스에는 기타 예수금과 차입금, 결제성 자금 등의 금리가 포함된다. 잔액 기준 코픽스와 신 잔액 기준 코픽스는 시장 금리 변동이 서서히 반영되지만,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상대적으로 시장금리 변동이 신속하게 반영된다.
실제 주요 은행들은 코픽스 하락 폭만큼 주담대 변동금리를 낮추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날부터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를 기존 연 4.22∼5.62%에서 4.10∼5.50%로 0.12%포인트(p) 낮춘다. 우리은행 주담대 신규 취급액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6개월)도 4.41∼5.61%에서 4.29~5.49%로 하락한다. 금융권은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 금리가 연 2.8~2.9% 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예금 금리 하락이 코픽스 약세를 이끌었다고 보고 있다.
은행 신규취급액 기준 변동형 금리가 내려가면서 변동·고정금리 역전 현상이 지속될지 주목된다. 통상 금리 상승기에는 금리 변동을 방어할 수 있는 고정금리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최근엔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가 더 낮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대출 차주들이 당장 이자 부담이 적은 변동형을 선택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 13일 기준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3.83~5.73%다. 같은 기간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연 4.36~6.44%)는 이보다 하단과 상단이 각각 0.53%p, 0.71%p 높다. 이는 고정금리 상품의 금리 구간이 변동금리 상품보다 낮았던 지난해와는 다른 흐름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예금은행 주담대 금리는 고정형 4.26%, 변동형 4.34%였고, 6월(3.92%·3.99%)과 12월(4.22%·4.32%)에도 줄곧 고정형이 변동형보다 낮았다.
지표금리인 금융채가 크게 오른 영향이다. 특히 고정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5년물은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채5년물(AAA) 금리는 지난 2월까지만 해도 3.497%였으나, 지난 13일 기준 3.687%로 상승했다. 연초 들어 5.34%가 뛴 것이다.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장기물이 먼저 튀어 오르고, 이 비용이 고정형 주담대 금리에 선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반면 같은 기간 변동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6개월물은 2.797%에서 2.817%로 0.72%가 오르는 데 그쳤다.
관건은 향후 기준금리 경로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다소 약해졌지만, 현 수준에서 동결 기조가 이어질지, 인상으로 방향을 틀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미국에서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 전 이사의 통화정책 기조 역시 한국은행의 선택 폭에 영향을 줄 변수로 꼽힌다. 그동안 환율과 집값 부담으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제한됐던 만큼,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국내 통화정책의 운신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도 변수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가계부채 대책을 통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을 지난해(1.8%)보다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가계대출 핵심 항목인 주담대에 한해 별도 목표치를 부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기존 월별·분기별 한도 관리에 이어 규제 강도가 세지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코픽스 하락을 일시적인 변동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연말·연초 상여금 등이 한꺼번에 들어오면서 예금 금리가 조정된 영향이 크다”며 “코픽스가 한 달 하락했다고 해서 대출 문턱이 크게 낮아지거나 체감 이자 부담이 눈에 띄게 줄어들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를 강하게 주문한 상황에서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대출 금리를 낮추기는 쉽지 않다”면서 “차주들은 현재의 금리 수준만 보지 말고, 향후 2~3년 내 대환 계획이나 중도상환수수료, 자신의 소득·상환 여력까지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