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에 유가급등 조짐…韓 산업 ‘경고등’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에 유가급등 조짐…韓 산업 ‘경고등’

기사승인 2026-03-03 14:29:11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 경유 등의 가격이 표시돼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내 산업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이 에너지 부족 위기를 겪었던 것처럼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아시아 국가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3일 산업계에 따르면 이란이 봉쇄 가능성을 시사한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20~30%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이 70%에 달했고, 이 중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쳤다. 일본은 중동 의존도가 90% 안팎, 대만도 70~80% 수준으로 아시아 주요국 대부분이 중동 에너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대체 수송로 확보가 쉽지 않고, 장기 계약 비중이 높아 단기간 내 도입선을 전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은 중장기적으로 원유 도입선 다변화를 추진해왔지만, 한국석유공사 집계 기준 올해 1월에도 국내 원유 수입량의 71%가 중동산이었다. 아메리카산은 23%, 아시아 4%, 아프리카 2%에 그쳤다.

이 가운데 국제유가는 이미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전날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 대비 6.7% 오른 배럴당 77.74달러에 마감했고, 뉴욕상품거래소의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6.3% 상승한 배럴당 71.23달러를 기록했다. 사태가 조기에 진정되지 않을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가 상승은 에너지 원가를 끌어올려 전기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러·우 전쟁 이후 글로벌 연료비 급등 여파로 7차례 인상돼 약 70% 오른 상태다.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초반대로 안정되며 요금 인하 요구가 커졌지만, 이번 사태로 재인상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에 전력 사용 비중이 큰 업종은 특히 부담이 크다. 반도체·철강·석유화학·디스플레이 등은 전기요금이 생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는 AI 수요 확대에 대응해 증산에 나서고 있어 전력 사용량 증가에 따른 비용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구조재편을 진행 중인 석유화학 업계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수요 위축으로 유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여전하다. 정유업계는 단기적으로 정제마진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유가 상승이 장기화하면 내수 부진과 수요 둔화로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소비자 체감 물가 역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10주 연속 하락하던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최근 2주 연속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이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