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예능 ‘운명전쟁49’에 망신살이 단단히 낀 모양새다. 논란의 연속이다. 패널 박나래의 구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프로그램을 내보내더니, 무속인 출연자에겐 망자의 사인을 맞추라는 미션을 줘 시청자를 경악케 했다. 의도와 무관하게 고인모독이 될 수 있는 무속인 출연자의 점사는 전혀 편집하지 않아 충격을 더했다.
‘운명전쟁49’는 49인의 운명술사들이 모여 여러 미션을 통해 자신의 운명을 시험하는 신들린 서바이벌이다. 그러나 제작진은 정작 프로그램의 운명을 점치지 못했다.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로 이미 공개한 분량을 재편집하는 초유의 사태를 알았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작금의 결과를 몰랐다고 해도 망자와 유족을 조금만 생각했다면 결코 벌어질 수 없는 일이기에 이런 가정도 씁쓸하다. 플랫폼과 제작사, 그 많은 사람이 모인 가운데 단 한 명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운명전쟁49’를 둘러싼 잡음은 여럿이지만 그중 출연자들의 ‘칼빵’ 언급이 가장 크게 지탄받았다. 무속인 설화가 고(故) 이재현 경장의 사인을 추리하는 과정에서 ‘칼빵’이라고 말했고, MC 전현무가 풀이의 정확도를 짚다가 그 표현을 그대로 따라 썼다. 무속신앙을 믿는다는 전제 아래 설화는 소위 ‘그분이 오신’ 상태에서 점괘를 읊었으며, 전현무는 풀이의 정확도를 즉각적으로 평가하면서 실언한 것이다.
방송 이후 해당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르자 전현무는 2월23일 “어떠한 맥락이 있었더라도 고인을 언급하는 자리에서 더욱 신중했어야 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어떠한 맥락이었더라도 그가 신중하지 않았더라도 제작진이 덜어내야 할 내용이었다는 점이다. 심지어 순직한 이를 두고 이러한 단어를 사용했으니 더욱 비판 받을 사안임을 인지해야 했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전현무보다 하루 늦게 사과하며, 그제야 추모와 애도를 전했다.
더 나아가 사인 추측을 게임으로 활용한다는 발상 자체에 공감하기 어렵다. 자극과 화제성을 배제한다면 제작진조차 그 의도를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유족에게 동의를 구했다고 해도 이야기는 달라지지 않는다. 애당초 어떤 유족이 가족이 사망하게 된 순간을 생생히 전해 듣고 지금도 원통해 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할지 의문이다. 여러 점술사가 사인을 맞추고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기 위해 앞다퉈 버저를 누르는 모습 또한 기괴하다. 게다가 이들의 영험함을 왜 하필 순직한 이들로 증명해야 했을까.
플랫폼인 디즈니플러스도 모든 사죄를 제작진과 출연자에게 미루고 있지만 책임을 피할 순 없다. 프로그램마다 제작 방식은 상이하나 예능이라면 디즈니플러스가 기획 단계부터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제작사 JTBC, 스튜디오 아예중앙이 전 회차를 독립적으로 제작하고 납품했어도 이를 최종 검토하는 것은 디즈니플러스의 몫이다. 국내 진출 이래 흐름에 뒤처진 인상을 벗어나지 못했던 디즈니플러스가 모처럼 신선하고 파격적인 소재의 예능을 선보인 만큼 이 사태가 더욱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