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영 IBK기업은행장이 취임과 동시에 대규모 정책금융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300조원 규모의 ‘IBK형 생산적 금융 프로젝트’를 통해 산업 체질 개선을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건전성 관리와 내부통제 강화라는 과제를 병행해야 하는 만큼 정책성과 안정성 사이의 균형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거대 조직의 수장으로서 내부통제, 조직 안정까지 그의 과제로 놓여 있다.
장 행장은 20일 서울 중구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취임식을 가지고 제28대 기업은행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그는 이날 취임 일성으로 “저성장과 산업 대전환의 복합 위기 속에서 중소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IBK가 단순한 자금 공급자를 넘어 산업 체질 개선을 선도하는 금융 파트너로 도약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 행장은 기업은행을 중심으로 약 35년간 IBK에서 근무한 내부 출신 행장이다. 1989년 기업은행에 입행해, 기업은행에서 리스크관리그룹장(부행장), 강북지역본부장, IBK경제연구소장, 자금운용부장 등을 거쳤으며 2024년부터 IBK자산운용 대표를 역임했다. 금융위는 그를 “전문성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지원을 강화하고 첨단전략산업 분야 벤처기업 투·융자 등 미래성장동력을 확충해 생산적 금융 대전환을 이끌 적임자”고 평가했다.
기업은행 수장으로 올라선 그의 최우선 과제는 이재명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생산적 금융이 꼽힌다. 기업은행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2030년까지 5년간 300조원 이상을 생산적 금융에 투입하겠다는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 공급 강화에 250조원을 배정하고, 첨단전략산업 벤처기업과 관련 인프라 투자·융자에 20조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자회사와의 시너지를 통해 취약계층 금융 공급에 37조80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단순한 자금 집행을 넘어 산업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는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장 행장 앞에 놓여 있다.
다만 기업과 산업에 대한 막대한 자금 공급은 곧 건전성 관리 부담으로 이어진다. 기업은행 총대출의 83%가 기업대출인 구조에서 지원 자금의 부실화는 은행의 건전성 부담으로 돌아온다. 지난해 4분기 기업대출 연체율은 0.91%로 전 분기보다 낮아졌지만, 4대 시중은행 평균(0.45%)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속도전이 부실 확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선별 지원과 사후 관리 체계를 촘촘히 구축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내부통제 강화 역시 장 행장의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3월 기업은행 전·현직 임직원이 연루된 88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적발했다. 퇴직 직원이 현직 직원인 배우자 및 입행 동기와 공모해 7년간 총 51건(785억원)의 부당대출을 받았다. 또 지점 팀장이 퇴직 직원의 요청에 따라 자금 용도 및 대출 증빙 확인 없이 2차례에 걸쳐 70억원의 대출을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대규모 정책금융이 집행되는 상황에서 통제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장의 신뢰는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
디지털 전환 역시 중장기 과제로 꼽힌다. 기업금융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접목한 심사·리스크 관리 체계를 고도화하고, 디지털자산 환경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지만, 기술 투자와 리스크 관리 사이의 균형도 고민해야 한다. 정책금융기관이라는 정체성과 기술 기반 은행으로의 진화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노사 관계 관리도 경영 안정의 변수다. 총액인건비제에 따른 미지급 수당 문제는 일단 합의로 봉합됐지만, 보상 규모와 재원 조달 방식은 금융위원회 협의와 예산 심의를 거쳐야 한다. 내부 결속이 흔들릴 경우 대규모 정책 프로젝트의 추진력 역시 약화될 수 있다.
장 행장은 기업은행의 축적된 전문성을 살려 산적한 과제를 풀어나갈 방침이다. 그는 “지난 65년간 중소기업과 함께하며 축적된 IBK의 기업금융 DNA는 누구도 승리할 수 없는 독보적인 자산”이라며 “우리의 숙련된 안목으로 AI, 반도체, 자율 등 미래 신산업 분야를 발굴하고 첨단 혁신산업 등 미래 먹거리 산업에 자금을 집중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