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저튼4’ 하예린 “동양계 배우 대변에 책임감…외조모 손숙 ‘자랑스럽다’고” [들어봤더니]

‘브리저튼4’ 하예린 “동양계 배우 대변에 책임감…외조모 손숙 ‘자랑스럽다’고” [들어봤더니]

넷플릭스 시리즈 ‘브리저튼4’ 기자간담회

기사승인 2026-03-04 17:45:51
배우 하예린.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서바이버스’, 드라마 ‘헤일로’를 통해 글로벌 시청자에게 자신을 각인시킨 하예린이 ‘브리저튼’ 시즌4로 또 한 번 할리우드 내 동양인 배우의 입지를 다지는 데 기여했다. 그는 4일 오후 서울 명동1가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브리저튼’ 시즌4(이하 ‘브리저튼4’) 기자간담회를 열고 작품 관련 내용과 배우로서의 목표를 밝혔다.

‘브리저튼’은 19세기 영국 상류사회를 뒤흔든 스캔들과 로맨스를 다룬 작품이다. 지난 1월29일, 2월26일 두 파트로 공개된 시즌4는 결혼에 무심한 자유로운 영혼 베네딕트 브리저튼(루크 톰슨)이 가면무도회에서 만난 은빛 드레스의 여인과 하녀 소피 백(하예린) 사이에서 사랑과 정체성, 계급의 경계를 넘나드는 로맨스를 그린다. 

‘브리저튼4’는 한국계 호주인 하예린이 새로운 캐릭터로 합류해 국내외 주목을 받았다. 동양인 배우가 시리즈 여자주인공으로 발탁된 것은 처음이라 더욱 화제를 모았다.

하예린은 극중 소피 백으로 분했다. 소피 백은 하녀 신분이지만 넘치는 기지와 매력을 갖춘 인물로, 단숨에 베네딕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는 “위트 있고 지능이 뛰어난 하녀”라면서 “겉은 강하고 속은 연약한데 이 이중성과 복잡한 면모가 재밌었다”고 소피 백을 소개했다.

캐스팅 비하인드에 대해서는 “외국에서는 셀프 테이프를 많이 보낸다”며 “에이전트한테 전화가 왔을 때 한국에 있었고 태안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었다. 에이전트가 ‘브리저튼’ 아냐고 연락왔다. 오디션이 있는데 24시간 안에 장면 두 개를 보내라고 하더라. 하루 만에 외우고 찍어서 보냈다. 당연히 답이 안 올 줄 알았다. 그런데 며칠 후 콜백이 왔다”고 말했다.

하예린은 인기 글로벌 시리즈 주연에 다음 시즌 출연도 확실시된 만큼 기쁨과 동시에 부담도 컸다고 돌아봤다. 특히 수위 높은 노출 신도 소화해야 했기에 고민도 많았단다. 그는 “화면으로 비치는 여자의 몸을 비평하고 판단하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두려움도 있었다”며 “한국은 미의 기준이 더 엄격하다. 제 몸을 바라보는 시선이 특정한 방향으로 흘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 우려는 현장에서 덜어낼 수 있었다고 했다. 하예린은 “관련 코디네이터분이 수위 있는 장면을 안무처럼 짜주셨다. 배우뿐만 아니라 스태프까지 그런 장면을 촬영할 때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셨다”고 강조했다. 또한 “두렵더라도 도전하고 해냈지 않나. 그 두려움을 비로소 넘어섰을 때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배우 하예린. 넷플릭스 제공

하예린의 외할머니이자 중견배우인 손숙은 조언 대신 응원을 보냈다. 하예린은 “할머니가 다 봤다고 사진을 보내셨는데 후배들이랑 같이 보신 것 같았다. 할머니가 눈이 안 좋으신데 TV 가까이서 보시고 ‘자랑스럽다, 사랑해’라고 문자를 보내셨다. 마음이 따뜻하면서도 짠했다”고 전했다.

베네딕트로 분한 루크 톰슨과의 케미스트리는 자연스럽게 구축됐다. 하예린은 “억지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다행히 촬영이 (작품 속) 시간 순서대로 이뤄졌다. 소피와 베네딕트가 알아가는 것처럼 서서히 케미스트리를 쌓아갈 수 있었다”며 “루크 톰슨과 웃음코드가 비슷하다. 친구로서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고 밝혔다.

‘브리저튼4’는 높은 화제성과 호성적을 기록했다. 파트1, 파트2 모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쇼 1위를 차지했고, 이날 국내 차트 2위에 올랐다. 하예린은 “오늘 한국에서 2위까지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외국 작품이 차트 올라가는 게 쉽지 않다고 하는데 많이 놀랐다.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실감이 안 난다”며 웃었다.

이처럼 하예린은 동양인 배우로서 할리우드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이 운 때문이라는 생각에 종종 불안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굉장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동양인 배우를 대변하는 일에서 제가 갈 길이 멀다. 변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어서 기쁘다. 이 업계에 올 사람들을 위해 제가 변화를 이룰 수 있다면 기쁘게 감당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브리저튼4’ 프로모션 과정 중 불거진 인종 차별 의혹에 대해서는 “의도적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이 왜 그렇게 반응했는지 이해되는 지점은 있다”고 했다. 이어 “사람들이 그 상황을 이해하고 관용을 보일 수 있는 기회이자 다양한 매체가 그런 디테일을 간과하면 안 된다고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지나친 비난이나 혐오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