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주도한 ‘사법개혁 3법(법 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 처리 이후 사법부를 둘러싼 후폭풍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사퇴 요구와 탄핵 움직임까지 가시화되면서 사법부와 정치권의 경색 국면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에서 조 대법원장의 탄핵소추안 추진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는 4일 범여권 중심으로 ‘조희대 탄핵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주제로 탄핵 공청회도 열릴 예정이다.
조 대법원장은 전날(3일) 대법원 출근길에서 여권의 사퇴 압박과 관련해 “어떤 경우에도 헌법이 부여한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여당 일각에서 사퇴 요구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임기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사법개혁 3법 국회 통과에 대해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고, 개선해 나가야 할 점은 동의를 얻어야 한다”며 “국회의 입법 활동을 전적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갑작스러운 개혁과 변혁이 과연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혹시 해가 되는 내용은 없는지 마지막까지 한 번 더 심사숙고 해주길 국민들께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사법개혁 3법’ 처리에 반발해 사의를 표한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의 후임 인선에 대해서는 “협의해 나가겠다”고만 답했다.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정치권의 사퇴 압박 수위는 최고조에 달해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 왜곡죄가 조희대 사법부를 겨냥한 입법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이후 여당 주도로 입법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는 점도 배경으로 거론된다. 법 왜곡죄는 판사·검사 등이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과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인데, 재판 독립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법 왜곡죄는 정권에 불리한 판결을 한 법관을 상대로 수사와 기소가 반복되는 상황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많다”며 “재판 과정에서 증거 판단과 법리 적용을 형사 책임의 문제로 돌리는 것은 사법 독립의 본질을 훼손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 일각에서는 여당의 조 대법원장을 향한 거취 압박이 탄핵을 염두에 둔 수순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대법원장 사퇴 필요성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기류가 우세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 대법원장 앞에는 여러 현안이 산적해 있다. 사법개혁 3법 시행에 따른 후속 조치 마련과 함께 후임 법원행정처장 인선, 대법관 공백 해소가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노태악 대법관이 전날 퇴임했지만 후임 제청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가 지난 1월 21일 김민기·박순영·손봉기·윤성식 판사를 제청 후보로 추천했지만, 조 대법원장의 대통령에 대한 최종 임명 제청은 40일 넘게 이뤄지지 않았다. 통상 후보 제청부터 임명까지 약 한 달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대법관 공백 사태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도 ‘사법개혁 3법’ 처리에 대해 “대법원의 무능을 개탄한다”면서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법원본부는 전날 성명을 내고 “3개 법안을 구체적으로 적용함에 있어 일정 정도의 부작용 또는 악용이 현실화될 우려가 있으나, 그 보다 우선 대법의 안일한 현실 인식과 극도의 무능력에 개탄과 실소를 보낸다”고 비판했다.
법원본부는 조 대법원장을 향해 “조 대법원장은 정치의 격랑 속으로 뛰어 들어가 대통령 후보를 날리려다 실패했으면 책임을 지고 깨끗하게 사퇴하는 것이 맞다”면서 “사법부는 거기서부터 사법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여정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법원은 향후 사법 3법의 시행과 관련해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법원행정처 폐지 등 이후 추진될 국회의 사법제도 관련 입법에 대해 특위 등 협의체를 만들어 건설적인 논의를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