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추진해 온 ‘감사의 정원’ 조성 사업에 공사 중지 명령이 떨어졌다. 국토교통부는 광화문광장 내 감사의 정원이 국토계획법과 도로법을 위반한 사실을 확정했다. 시에서 관련 절차를 이행할 때까지 공사가 중지될 예정으로, 다음달 준공 목표였던 사업은 사실상 무기한 미뤄지며 안갯속이 됐다.
국토부는 3일 “국토계획법 제133조에 따라 감사의 정원 사업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사업에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도시계획시설인 도로·광장에 그와 무관한 지하 전시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포함한 개발행위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는 지하 전시 시설을 별도의 도시계획시설(문화시설)로 결정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달 9일 감사의 정원 조성에 대한 공사 중지 명령을 사전 통지했다. 시는 관련 의견서를 같은 달 23일 제출했다고 밝히며 “국토부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 국토계획법에서 정한 절차를 즉시 보완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감사의 정원은 6·25 전쟁 참전국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은 상징 공간으로, 지난해 11월 착공해 다음달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공사 중지 명령은 시가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 절차를 이행하기 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이탁 국토부 1차관은 “도시계획시설을 설치 또는 변경하려면 주민 의견 수렴, 관계 행정 기관 협의 등 적법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며 “이번 사례는 지방정부와 민간 도시계획시설 사업자가 법률이 정한 절차를 충실히 이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토부를 비롯한 중앙정부와 시 사이에 갈등이 계속돼 온 만큼, 6·3 지방선거 전 공사를 재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종묘(宗廟) 인근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 역시 정부의 제동으로 사실상 멈춘 상황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절차 진행상의 경미한 사항을 문제 삼아 (감사의 정원) 공사를 중지하라는 것은 무리한 행정”이라며 국토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감사의 정원 공정률은 지난 1월 기준 55% 수준이다. 관련 설계 공모를 실시한 지난해부터 약 13개월간 총 79억원 이상이 지출됐다. 4일 서울재정포털에 따르면, 감사의 정원 사업에 배정된 예산현액은 올해 기준 158억4418만3050원이다. 지난해에만 43억9913만187원이 쓰였고, 올해 2월12일까지의 지출액은 35억2363만원으로 나타났다.
의장대 사열을 본뜬 ‘받들어총’ 모양의 공간 설계를 정하는 데도 지출액이 발생했다. 세종로공원·상징 조형물에 대한 설계 공모 보상금은 총 1억5000만원으로 책정됐다. 또 당선작을 확정해 실시설계 등 용역을 추진하는 단계에서는 3억5865만원이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공사 중지 명령에 따라 지난해 2월부터 꾸준히 억대의 예산을 투입한 사업에 브레이크가 걸린 셈이다.
국토부는 시가 제출한 의견서대로 안전 확보 조치는 공사 중지 명령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의견서에 대해 “공사장 안전 확보 필요성, 인명 피해 방지, 불필요한 재정 손실 최소화 등을 위해 공사장 안전 확보 시(1층 바닥 슬래브 공사로 원상 복구)까지 이행될 수 있도록 국토부의 협조를 요청했다”고 했다.
이에 시는 오는 20일까지 지하 전시실의 상판 덮개를 시공하고 기존 지하 외벽을 보강해야 한다. 바로 다음날인 21일 광화문광장 일대에 BTS 공연이 열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국토부가 시의 안전 조치 필요성을 일부 수용했다”며 “상판 덮개 시공 등 안전 조치를 완료하도록 허용한 것은 다행”이라고 전했다. 시 관계자는 “공장에서 조립식으로 제작된 상판을 설치해도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오 시장은 지난달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실시계획 확정·고지 절차에 대한 권한은 서울시장에게 있다”며 “서울시도 저항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서울시의회 시정 질문에서는 ‘저항권 차원에서 고소할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 “필요하면 해야 한다”며 “굳이 그 점을 먼저 언급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