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살 돈 없다”…성장 멈춘 패션시장, 대기업 실적 갈랐다

“옷 살 돈 없다”…성장 멈춘 패션시장, 대기업 실적 갈랐다

국내 패션시장 48조→44조 축소 전망
성장 둔화 속 전략 따라 실적 희비
LF 수익성 개선·한섬 턴어라운드
신세계인터는 구조 재편·삼성물산 안정

기사승인 2026-03-05 06:00:12
서울 명동 상점의 쇼윈도에 겨울 의류가 전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패션업계가 소비 둔화와 내수 침체 속에서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 중심 경영으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주요 패션 대기업들의 실적 흐름도 전략에 따라 엇갈리고 있다. 같은 업황 속에서도 브랜드 경쟁력과 재고 관리 전략에 따라 성과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패션 시장은 성장세 둔화가 뚜렷하다. 고물가와 소비 위축 영향으로 의류 소비가 줄어든 데다 할인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성 압박이 커지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 트랜드리서치가 발표한 ‘2026 Preview 한국 패션산업 빅데이터 트랜드’에 따르면 올해 한국 패션시장 규모는 44조4955억원으로 예측됐다. 전년보다 4.7% 줄어드는 수준으로, 2023년 48조4167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감소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 같은 시장 환경 속에서 패션 기업들은 무리한 외형 확장보다 재고 관리와 비용 효율화, 핵심 브랜드 강화 등 이른바 ‘내실 경영’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LF는 대표적인 수익성 개선 사례로 꼽힌다. LF는 지난해 연간 매출 1조8812억원으로 전년 대비 3.8%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694억원으로 34.3% 증가했다. 외형은 줄었지만 수익성은 크게 개선된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LF의 실적 개선 배경으로 재고 관리 강화와 비용 구조 개선을 꼽는다. 패션업계 특성상 재고가 늘어날 경우 할인 판매 비중이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는 구조인데, LF는 재고 정상화와 정상 판매율 확대 등을 통해 마진 구조를 개선한 것으로 평가된다.

신영증권 서정연 연구원은 “재고 정상화와 비용 효율화 등 체력 재정비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정상 판매율 확대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패션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외형 성장보다 이익 중심 경영 전략이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한섬은 프리미엄 브랜드 경쟁력을 기반으로 업황 둔화 속에서도 실적 회복 흐름을 보였다. 한섬은 지난해 4분기 매출 4637억원으로 전년 대비 6.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72억원으로 30.1% 늘었다.

한섬은 ‘타임’, ‘마인’, ‘시스템’ 등 고가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 민감도가 낮은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패션 소비 둔화 속에서도 안정적인 수요를 유지할 수 있는 구조라는 평가다. 또 핵심 브랜드 중심 전략과 재고 관리 개선 등이 실적 회복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핵심 프리미엄 브랜드 중심 전략과 재고 관리 개선 효과로 실적 턴어라운드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패션 사업 부진 영향으로 실적 압박을 받고 있다. 패션 소비 둔화와 일부 브랜드 실적 부진이 겹치면서 사업 구조 재편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신세계인터내셔날 매출은 3443억원으로 5.6%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이 28억원으로 늘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그동안 수입 패션 브랜드와 자체 브랜드 사업을 동시에 운영해왔지만 최근에는 수익성이 높은 사업 중심으로 전략을 재편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패션 사업의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화장품 등 경쟁력이 있는 사업 부문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구조를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 매출은 약 2조원 규모를 유지하며 국내 패션 대기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사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빈폴’, ‘준지’, ‘구호’ 등 자체 브랜드와 해외 브랜드 사업을 동시에 운영하며 안정적인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점이 특징이다. 또한 패션 사업이 삼성물산 전체 사업 구조에서 일부를 차지하는 만큼 실적 변동성도 상대적으로 낮은 구조다.

패션 산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 역시 기업 전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는 2026년 패션 산업 키워드로 ‘WILLOW(윌로우)’를 제시했다. 불확실한 시장 환경 속에서도 버드나무처럼 유연하게 대응하는 전략이 중요해진다는 의미다. 연구소는 저성장 국면 속에서도 취향 중심 소비 확대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운영 효율화, 경험 소비 확대 등 변화가 동시에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패션 산업이 고성장 단계에서 성숙 단계로 접어들면서 기업별 전략 차이가 실적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브랜드 확장과 외형 성장 경쟁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재고 관리와 브랜드 경쟁력 등 내실 경영이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며 “소비 둔화 상황이 이어질 경우 이러한 전략 차이가 실적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심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