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도입 목전…‘4심제’ 두고 헌재·대법원 온도차

재판소원 도입 목전…‘4심제’ 두고 헌재·대법원 온도차

오늘 ‘재판소원법’ 표결 예정…무제한 토론 진행 중
대법 “사실상 4심제” vs 헌재 “국민 기본권 보장”

기사승인 2026-02-27 19:00:26
법원 재판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재판소원법’이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사진은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의 모습. 연합뉴스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전에 둔 가운데, 법조에서는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와 국민 기본권 보장을 강화하는 장치라는 반론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7일 오후 본회의에서 ‘재판소원 도입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처리한 뒤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상정할 방침이다. 국회에서는 전날 저녁부터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둘러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이어지고 있다.
 
재판소원제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헌법상 일부 요건에 해당하면 이를 대상으로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구체적으로 법원의 확정된 재판이 △헌재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 헌법소원 청구가 가능하도록 했다.

현행 제도상 법원의 재판 자체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헌법소원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에도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심사할 수 있게 된다.

대법원은 이런 구조가 기존 3심제에 더해 헌재 판단을 한 번 더 받는 사실상 ‘4심제’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4심제가 되면 반복되는 재판과 확정 지연으로 국민이 소송 부담을 장기간 떠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건 번복 가능성도 열려 있어 법적 안정성 역시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입법이 속도전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 23일 재판소원 등을 겨냥해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피해가 갈 수 있는 문제”라며 “공론화를 통해 각계각층의 전문가 의견과 국민 의견을 폭넓게 듣고 충분한 토론을 거쳐서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반면 헌재는 재판소원을 ‘4심제’로 보는 시각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재판소원은 사실관계나 법률 해석을 다시 판단하는 절차가 아니라, 재판 과정에서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 침해됐는지를 한정적으로 심사하는 제도라는 설명이다. 나아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국민의 권리구제 강화 측면에서도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헌재는 앞서 입장문을 통해 “재판소원이 권력 분립 원칙에 반한다거나 사법권 독립을 침해한다는 주장은 그 헌법상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이 헌법에 어긋나는 경우 내부적으로는 심급제도, 외부적으로는 헌법재판권한을 가진 헌재를 통해 교정하는 것이 이원적 사법 체제를 택한 우리 헌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사법 제도를 바꾸는 문제는 국민의 삶에 직접적이고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제도적 보완과 안전장치 없이 입법이 이뤄질 경우 그 부담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