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정말 시기를 놓친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가 한숨을 내쉬며 한 말이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돌파하며 시장 불안이 고조되는 가운데, 외환시장 안정 대책인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도입은 여전히 국회 문턱에 발 묶여 있기 때문이다.
환율은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지난 3일 야간거래에서 한때 1505.8원까지 치솟았다. 전일 대비 65.8원 급등한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원선을 돌파한 것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미·이스라엘과 이란 간 지정학적 리스크가 ‘강달러’에 불을 붙인 결과다. 환율 불안은 외풍에 취약한 한국 경제 구조상 심각한 악재다.
하지만 환율 방어의 구원투수로 꼽혔던 RIA 도입은 감감무소식이다. RIA는 해외 주식을 처분한 자금을 국내 자산에 재투자할 경우, 해외 주식 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해 주는 조세특례 제도다. 정부는 이를 통해 환율 안정을 도모하고 국내 자본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올해 1분기 안에 매도 시 100% 공제, 2분기 80%, 하반기 50% 수준으로 공제율을 차등 적용하는 밑그림도 제시했다.
문제는 입법 지연이다. RIA 도입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지난 1월 발의됐지만 여야 대치 속 계류 중이다. 당초 공언했던 2월 시행은 이미 물 건너갔고, 1분기 내 도입도 불투명해졌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본격적인 ‘선거 모드’로 전환될 경우, 법안 자체가 폐기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출시가 지연될수록 정책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제도 시행이 3월 이후로 밀리면 1분기 내 전액 공제 혜택을 통해 자금 유입을 극대화하려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소급 적용이나 적용 시점 확대 등 보완책이 거론되지만, 이 역시 국회 합의가 필수적이라 불확실성이 크다. 3월 내 입법이 무산되면 차등 공제율 체계의 전면 재조정도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제때 시행됐다면 유입 자금이 증시의 든든한 기초 자산이 됐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시행 시점에 증시 상승 동력이 부족하면 자금 회귀 효과마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늑장 대응은 정책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져 한국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만 더할 뿐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쟁 장기화 시사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지금, 물가·환율·증시 전반의 위기 관리를 위한 협력이 절실하다. 민생을 외치면서 정작 국민 삶과 직결된 경제 입법을 외면한다면 그 논의는 공허하다. 국회는 정쟁에 앞서 입법 성과로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경제 골든타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