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매출 50조원에 육박하는 외형 성장을 이어갔지만,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쿠팡의 4분기 실적에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으나 4분기 영업이익이 급감하며 ‘탈팡’ 움직임 이후 취약성이 두드러졌다. 김범석 의장은 로켓배송 확대와 성장사업 투자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수익성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27일(한국시간) 쿠팡Inc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025년 4분기 및 연간 연결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영업흑자를 달성했다. 다만 4분기 개인정보 유출 사고 여파로 매출 성장세가 둔화되고 영업이익이 97% 급감하면서 수익성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해 연매출은 345억3400만달러로 전년(302억6800만달러) 대비 14% 증가했다. 고정환율 기준으로는 18% 성장했다. 원화 환산 기준 매출은 49조1197억원으로 전년(41조2901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연간 영업이익은 4억7300만달러(약 6790억원)로 전년 대비 8% 증가하며 3년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당기순이익은 2억1400만달러(3030억원)로 전년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시장에서는 매년 이어진 성장세를 바탕으로 연간 매출 50조원 돌파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49조원대에 머물며 ‘50조원 클럽’ 진입에는 실패했다. 그럼에도 역대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속에서 연간 매출과 당기순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며 이커머스 1위 지위를 유지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쿠팡Inc는 관계자는 “개인정보 사고는 지난해 12월부터 2025년 4분기 매출 성장률, 활성 고객 수, 와우 멤버십과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이후 최근 성장률에 대한 영향은 안정화됐고 올해 1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탈팡 현실화에 4분기 수익성 ‘직격타’
다만 아직까지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영향이 4분기 실적에 반영됐다. 이른바 ‘탈팡’ 움직임이 현실화되면서, 쿠팡이 분기 기준 처음 영업이익 흑자를 냈던 2022년 3분기 이후 14개 분기 만에 영업이익 감소를 기록한 것이다.
4분기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됐다. 4분기 매출은 88억35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고정환율 기준 14%) 증가했지만, 직전 3분기(92억6700만달러) 대비로는 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800만달러(115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3억1200만달러) 대비 97% 급감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2600만달러 순손실로 돌아서며 적자 전환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 여파는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프로덕트 커머스 활성고객 수는 2460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했지만,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10만명 감소했다. 회사는 연간 잉여현금흐름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4분기 개인정보 사고가 운전자본에 미친 영향과 자본 지출 증가를 꼽았다.
쿠팡의 수익성 고민은 이번 사태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쿠팡은 지난 2022년 진출한 대만 시장을 비롯해 파페치,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등 ‘성장사업’ 부문에 대한 투자를 지속 확대해왔다. 국내에서도 김해, 충북 제천 등 물류센터 신규 투자 수요가 이어지며 비용 부담이 누적된 상태다.
실제 사업 부문별로 보면 로켓배송·로켓프레시·마켓플레이스 등을 포함한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 4분기 매출은 74억800만달러로 전년 대비 8% 증가했다. 반면 성장사업(Developing Offerings) 매출은 14억2700만달러로 32% 늘었지만, 조정 EBITDA 손실은 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5배 이상 확대됐다.
연간 기준으로도 성장사업 매출은 49억4200만달러로 38% 증가했으나, 조정 EBITDA 손실은 9억9500만달러(약 1조4137억원)로 전년 대비 58% 늘었다. 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이 전반적인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는 평가다. 4분기 영업이익률은 0.09%에 그쳤다. 연간 기준 영업이익률도 1.38%로 전년(1.46%)보다 하락했다. 첫 연간 흑자를 기록한 2023년(1.93%) 이후 3년 연속 영업이익률이 낮아진 것이다. 순이익률 역시 0.61%로 여전히 0%대에 머물렀다.
김범석 “미래 구축에 계속 집중”…올해 수익성 부담 예고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이날 4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도 불구하고 성장 전략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단기 실적 충격보다 장기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를 드러낸 것이다. 개인정보 사고 이후에도 상품 확대와 셀러 생태계 확장을 통해 외형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미래를 구축하는 데 계속 집중하겠다”며 “고객 경험 개선과 서비스 비용 절감을 목표로 운영 전반에 더 높은 수준의 혁신과 자동화를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로켓배송을 핵심 성장축으로 재차 강조했다. 김 의장은 “상품 종류를 크게 확장할 잠재력이 크다고 보고 있고, 브랜드 상품 라인업 확대를 위해 적극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로켓그로스(FLC)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기술과 배송, 풀필먼트 인프라를 활용해 판매자들이 자체적으로 구축할 수 없는 역량을 제공한다”며 “기존 로켓배송과 로켓그로스를 통해 수천만 개 상품을 제공하는 길이 열려 있고, 지금은 그 여정의 시작점”이라고 강조했다.
성장사업에 대한 투자 기조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대만 사업은 이번 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세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며 초고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상품군 확장이 더 많은 카테고리로 넓어지고 풀필먼트와 배송 운영 속도와 신뢰도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 힘입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거랍 아난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4분기 실적 둔화의 직접적 원인으로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인정했다.
그는 “개인정보 사고로 12월 성장세가 둔화했다”며 “프로덕트 커머스 매출은 8%, 고정환율 기준 12% 성장했는데 직전 분기의 18% 성장 대비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직전 분기 대비 활성고객이 10만명 감소한 데 대해서도 “개인정보 사고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4분기 이후 안정화되며 많은 고객이 계정을 재활성화했고 고객 증가세도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올해 전망과 관련해서는 성장과 수익성 모두 단기적 압박이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아난드 CFO는 “향후 몇 개월간 성장과 수익성이 둔화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개인정보 사고 영향은 전환기를 거치며 고객 기대를 충족하는 경험을 제공하면서 연중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