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취급 인가’ 못 받는 기업 동원 담당자들…임무수행 ‘난항’ [비상대비 매너리즘②]

‘비밀취급 인가’ 못 받는 기업 동원 담당자들…임무수행 ‘난항’ [비상대비 매너리즘②]

비상계획관협 “기업 비상대비업무 담당자 30%는 비밀취급 인가 미취득”
“일부 업체 을지연습 메시지 미전파…전시 법령안 미하달로 임무 수행 제한”
“정부 차원 비밀취급 특례업체 지정·비밀취급 인가 의무화해야”

기사승인 2026-02-25 17:01:54 업데이트 2026-02-26 09:03:30
정부가 본격적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나서는 가운데, 자주국방을 위한 전시동원태세 준비가 미흡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민·관·군이 총동원되는 현대전 양상에서 전시동원을 위한 ‘비상대비업무’의 준비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현장 비상대비업무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국가동원령 선포시 인력 부족, 제도 뒷받침·적극성 미흡 등을 이유로 실제 전쟁 시 기업과 정부의 연계 가능성에 의문이 생기는 등 전시대비 계획이 관성적으로 운영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현장에서 요구하는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들어본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1. 전시 동원에 참여하는 중점관리대상업체 A사는 비밀취급 인가가 이뤄진 ‘특례업체’로 지정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시 업무를 담당하는 비상대비업무 담당자는 비밀취급 인가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충무실시계획을 평문으로 작성하는 등 보안상 취약점이 발생하고 있으며, 충무계획과의 연계성을 검증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2. 중점관리대상업체 B사 비상대비업무 담당자 C씨 역시 비밀취급 인가를 받지 못해 을지연습 기간 정부와 연계된 상황 메시지 훈련에 제한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자체 메시지를 작성해 훈련을 시행하고 있으며, 전시에는 암호 모듈을 사용하는 ‘보안팩스’가 없어 상황 전파 수단이 부재한 실정이다.

기업에서 전시 동원 업무를 책임지는 비상대비업무 담당자(비상계획관)들이 비밀취급 인가를 받지 못해 전국 단위 정부 주관 비상대비훈련에 연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물적 자원을 관리하는 각 정부 부처(자원관리주관기관)가 비밀취급 인가를 허가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자체 훈련을 시행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시에 동원되는 중점관리대상업체는 전년(7374곳) 대비 436곳 줄어든 6938곳이다. 이 가운데 비상계획관을 임명한 업체는 지난달 1일 기준 478곳이다. 방산품·공산품 등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 99명, 화물·건설업체를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90명, 보건복지부 48명, 금융위원회 43명 등이다.

행안부에 따르면 비상계획관이 임명된 전시 동원 업체(중점관리대상업체)는 자원관리주관기관과 함께 을지연습에 참여한다. ‘비상대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연 1회 비상 상황 전파·조치 등 국가 비상대비태세를 확립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일부 업체는 비밀취급 특례업체로 지정되지 않았거나 담당자가 비밀취급 인가를 받지 못해 정부와 전시 동원 훈련을 연계하지 못한다는 현장의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훈련에 필요한 상당수 업체가 ‘보안팩스’를 보유하지 못해 을지연습 시나리오를 전달받지 못하고, 전시 임무 수행은 물론 평시 연습 중 실시간 상황 공유도 제한된다는 주장이다.

대한민국비상계획관협회 관계자는 “비상계획관 가운데 약 30%는 일부 비밀취급 인가를 받지 못해 전시 법령안이 하달되지 않는 등 임무 수행 여건이 제한되고 있다”며 “이렇다 보니 을지연습 기간 일부 업체는 상황 메시지를 하달받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 대부분은 유선전화, 휴대전화, 일반 팩스를 통해 자체 메시지를 생산해 훈련하기 때문에 정부와 훈련 연계가 되지 않는다”며 “이 경우 업체 대표가 전시 업무와 관련해 질문할 때도 적절히 대응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시 동원 계획인 충무계획의 실제 이행 가능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전시 법령안을 열람해야 실효성 있는 충무집행·시행계획을 작성할 수 있지만, 자원관리주관기관이 업체 담당자들에게 이를 제공하지 않아 이행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협회 관계자는 “비상대비업무 담당자는 행안부에서 선발하지만 민간인 신분이기 때문에 공적 업무를 수행하려면 비밀취급 인가를 받아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비밀취급 특례업체 지정과 비밀취급 인가 허가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보안팩스를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정부와 업체 간 상황 공유를 위한 ‘차세대 비상대비정보화시스템’(NEPIS)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향후 보안 문제 등에 대해 자원관리주관기관 및 보안 관련 기관 등과 발전적 방향으로 지속 협의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김건주 기자, 유병민 기자
gun@kukinews.com
김건주 기자
유병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