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이 연 ‘6000피 새 시대’…​“끝 아니다”

이익이 연 ‘6000피 새 시대’…​“끝 아니다”

​“6000피, 반도체 이익이 끌어 올렸다”
​“외국인 이탈?”…실은 리밸런싱·패시브 유입
7천피, 이익·정책·장기 자금 ‘세 가지 조건’
코스닥은 “멀티플보다 실적”

기사승인 2026-02-25 19:12:23 업데이트 2026-02-25 21:51:29

25일 코스피가 사상 처음 6000선을 돌파 마감한 가운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젤 왼쪽부터), 이억원 금융위원장,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강민국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이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열린 축하 세레머니에 참석했다. 한국거래소 제공.

코스피가 사상 처음 6000선을 넘어섰다. 불과 한 달 전 5000선을 돌파한 뒤 1000포인트를 더 올리며 ‘눈 깜빡할 새 앞자리가 바뀐’ 장세를 연출했다. 6000이라는 숫자 자체도 상징적이지만, 시장의 관심은 이 수준을 지탱할 만한 이익 체력이 뒷받침됐는지에 쏠린다.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이번 6000은 유동성의 산물이 아니라 기업 이익이 끌어올린 지수”라며 “추가 상승 여지도 열려 있다”고 입을 모았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91%(114.22포인트) 오른 6083.86에 장을 마쳤다. 5000선을 뛰어 넘은 지난달 27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시가총액도 한 달 전 4204조원에서 5016조원으로 불어났다. 지난해(76%)에 이어 올해도 G20 국가 중 상승률(44%) 1위를 기록 중이다. 

​“6000피, 반도체 이익이 끌어 올렸다”

센터장들의 공통된 진단은 ‘기대의 확장’이 아니라 ‘이익의 상향’이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업황 회복과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고부가 수요, 전력·방산·인프라 투자 증가가 맞물리며 상장사 이익 체력이 과거와는 다른 레벨에 올라섰다는 평가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6000 돌파는 단기 유동성 효과라기보다 기업 이익의 구조적 개선이 반영된 결과”라며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 업황 회복과 AI 확산, 전력·방산·인프라 투자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상장사 이익 체력이 한 단계 높아졌다”고 말했다.

숫자도 이를 뒷받침한다.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선행 주당순이익(EPS)이 지난해 말 410포인트에서 576포인트로 40% 가까이 레벨업됐다”며 “2026년 코스피 순이익 전망치는 408조원으로, 지난해 208조원 대비 103.3%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중 81%인 168조원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나온다는 점도 짚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코스피200 기준 2026년 영업이익 추정치가 1년 새 37% 상향 조정된 수준”이라며 “다른 증시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익 모멘텀”이라고 강조했다.

이익이 빠르게 레벨업됐음에도 밸류에이션 부담은 크지 않다는 점도 공통된 시각이다. 양 센터장은 “6000선 돌파에도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안팎에 머물러 있다”며 “과열 구간이라기보다 밸류에이션 정상화 구간으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업종의 폭발적인 이익 증가가 코스피 6000 달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반도체 대형주의 이익 기여도가 압도적인 구조여서 메모리 가격·출하 기대가 개선될 때마다 지수 레벨이 바로 올라가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이탈?”…실은 리밸런싱·패시브 유입

최근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자금이 눈에 띄게 유입되면서 “외국인이 팔고 개인이 끌어올린 장세”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월 들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1조8000억원 안팎의 매도 우위를 기록 중이다.

다만 센터장들은 이를 지수 방향성 훼손 신호로 보지 않았다. 김동원 센터장은 “글로벌 자금은 국가 단위 매매가 아니라 업종·기업 단위로 재배치되는 흐름”이라며 “실적 가시성이 높은 대형 수출주에는 선택적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지수 추가 상승 폭은 글로벌 패시브 자금과 장기 자금의 재유입 여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양지환 센터장은 “코스피 5000선까지는 외국인이 저점부터 반도체를 꾸준히 사들이며 지수를 이끌었지만, 5000 돌파 이후에는 급등한 반도체 비중을 줄이는 대신 상대적으로 덜 오른 실적 개선 업종을 매수하는 리밸런싱 국면으로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반도체 매도에도 기관과 개인투자자의 적극적인 매수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상승 추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며 “외국인·기관·개인이 서로 다른 업종을 나눠 사들이는 상호보완적 수급 패턴이 형성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외국인 지분율 흐름도 구조적 이탈과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윤창용 신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외국인 지분율이 지난해 상반기까지 30% 초반대에 머물렀지만 올해 들어 30% 후반대까지 올라왔다”며 “최근 상승의 기울기가 둔화된 것은 사실이나 구조적 이탈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패시브 자금 유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초 이후 전 세계 ETF 시장에서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국가가 한국”이라며 “지수를 추종하는 외국인 패시브 수급 유입이 가속화되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윤기만 디자이너.


