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재건축·재개발 8만5000가구 착공…“규제 완화 전제”

서울시, 재건축·재개발 8만5000가구 착공…“규제 완화 전제”

市, ‘핵심 공급 전략 사업’ 85곳 지정…3년 내 착공 목표
이주비 융자에 500억원 편성…“정부에 촉구했지만 답 없어”
국토부 등과 소통이 변수…“규제 유지 시 차질 불가피”

기사승인 2026-02-26 20:34:03 업데이트 2026-02-26 20:34:16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8만5000가구 신속 착공 발표회’에 참석해 조합장들로부터 탄원서를 전달받고 있다. 노유지 기자

서울시가 3년 내 조기 착공이 가능한 재개발·재건축 구역 85곳(8만5000가구)을 공개했다. 시는 신속한 착공을 목표로 이주비를 융자 지원하는 등 정비사업 정상화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이주비 대출과 조합원 지위 양도에 대한 규제 완화를 전제로 하고 있어 정부와의 소통이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8만5000가구 신속 착공 발표회’에 참석해 “지난해 9월 약속했던 ‘2031년까지 31만 가구 착공’을 지키기 위해 지난 5개월간 253개 구역의 공정을 꼼꼼히 점검해 왔다”며 “3년 내 착공할 수 있는 85개 구역에 대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핵심 공급 전략 사업’으로 지정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중 착공을 목표로 한 재개발·재건축 지역은 24곳(2만299가구)이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강북구 1곳 △관악구 1곳 △노원구 2곳 △동대문구 1곳 △동작구 4곳 △서대문구 1곳 △서초구 3곳 △성동구 1곳 △영등포구 2곳 △용산구 1곳 △은평구 3곳 △종로구 2곳 △중구 2곳 등이다. 시는 해당 구역을 포함한 총 85개 구역을 핵심 공급 전략 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핵심 공급 전략 사업에 기존 ‘신속통합기획 2.0’을 적용하고 ‘신속 착공 6종 패키지’를 도입해 개발 속도를 높인다는 게 시의 구상이다. 이 패키지에는 △전자 총회 도입 △해체 계획서 작성 자문 △착공 직전 구조·굴토 통합 심의 △이주·해체·착공 시기 명확화 △공사 변경 계약 컨설팅 △사업 추진 일정 자동 안내 등의 내용이 담겼다.

서울시가 지정한 ‘핵심 공급 전략 사업’ 대상지 85곳 중 연도별 가구수 상위 5개 구역을 정리한 표. 그래픽=노유지 기자

이주비 융자 지원에도 나선다. 대출 규제로 착공 전 마지막 관문인 이주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업지를 대상으로 500억원을 편성해 지원할 계획이다. 오 시장은 “올해 예산 계획을 과감히 조정해 주택진흥기금 500억원을 확보하고 필요시 추가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지원 대상은 3곳으로 공모·심사를 통해 선정된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이주비 부족에 더해 규제가 언제 완화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 차원에서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도시정비법에 근거해 융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우선 3곳 정도 집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에 이주비와 관련된 부분을 수차례 촉구했지만 조정지역 등 근본적인 틀 속에서 답을 얻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와의 소통이 관건이다. 시에서 발표한 전략 사업별 공정 단축 계획의 전제는 ‘규제 완화’로, 이 부분이 해소되지 않는 한 조기 착공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이주비 대출과 지위 양도 제한을 비롯한 규제 완화를 전제로 계획을 세웠다”며 “규제가 지속되면 그에 따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최 실장 역시 “아마 (규제 완화를) 전제해야 8만5000가구 공급이 가능할 것 같다”며 “현 상황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조기 착공 계획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국토교통부 등 정부 기관에 현장 목소리를 전달하며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8만5000가구 신속 착공 발표회’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노유지 기자

이날 발표회에는 85개 핵심 공급 전략 사업 조합장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부동산 규제에 따른 애로사항이 담긴 탄원서를 시에 제출하며 개선을 요구했다. 서정숙 청량리8구역 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장은 “우리 구역만 해도 전체 조합원 234명 중 63명이 이주비를 대출할 수 없다”며 “부족한 금액만 160억원이 넘는데 더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시공사에 손을 벌려 봤지만 보증 한도 때문에 안 된다고만 한다”고 토로했다.

또한 “최소 10년에서 20년이 걸리는 재개발·재건축 기간 내 모든 조합원이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 집을 팔면 사는 사람은 조합원이 못 된다니 누가 집을 사겠느냐. 조합 사무실에는 하루가 멀다고 살려 달라는 민원이 밀려든다”고 말했다. 서 조합장은 시를 향해 “주민들이 안심하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시가 끈을 놓지 말고 정부와 소통해 주길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오 시장은 공급 확대를 목표로 정부와 끝까지 협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강력하게 요청하겠다”며 “시는 막중한 책임감으로 막힌 공급을 뚫고 현장에서 결과로 증명하겠다”고 약속했다.

노유지 기자
youjiroh@kukinews.com
노유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