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32년까지 유럽에서 특허가 만료되는 바이오의약품이 100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약 79%는 아직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가 개발되지 않았다. 유럽 시장에서만 약 207조원에 달하는 잠재적 기회 손실로 평가되는 만큼, 대규모 ‘특허 절벽’ 대응이 한국 바이오산업의 향후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23일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KOBIA) ‘바이오시밀러의 지속가능성-유럽 시장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32년까지 바이오의약품 약 100개가 유럽에서 시장독점권(LoE)을 잃는다. 이 가운데 79%는 현재 개발 중인 바이오시밀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시밀러는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유사하게 만든 복제약이다. 생체 유래 물질을 이용해 유전자 재조합이나 세포 배양 기술을 통해 만든다.
특허가 끝나는 바이오의약품 가운데 실제 유럽 시장에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될 예정인 경우는 10%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11%는 유럽 출시 계획이 있는지조차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공백으로 인해 유럽 시장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회 손실액은 약 1430억달러(한화 약 20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독점권 상실을 앞둔 바이오의약품 전체 매출의 55%에 달하는 수치다.
더 나아가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선두주자 산도즈는 앞으로 6000억달러(약 870조원)가 넘는 규모의 의약품이 독점권을 상실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중 바이오시밀러가 대체할 수 있는 기회 가치는 3220억달러(약 467조원)로 추산했다. 또 향후 7년 내 독점권 상실에 직면할 바이오의약품 중 50개 이상은 높은 임상 개발 비용으로 인해 기업들의 바이오시밀러 계획이 없어 치료제 공백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비용 낮추는데…까다로운 개발·규제 발목
바이오시밀러 공백에 대한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바이오시밀러 공백은 곧 환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받을 기회를 잃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미국 AAM(Association for Accessible Medicines)에 따르면 바이오시밀러 사용으로 지난 2023년 한 해에만 124억달러(약 18조원)의 의약품 비용 절감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2015년 첫 바이오시밀러 출시 이후 지난 10년 동안의 의약품 비용 절감 효과는 360억달러(약 52조원)에 달한다.
바이오시밀러 공백은 매출 규모가 낮거나 희귀질환 치료 영역이면 더 심각하다. 안과 치료제가 대표적으로 바이오시밀러 개발이 더딘 것으로 조사됐다. 류마티스내과, 소화기내과, 신경과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많은 영역에서도 바이오시밀러 활용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단기간에 바이오시밀러를 처방하는 종양학 분야의 활용도는 높았다.
까다로운 바이오시밀러 개발 공정과 규제는 특허 절벽을 앞당기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화학합성 의약품의 복제약인 제네릭에 비해 효능이 오리지널 약과 완전히 동일하기 어렵기 때문에 개발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바이오시밀러 평균 개발 기간은 5년에서 10년에 이른다.
업계는 바이오의약품 특허가 만료돼 복제약을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려도 바이오시밀러를 만들고 시장에 내놓기까지 절차가 복잡하며, 출시 후에도 기대만큼의 수익을 거두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7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유럽 바이오시밀러 시장 정책 제안을 담은 ‘유럽의 바이오시밀러 공백 해결(Solving the Biosimilar Void in Europe)’ 백서를 통해 “바이오시밀러는 단순히 비용 절감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라며 “환자 중심의 정책 접근을 통해 바이오시밀러의 지속가능한 개발과 공급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건기술평가(HTA) 및 입찰 구조 개선, 바이오시밀러 처방 유인책 제시 등을 개선방안으로 제시했다.
셀트리온·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시밀러 개발 속도
긍정적인 부분은 국내 기업들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적극적인 편이라는 점이다. 실제 지난 2024년 EMA 허가 권고 받은 28개 바이오시밀러 중 한국 기업 제품이 12개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임상 노하우와 대규모 자본력을 바탕으로 고부가 가치 파이프라인을 개발할 수 있는 국내 대표 기업으로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꼽힌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미국, 유럽 등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특허 만료를 앞둔 블록버스터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7종도 추가 개발하고 있다. 전 세계 40개국 이상에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출시된 상태로, 오는 2030년까지 바이오시밀러 제품과 파이프라인을 20종으로 확대해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 중인 바이오시밀러는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사노피의 아토피성피부염·천식 치료제 ‘듀피젠트’(두필루맙) △존슨앤드존슨(J&J)의 판상형 건선 치료제 ‘트렘피아’(구셀쿠맙) △일라이 릴리의 항염증제 ‘탈츠’(이젝키주맙) △다이이찌산쿄·아스트라제네카의 ADC(항체약물접합체) 치료제 ‘엔허투’(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 △다케다의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 ‘엔티비오’(베돌리주맙) △로슈의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오크레부스’(오크렐리주맙) 등이다.
셀트리온은 차세대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11개인 바이오시밀러 제품 포트폴리오는 오는 2038년까지 총 41개까지 확대하고, 다양한 분야의 질환을 추가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공략 가능한 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4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안과, 피부과 질환 치료제 등 신규 치료 영역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선점할 필요가 있으며, 제형 차별화와 글로벌 규제 간소화를 활용한 개발 효율성도 높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KOBIA는 “국내 특허 만료 예정인 바이오의약품과 글로벌 파이프라인을 계속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개발 공백이 예상되는 영역에 대해 산·학·연·정 협력으로 선제 대응 체계를 구축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