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정치권은 구호가 난무하고 어수선하지만 정녕 전북특별자치도는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것 없이 허송세월만 보내고 있는 느낌이다. 광역자치단체 행정통합 정책에서의 소외, 용인 반도체 이전 논란, 기업의 지방투자 배제 등 전북의 상황은 밝지 않다.
정부가 ‘5극 3특’을 국가균형발전의 핵심 틀로 제시하면서 충남·대전, 광주·전남, 경북·대구 등 이른바 ‘행정통합 특별법’은 정치권의 집중 지원을 받으며 속도를 내고 있고, 실제 정책 집행과 특혜도 초광역 통합이 이뤄진 5극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행정통합을 명목으로 서울특별시장에 준하는 행정·재정·자주권 부여, 중앙권한 이양과 우대 조치, 국가 재정지원 근거가 특별법에 담겼다. 특별자치도 특례 조항보다 더 강력한 권한이다.
특히 광주·전남이 추진 중인 ‘전남광주특별시 설치 특별법’안엔 문체부와 농식품부, 농협중앙회 본부 이전을 명시하는 특례 조항이 담겼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책을 직접 만드는 중앙부처를 통합특별시로 끌어와 ‘남부권 수도’와 ‘농생명 수도’ 위상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남광주특별시의 요구는 전북자치도의 구상과 상충되는 것으로 발등의 불이 됐다. 지역 정치권은 농식품부 이전 시도를 “지역 자산 탈취”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지만 호락호락한 문제는 아니다. 이원택 의원은 “정치생명을 걸고 막겠다”고 밝혔고, 정헌율 익산시장도 “통합 명분으로 농협중앙회와 농식품부를 동시에 노리는 것은 균형발전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전북특별자치도의 핵심 제도 기반인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및 글로벌생명경제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전북특별법)’ 2차 개정안이 국회에서 장기간 계류되며 처리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전북특별법 2차 개정안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됐으나 실제 심의와 의결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전북자치도가 국민연금공단을 중심으로 한 자산운용 금융생태계 조성을 전략으로 정부에 ‘제3 금융중심지’ 지정을 공식 요청했지만 아직 반응이 미지근하다. 이재명 대통령 지역공약에도 ‘전북 금융특화도시 조성’과 ‘제3 금융중심지 지정’이 반영되었지만 2019년과 2021년 두 차례나 금융위원회가 전주에 인프라가 부족하고 특화 모델이 불명확하다고 거부한 바 있다. 또 부산지역 출신 정치인들의 방해 행위도 집요하다.
무엇보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이재명 정부와 국내 주요 기업들이 지방주도 성장이라는 국정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 투자를 확대한다고 밝혔지만 전북에 투자하겠다고 하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삼성과 현대, LG, GS, 포스코 등 주요 10대 그룹들이 올해부터 2030년까지 5년 동안 약 270조원 규모의 지방투자를 계획하고 있고 10대 그룹 외에도 30조원의 지방투자가 더해져 총 투자액은 30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한경협은 충청권과 호남권, 영남권 등으로 나뉘어 투자 계획을 밝혔는데, 호남권 투자계획에는 전북과 새만금은 단 한 기업의 투자도 없이 전남에만 집중돼 충격을 주고 있다.
또 이재명 대통령이 올 신년사를 통해 에너지가 풍부한 남부권에 반도체와 재생에너지 집적단지, 인공지능 실증단지 건설에 집중투자 하겠다고 밝힌 ‘남부 반도체 벨트’ 구상에도 전북은 소외되고 있다. 반도체 남부벨트는 광주-부산-구미로 이어지고 반도체 실증 테스트 베드 등을 지원한다.
지방선거가 실시되는 올해, 정부는 지방 발전을 위한 계획을 쏟아내고 있지만 전북자치도의 모습을 찾기가 어렵다. ‘전북 패싱’이 재연되는 모양새다. 지역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들이 각성하고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북자치도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청년 유출과 인구감소, 산업·소비 침체 등으로 지역 소멸이 가속할 것은 뻔한 이치다. 지역 현안에 지역 정치권이 똘똘 뭉쳐 대응하고 전북 성장 발전을 위한 인식의 대전환과 정치권의 결단과 통합이 시급하다.
청와대는 오는 27일 전북자치도에서 이 대통령과의 타운홀 미팅이 있다고 밝혔다. 정권 출범 10개월여 만이고, 전국 10번째다. 도민들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지지를 몰아 준 만큼 이른 시기에 대통령이 방문해 전북의 소리를 듣길 바랐지만 기대와는 달리 지리한 시간 뒤에 성사됐다. 일부에서 대통령이 제법 알찬 ‘선물주머니’를 풀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강조한 ‘3중 소외’에서 벗어날 단초가 되는 소식이 있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