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시장 바뀐다…우리 집 전기 달라질까 [재생에너지 시대, K-EMS의 진화③]

전력시장 바뀐다…우리 집 전기 달라질까 [재생에너지 시대, K-EMS의 진화③]

소모적 자동화 공방 10년...전력운영 전환 분수령
흩어진 전력 데이터 통합 없인 구조 전환 어려워
“에너지대전환 맞춰 안정·효율·일관성 함께 가야”

기사승인 2026-02-27 07:00:04
전력거래소의 한국형 전력계통운영시스템(K-EMS)을 둘러싼 우려가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실시간 전력시장 도입을 앞두고 EMS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기획은 K-EMS를 둘러싼 주요 쟁점을 점검하고, 전력운영 체계의 과제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쿠키뉴스 자료사진

기후위기 대응과 녹색 대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닌 정책 방향이 됐다.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수용을 목표로 전력계통 혁신대책을 상반기까지 마련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형 전력계통운영시스템(K-EMS)을 둘러싼 10년 넘은 논쟁은 이제 ‘완전 자동이냐 아니냐’라는 공방을 넘어섰다. 재생에너지 시대에 맞는 전력 운영의 기준과 제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027년 실시간 전력시장…구조 전환 없으면 어렵다

2027년 전후 도입이 거론되는 실시간 전력시장 체계는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시간 시장에서는 분 단위 가격 형성과 출력 조정이 동시에 이뤄진다. 계산 결과가 곧바로 운전 신호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니면 운영 자체가 쉽지 않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실시간 시장은 자동 계산만으로는 부족하다. 계산과 집행 구조가 함께 고도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기후부 관계자도 “재생에너지 확대와 실시간 시장은 같은 방향”이라며 “계통 운영 체계도 그에 맞춰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사원이 제시한 연간 1조8250억원 절감 가능성 역시, 계산과 실제 운전 결과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문제와 연결된다. 계산과 집행이 분리된 구조를 유지한 채 실시간 시장을 운영할 경우, 효율성과 안정성 모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일부에서는 ‘완전 자동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K-EMS의 실효성을 문제 삼아 왔다. 발전기 기동·정지 과정에 사람의 판단이 개입하는 구조가 비효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히 ‘수동’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핵심은 사람이 개입하느냐가 아니라, 전력 운용 판단 과정이 얼마나 투명하고 사후적으로 검증 가능한가에 있다는 지적이다.

이병준 고려대 교수(전 대한전기학회장)는 “전력망은 단순한 계산 시스템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할 국가 핵심 인프라”라며 “사람의 최종 판단과 책임 구조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안전과 운영상) 능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확대…‘데이터 통합’이 관건

재생에너지 확대는 전력 운영 환경 자체를 바꾸고 있다. 태양광·풍력 발전 비중이 높아질수록 출력 변동성은 커지고, 송전망의 전압·위상각 관리도 복잡해진다. 예측 오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데이터와 더 정밀한 계산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전력 사용·발전 데이터가 한국전력, 전력거래소, 한국에너지공단, 민간 설비 등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특히 가정·건물 단위 태양광 BTM(계량기 뒤 설비)의 경우 중앙에서 직접 계측되지 않는 부분도 존재한다.

이 교수는 “지금은 전력 사용 주체가 여러 기관으로 나뉘어 있고, 그 데이터가 완전히 취합된 상태는 아니었다는 점이 숙제”라며 “실시간 시장의 성패는 자동화 수준보다 데이터 표준화와 통합 체계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서로 다른 기준과 규격으로 관리되던 데이터를 하나의 입력 체계로 정비하지 않으면 정확한 수요·공급 예측과 실시간 시장 운영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실시간 대응 체계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시장 구조와 운영 시스템은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하드웨어 고도화 못지않게 데이터베이스 규격 정비와 정보 연계 구조가 중요하다”면서 기술이 앞서가고 제도가 뒤따르는 방식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해부터 재생에너지 설비 데이터의 표준화와 통합 관리 체계 구축을 추진 중이다. 분산돼 있던 계통 정보를 하나의 기준으로 정비해 EMS 입력값으로 활용하는 것이 목표다.

중앙·지방 에너지 대전환 협의회. 사진=기후에너지환경부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와 일관성

K-EMS 논란이 10년 넘게 이어진 배경에는 정보 공개의 한계도 자리한다. 전력망 데이터는 국가 핵심 인프라와 직결돼 공개 범위가 제한적이다. 설명이 충분하지 않으면 오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 교수는 “전력 시스템은 국민 신뢰 위에서 작동하는 공공 인프라”라며 “투명한 검증 체계와 지속적인 설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 시대의 전력 운영은 안정성·효율성·신뢰라는 세 축 위에서 평가돼야 한다”며 “기술 발전과 함께 제도적 정비, 사회적 합의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그는 지금까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전력망 수용성과 계통 투자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책은 일관성을 갖고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역시 데이터 통합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기후부 이원주 에너지전환정책실장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면서 “데이터 공유를 면밀하게 할 수 있도록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분산된 부분은 조속히 통합 운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다”면서 “정부도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대전환에 맞춰 전력 시스템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세종=김태구 기자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김태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