7천피, 이익·정책·장기 자금 ‘세 가지 조건’

센터장들은 코스피 7000선 돌파를 ‘낙관의 숫자’가 아니라 이익·자금·정책 세 축이 동시에 맞물릴 때 열리는 구간으로 본다.

양지환 센터장은 “7000을 향해 가기 위해서는 반도체 중심의 실적 개선세가 2027년 이후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현재 약 7배 수준에서 거래 중인 반도체 업종 주가수익비율(PER)이 과거 히스토리컬 중간 값인 9배 안팎까지 확장되는 환경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피 상반기 중 추가 실적 전망 상향과 상법 개정, 자사주 소각 확대 등 주주친화정책 현실화를 전제로 상단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봤다.

유종우 센터장은 코스피 연간 밴드를 4900~7250포인트로 제시하며 “반도체 이익 증가와 12개월 선행 PER 12배 적용 시 7250포인트도 가능한 레벨”이라고 설명했다. 지수 궤적에 대해선 “상반기 상승 이후 하반기에는 횡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종형 센터장은 “코스피 PER이 10배 초반으로 역사적 평균 수준에 불과해 반도체 중심의 영업이익 컨센서스 상향 추세가 이어지는 한 증시 방향성은 계속 상방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김동원 센터장은 “지수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업 이익 전망의 추가 상향 △글로벌 자금의 본격 유입 △통상·정책 리스크의 안정이라는 세 가지 요인이 중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는 7000 이상도 가능한 시나리오로 보고 있지만, 이는 이익의 지속성과 자금 흐름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제도 변화에 대한 기대도 빠지지 않는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대형주의 이익 추정치 상향이 지수 레벨을 끌어올린 구간”이라면서도 “상법 개정안과 자사주 소각 확대 등 거버넌스 개선 기대는 주주환원과 자본배분 규율 강화로 이어져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 논리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적이 속도를 만들고, 제도 변화 기대가 멀티플의 하방을 받치면서 상승을 지지하는 그림”이라며 “지수가 구조적으로 올라가려면 한국 주식이 장기적으로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믿음이 쌓여야 하고, 이 신뢰가 장기 자금을 끌어들여 변동성을 낮추고 다시 멀티플을 올리는 선순환을 만든다”고 짚었다.

코스닥은 “멀티플보다 실적”

단기간에 새로운 지평선을 연 코스피와 달리 코스닥의 탄력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정부가 코스닥 활성화를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지수 흐름은 여전히 무거운 모습이다. 코스피가 6000 시대를 연 이날에도 코스닥은 0.02% 상승에 그치며 1165.25에 거래를 마쳤다.

김동원 센터장은 “코스닥은 성장주 비중이 높아 금리와 할인율 변화에 민감하고, 외국인 참여 비중이 낮아 멀티플 확장이 제한적”이라며 “결국 이익이 확인돼야 하는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의 경우 핵심 섹터인 바이오와 2차전지 기업들의 이익 증가가 뒷받침돼야 지수 반등이 가능하다”며 “신용 부담과 2차전지 업황 부진이 코스닥 상승의 주요 제약 요인”이라고 말했다.

양지환 센터장도 “현 지수 기준으로 2026년 코스닥에는 30% 안팎의 상승 여력이 있지만, 코스닥150 선행 PER은 30배를 웃도는 역사적 고점권에 있어 밸류에이션 확장은 제한적”이라면서 “2026~2027년 이익 모멘텀과 선행 EPS 30% 상승 전망을 감안해 ‘실적 기반’으로 접근해야 하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종형 센터장은 “코스닥은 코스피와 달리 신용 부담이 높고, 지수 내 비중이 큰 2차전지주들이 전기차 업황 부진으로 주가 모멘텀이 약하다”며 “지수 상단이 제약된 만큼 코스닥은 개별 종목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임성영 기자
rssy0202@kukinews.com
임성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