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주가조작과 회계부정 등 자본시장 범죄를 겨냥해 내부고발자 신고 포상금을 ‘상한 없는 성과연동형’으로 손질한다. 기존의 불공정거래 30억원·회계부정 10억원 등 포상금 상한을 없애고, 적발·환수된 부당이득과 과징금의 최대 30%까지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전면 개편하는 방안이다.
금융위원회는 25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외부감사법 시행령, 불공정거래·회계부정 포상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오는 26일부터 4월7일까지 입법예고 및 규정변경 예고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와 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이르면 2분기 중 시행될 전망이다.
현재는 불공정거래 신고 포상금 상한이 30억원, 회계부정 신고 포상금 상한이 10억원으로 묶여 있어 수천억원대 주가조작·회계부정을 적발해도 내부제보 보상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금융위는 자본시장법·외감법 시행령상 포상금 상한 규정을 폐지해, 조직화·지능화된 불공정거래와 회계부정에 대해 ‘위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신고 보상도 비례해 커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예컨대 1000억원 규모 주가조작(불공정거래) 사건을 적발하는 데 내부고발자의 기여도가 100%라고 가정할 경우, 과징금이 완납됐다는 전제 아래 부당이득의 30%인 300억원까지 포상금 지급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금융위는 이번 개편으로 회계부정·불공정거래 포상금 규모가 실제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류성재 금융위 자본시장국 회계제도과 팀장은 “회계부정건의 경우 최근 2년간 20건 정도 있었다”면서 “제도 개선을 통해 과징금의 30%를 적용하면 포상금이 이전보다 3~4배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불공정거래 포상금 지급 사례는 현재까지 1건뿐이라 제도 개선 이후 증가 폭을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덧붙였다.
포상금 산정 방식도 대폭 단순화한다. 지금은 자산총액, 일평균 거래대금, 위반행위 수, 조치 수준 등 복잡한 점수 체계를 통해 포상금을 정해 신고자가 받을 금액을 사전에 가늠하기 어려운 구조다. 개편안은 적발·환수된 부당이득 또는 과징금의 일정 비율(최대 30%)을 기준금액으로 정하고, 여기에 신고자의 기여도를 반영해 최종 포상금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내부고발로 100만달러 이상 금전 제재가 확정된 사건에서 제재금의 최대 30%를 포상하는 제도를 벤치마킹했다.
소규모 사건 신고 활성화를 위한 최소 보상 장치도 둔다. 부당이득·과징금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불공정거래 사건에는 500만원, 회계부정 사건에는 300만원 이상 포상금을 지급하고, 과징금이 부과되지 않는 경우라도 필요성이 인정되면 각각 500만원·300만원 한도 내에서 포상금을 줄 수 있도록 했다.
어디에 신고하든 포상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타 기관 신고도 포상금 지급 대상에 포함한다. 지금은 금융위·금감원·거래소·한공회에 직접 접수된 제보만 포상이 가능한데, 앞으로는 경찰청·국민권익위원회 등 다른 행정기관을 통해 접수된 사건이 금융위로 이첩·공유되면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금융위는 관계기관 협의체를 가동해 사건 이첩·정보공유를 정례화하고, 기관 간 공조 수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고액 포상 확대에 필요한 재원 확보를 위해 별도 기금 설치도 검토한다. 불공정거래·회계부정 행위자에게서 징수한 과징금 등을 재원으로 기금을 조성해 이 기금에서 포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향후에는 이 기금을 불공정거래 피해자 구제 재원과도 연계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회계부정·불공정거래 관련 포상금 예산 재원이 약 4억원 수준이라는 지적에 대해 김미정 금융위 자본시장국 공정시장과 과장은 “올해 당장 예산은 부족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만약에 부족하다면 예비비나 이전용(상대적으로 재원이 풍부한 회계팀)을 통해 마련할 수 있어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또한 금융위는 포상금 지급 기한을 단축하기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신고가 들어오고 조사 및 제재가 이뤄진 뒤 과징금이 들어오면 그때 포상금이 나가는 구조”라며 “사건별로 포상금 지급 기간은 다 다르지만 통상 2~3년가량 걸린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신고 내용이 구체적으로 들어오면 더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주가조작·회계부정은 반드시 드러나고 적발되면 패가망신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겠다”며 “수천억원대 범죄라도 내부자의 제보만 있으면 끝까지 추적해 부당이득을 환수하고 그 상당 부분을 제보자에게 돌려주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부고발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공익신고자보호법 등 관련 법규에 따라 철저히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주가조작·회계부정이 의심될 경우 금융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쉽게 신고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