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이 던진 ‘항공 접근성’…3000만 관광 시대, 서울 쏠림 깰까

李대통령이 던진 ‘항공 접근성’…3000만 관광 시대, 서울 쏠림 깰까

1월 방한 외래관광객 126만명, 전년比 13.3% 증가
73% 수도권·지방공항 15.1% 그쳐…관광 분산 숙제

기사승인 2026-02-28 06:00:09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 항공기가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K-컬처 확산을 관광 성장의 ‘골든타임’으로 규정하고 방한 관광 대전환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관광 수요를 지방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핵심 과제로 ‘항공 접근성’ 문제가 다시 부상하는 모습이다.

27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1월 방한 외래관광객은 126만5658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3% 증가하며 코로나19 이전 수준(2019년 대비 114.6%)을 넘어섰다. 중국·일본이 최대 방문국을 유지한 가운데 대만과 미국은 팬데믹 이전을 크게 웃돌며 수요 다변화 흐름이 나타났다. 

관광시장 회복세가 뚜렷해지자 정부도 ‘입국 3000만명 시대’를 목표로 관광 전략 재정비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1차 확대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정부는 지방공항을 방한 관광의 새로운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방공항 직항 국제선을 확대하고 전용 국제항공 운수권을 설정하는 한편, 공항시설 사용료 감면 등 신규 국제선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김해·청주공항 민간 슬롯 확대 등 직항 노선 확대에 대비한 공급력도 강화한다. 또한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관광객의 지방 이동 편의를 높이기 위해 인천공항과 지방공항을 연결하는 국내선 항공편을 신설·증편하고, 수도권 중심으로 운영되던 심야 공항버스를 충청·강원권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고속철도(KTX) 사전 예매 기간을 늘려 공항에서 지방 주요 거점까지 이동할 수 있는 교통 연계도 개선한다.

이 대통령은 지방 관광 활성화의 병목으로 항공 접근성을 직접 지목했다. 그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지방 공항으로 바로 가기 어렵고 김포를 거쳐 가야 해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인천공항에서 광주나 부산에 가려면 김포로 나와서 또 가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인천공항에서 지방 공항으로 바로 가도록 하는 게 문제가 있나”라며 환승 구조 개선 검토를 주문했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이 내·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다. 심하연 기자

실제 외국인 관광객 동선은 여전히 명동·홍대·성수 등 서울 주요 상권과 관광지에 집중돼 있다. 한국관광공사 외래관광객 조사에 따르면 외래 관광객의 약 80%가 서울을 방문하는 반면 지방 방문 비율은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관광객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지방 체류 확대나 지역 상권 소비 회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표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지역 관광 대도약’을 내세웠지만 관광객 이동 경로 자체가 서울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입국 경로 역시 수도권에 편중된 모습이다. 야놀자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전체 외래 관광객의 약 73%가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으며 비수도권 공항을 통한 입국은 약 15.1%에 그쳤다. 이는 크루즈 등 항만을 통한 입국 비중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지방공항이 관광 관문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수도권 중심 관광 흐름은 팬데믹 이전부터 지적돼 온 구조적 문제로 한국 관광산업 성장의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항공업계와 여행업계에서도 지방 관광 활성화를 위해 지방 직항 확대와 환승 편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따. 다만 공항 슬롯과 수요, 수익성 등 현실적인 제약으로 단기간 내 구조 전환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방공항 국제선 활성화와 연계 교통망 개선 없이는 관광 분산 정책이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이 지방으로 이동하려면 항공망뿐 아니라 교통·숙박·콘텐츠가 동시에 갖춰져야 한다”며 “인천공항 중심 구조가 유지되는 한 관광 수요의 자연스러운 분산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방 관광 활성화를 위해 인천공항 환승 구조 개선뿐 아니라 지방공항 자체의 국제 접근성을 강화하는 것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양대 관광학부 김남조 교수는 “인천공항에서 지방으로 연결되는 노선도 중요하지만, 지방공항이 해외 공항과 직접 연결되는 정기노선과 전세기 운항을 확대해 자체적인 접근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며 “외국인 관광객이 지방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직항 노선이 지속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공항 노선은 초기 수요 확보와 비용 문제가 큰 만큼 일정 기간 보조금 등 정책적 지원을 통해 안정적으로 운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지방공항이 독자적인 국제 관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관광 수요 분산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단순한 노선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지방 직항 확대는 수요 부족과 슬롯 제한, 비용 문제뿐 아니라 환승 체계와 출입국 절차(CIQ) 분리 등 공항 인프라 전반이 함께 갖춰져야 가능한 사안”이라며 “인천공항과 지방공항 간 환승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항공편을 늘리는 것만으로 관광 분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국제선과 국내선 기능을 분리해 운영해 온 국내 공항 체계의 구조적 한계도 작용하고 있다”며 “시범 노선 운영과 수요 확보를 통해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심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