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비대위 설치 요구에 의료계 긴장 고조…의정 갈등 재점화 가능성

의협 비대위 설치 요구에 의료계 긴장 고조…의정 갈등 재점화 가능성

의협 오는 28일 임시총회
비대위 설치안 통과 여부는 미지수

기사승인 2026-02-25 06:00:06
지난 1월 31일 서울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열린 전국의사대표자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의대증원 중단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제공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 이후 의료계에서 강경 투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 의대 증원 후속 대책을 둘러싸고 강경파와 온건파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여부가 향후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 운영위원회는 지난 23일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에 따른 현안을 타개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에 임시대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대의원회는 이를 받아들여 오는 28일 오후 4시 30분 임시총회를 열기로 했다. 이번 총회의 주요 안건은 △의대 증원 관련 현안 보고 및 향후 대책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여부가 될 예정이다.

의협 운영위원회가 임시총회에 비대위 설치 안건을 발의한 배경에는 김택우 회장의 현안 대응에 대한 반발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결정을 막지 못했고 발표 이후에도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평가가 의료계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점이 비대위 추진 배경으로 지목된다.

앞서 김택우 회장은 지난 20일 대회원 서신을 통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를 막지 못한 점을 사과했다. 아울러 후속 대책으로 정부에 상설 의정협의체 구성을 요구하고 의학교육 정상화, 의학교육협의체 운영, 필수의료 보상 강화, 형사면책 조항 입법 등을 꾸준히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회장이 제시한 후속 대책을 두고 의료계 내부에서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김택우 회장의 사과가 검증 가능한 근거 제시 없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안을 수용하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이 지난 1월 말 전국의사대표자회의에서 회원 뜻에 맞지 않을 경우 투쟁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던 점을 거론하며, 사과로 상황을 마무리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 의견도 나온다.

의협의 한 대의원은 임시대의원총회 참석을 독려하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며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결과임에도 김택우 회장은 안이한 대처로 일관하다가 이런 참담한 결과를 초래하고도 어떤 책임도 지지 않은 채 구차한 변명으로 일관하며 후배들과 회원들에게 더욱 절망감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회장 불신임을 통해 엄중한 책임을 묻고 현 위기 상황 타개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통해 대외적으로 의료계의 결단을 보여주고 회원들과 후배들 앞에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위한 임시총회 발의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처럼 비대위 설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임시총회에서 관련 안건이 통과될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시총회 준비 기간이 짧고 의료계 내부에서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반발 강도가 2024년과 달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이번 임시총회는 급하게 열린다는 특징이 있어 의사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일부 대의원들이 집행부를 비판하고 있지만 전체 대의원의 여론은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비둘기파와 매파가 섞인 상황에서 대의원들이 비대위 설치안을 통해 집행부 대응을 평가할 것으로 본다”며 “비대위 설치 여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만약 의협이 비대위 체제에 돌입하더라도 지난 2024년 의정 갈등 시기처럼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함께 투쟁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약 2년간의 투쟁 이후 현장으로 복귀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거리로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협이 비대위 체제에 들어가더라도 전공의협의회와 의대생 단체들의 의견을 별도로 확인해야 향후 상황을 전망할 수 있다”며 “이들을 만나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듣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com
이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