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시대 오는데…표류하는 디지털자산법 [취재진담]

스테이블코인 시대 오는데…표류하는 디지털자산법 [취재진담]

기사승인 2026-02-27 17:25:50
게티이미지뱅크.


당초 지난해 발의를 목표로 했던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디지털자산기본법’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금융당국 간 이견, 당국·업계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입법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들은 일찍부터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시장 진출을 준비해왔다. 그러나 법제화가 지연되면서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채 ‘눈치보기’만 이어가는 상황이다. 출발선에 선 기업은 여럿인데, 정작 레이스를 시작할 신호탄이 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물밑 움직임은 분주하다. 은행법상 비금융사 지분을 15%까지만 보유할 수 있는 은행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송금·결제 인프라 확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디지털자산을 새로운 돌파구로 제시하며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도 있다. 핀테크 기업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깜짝 합병을 발표하며 디지털 자산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발행 주체다. 금융 안정을 고려해 은행 지분이 ‘50%+1주’를 넘는 컨소시엄만 발행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민간 참여를 확대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대주주 지분 규제도 논란이다. 법 제정으로 가상자산거래소의 지위가 달라지는 만큼 대주주 지분을 15~20%로 제한하자는 내용이다. 업계 반발은 거세다. 민간에서 성장한 기업의 지분 구조를 사후적으로 규제하는 조치는 혁신 동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다.

현재 세계는 스테이블코인 확산 흐름에 올라탔다. 미국은 이미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하며 국제 표준을 주도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은 단순한 산업 혁신을 넘어 디지털 통화 주권과 직결된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결제 시장으로 확산하는 만큼 이에 대한 방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혁신 의지를 드러낸 기업들이 발이 묶인 채 국회만 바라보고 있다. 제도 설계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새로운 결제 수단 도입을 다루는 일인 만큼 더욱 그렇다. 그러나 결론 없는 논의가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이제는 금융 안정과 산업 혁신 사이 균형점을 찾고, 시장에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때다.

김태은 기자
taeeun@kukinews.com
김태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