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시선]‘새 과제’만 잔뜩 안긴 ‘대통령과의 만남’

[편집자시선]‘새 과제’만 잔뜩 안긴 ‘대통령과의 만남’

현대차 새만금 대규모 투자 발표, 4부 장관 성장 청사진 제시
제3 금융중심지, 하계올림픽 지원 등 현안엔 언급 없어 의미 퇴색

기사승인 2026-03-03 10:00:27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전북대학교에서 열린 '전북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미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전북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거의 하루를 전북특별자치도에서 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군산 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만금 로봇·수소·AI시티 투자 협약식’에 참석했고, 앞서 행사장 내에 마련된 현대자동차그룹의 첨단 기술 전시를 관람했다.

이어 전주로 이동해 대표적 전통시장인 신중앙시장을 찾아 오찬을 했고, 오후에는 ‘지능형 산업혁신과 에너지 대전환으로 여는 미래 전북-전북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 미팅 행사를 주재하고, 행사 직후 전북대학교 내 ‘피지컬 AI 실증랩’을 방문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9개월 만에 전북자치도민들이 고대했던 지역 방문에서 ‘빈손으로 올 수 없어 늦었다’고 말하고,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투자보따리’를 풀고 전북 성장 전략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타운홀미팅에서 “수도권에 비해 지방이 차별받고, 또 지방 중에서도 영남과 호남이 갈라져 호남이 차별받은 게 역사적인 사실”이라며 “여기에 ‘호남도 같은 호남이냐’라며 호남 안에서도 또 전북이 소외되는 등 이른바 ‘삼중 소외’를 당한다는 게 전북도민의 생각”이라고 다시 ‘삼중 소외론’을 언급하고, “대한민국이 주력할 일 가운데 핵심이 균형발전”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석한 4개 부처 장관들은 전북자치도의 미래 성장을 위한 부문별 핵심 정책을 잇달아 내놨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광역 통합형 ‘전북 200만 메가시티’ 비전을 제시하고 새만금 개발을 2040년까지 80% 수준으로 앞당기며 3.3GW 규모 전력을 우선 가동해 재생에너지 기반 RE100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첨단 기술을 접목한 ‘피지컬 AI 도약’을 제시하고 “비빔밥이 고추장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하나의 맛으로 완성되듯, 전북의 다양한 산업을 연결하는 고추장 역할이 바로 피지컬 AI”라며 “전북형 AI 비빔밥이 세계 제조혁신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전북자치도를 ‘K-푸드 세계화의 전진기지이자 농생명 산업 수도’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를 K-푸드 수출 메카화, 푸드테크 산업과 새만금에 지능형 농기계 실증단지 조성, 영농형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연계 농업 모델 구축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재생에너지 허브 기반의 첨단산업 주역 도약’ 방안을 각각 내놓으며 지능형 산업혁신과 에너지 대전환의 마스터플랜을 구체화했다.

앞선 ‘새만금 로봇·수소 첨단산업 육성 및 AI 수소 시티 조성을 위한 투자협약(MOU)’으로 현대차그룹이 2027년부터 순차 착공해 2029년 말까지 AI 데이터센터(5조 8천억원)와 로봇 제조공장(4천억원), 200MW급 수전해 플랜트 및 기가와트급 태양광 발전(2조 3천억원)을 구축하고, 2035년까지 수소AI 시범도시(4천억원)를 조성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투자가 호남권 전체의 경제 지도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하고 “기업의 과감한 결단에 정부는 더 과감한 지원으로 화답할 것”이라며 정부도 확실하게 뒷받침하겠다는 약속을 내놨다.
그러나 이러한 장밋빛 청사진이 제시됐지만 현실적인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 가 없다. 전북자치도에 가장 시급한 현안인 전주·완주 통합, 제3금융중심지 지정, 2036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 지원, 광역지자체 통합 추진 속 3특에 대한 지원 등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점은 타운홀 미팅의 의미를 퇴색시키기 충분했다. 

또 현대차의 9조원에 이르는 새만금 대규모 투자도 과거 삼성과 SK 같은 대기업이 투자 계획이 발표됐다가 철회되거나 지연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전북자치도로서는 현대차의 투자가 계획대로 실행될지 조바심도 있다. 당시에도 대통령과 정부가 직접 나서 협약을 맺고 지원을 약속했었다.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 취임 후 10번째로 열린 전북자치도 타운홀 미팅, 이 대통령은 각 지역마다 ‘선물 보따리’를 풀었고, 전북자치도에도 청사진을 내놨다. 도약과 침체의 기로에 선 전북자치도로서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지역의 핵심 현안은 언급 없이 쏟아 낸 비전들이 얼마나 충실히 실행될지, ‘또 다른 희망고문’이 되지 않을지, 과제만 잔뜩 안긴 자리였다는 비판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