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1600억원 상당의 돈을 지급하라는 국제투자분쟁(ISDS)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무부는 “엘리엇을 상대로 한 ISDS 사건 중재판정 영국 법원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23일 밝혔다. 엘리엇 사건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했는데도 주요 주주였던 정부 기관인 국민연금공단의 찬성으로 삼성물산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이다. 엘리엇은 당시 삼성물산의 주주였다.
앞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지난 2023년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약 1556억원(약 1억782만 달러)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이에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규정을 근거로 “PCA가 관할권이 없는 사건을 판정했다”며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취소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2024년 8월 정부가 근거로 든 한미 FTA 조항에 대해 영국 중재법상 재판권이 있다고 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며 소송을 각하했다. 반면 2심인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해 7월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사건을 다시 1심 법원인 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사건을 돌려받은 고등법원은 PCA 중재판정에 취소 사유가 있는지를 따져본 뒤, 이날 정부의 주장을 인용해 중재판정을 일부 취소했다. 구체적으로는 △국민연금공단이 정부와 별개의 법인격을 보유한 점 △공적연금기금의 운용이 치안·국방 등 국가의 핵심 기능에 해당하지 않는 점 △국민연금공단의 일상적 의사결정이 정부에 완전히 종속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춰 국민연금공단이 국가기관임을 전제로 한 기존 중재판정 부분을 취소했다.
다만 법원은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합병 관련 국민연금공단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한 행위는 FTA 중 소정의 ‘관련성 있는 조치’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로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 중재판정은 유지될 수 없게 됐다. 사건은 중재 절차로 다시 환송됐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관련 브리핑에서 “정부는 원 중재 절차의 서면·구술 공방 때부터 국민연금공단이 국제법상 국가기관이 아니라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개진했고 결국 받아들여졌다”며 “향후 환송 중재 절차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한편 한국의 ISDS 대응 체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법률 제정도 추진해 국민과 국익을 철저히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