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란과 이스라엘이 5일 서울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중동 사태에 대한 자국의 입장을 밝혔다. 양측은 상대방을 강하게 비판하며 군사 충돌의 책임과 정당성을 둘러싼 외교전을 벌였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군사적 침략”이라고 규정하며 “유엔 헌장을 정면으로 위반한 불법적인 무력 사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침략적 조치를 규탄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규칙과 법을 지키기 위한 일”이라며 “이번 공격에 침묵한다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에 동의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이 분쟁을 멈추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쿠제치 대사는 특히 이란이 미국과 핵 협상을 진행하던 상황에서 공습이 이뤄진 점을 지적하며 “외교에 대한 명백한 배신”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미국이 군사작전을 위한 수단으로 외교를 이용해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격 명분으로 언급한 ‘이란 핵무기 개발’ 의혹에 대해서는 “정치적 구실에 불과한 허위 정보”라며 부인했다. 그는 이란이 핵무기 제조와 보유‧사용을 금지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종교적 명령(파트와)에 따라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있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에서도 군사적 목적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포함한 전 세계의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기존 이란 정부의 입장을 강조하며 “국제사회가 잘 알고 있듯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는 이란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등과의 추가 협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란에 대한 침략이 먼저 중단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현재 불법적이고 전면적인 공격이 계속되고 있어 어떤 협상 테이블에도 앉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전쟁 장기화 가능성도 언급했다.
쿠제치 대사는 “미군이 아랍 국가들을 군사기지로 이용해 이란을 공격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란은 이에 대한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지상군 투입에 나설 경우 대규모 인명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란의 대응은 보복이 아니라 정당방위이며 침략이 완전히 중단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라파엘 하르파즈 주한 이스라엘 대사도 서울 종로구 한 비즈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하르파즈 대사는 이번 작전의 목적에 대해 “이란의 핵 개발 시설과 탄도미사일 제작 능력을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이 지난해 6월 이후 핵 시설을 지하 깊숙한 곳으로 이전하려 했고 탄도미사일 생산을 확대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작전은 이란의 핵 개발과 탄도미사일 능력을 제거하는 동시에 이란 시민들이 원하는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어떠한 국가도 핵무기를 통해 상대 국가의 존재를 없애려는 적대적인 정권을 좌시할 수 없다”고 당위성을 드러냈다.
다만 하르파즈 대사는 이날 이란의 핵 시설 이전 등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또한 이는 당시 이란 핵 시설 대부분을 파괴해 재기 불능 상태로 만들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과도 배치되는 부분이다.
하르파즈 대사는 1994년 1차 북핵 위기를 언급하며 북한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었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현재 우리는 북한이 40~60기의 핵무기를 보유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이처럼 공격적이고 극단적인 정권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이란을 공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북한 핵 문제를 초기 단계에서 충분히 억제하지 못한 결과 핵 능력이 고도화된 점을 교훈 삼아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또 이란 정부가 지난 1월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해 3만명 이상의 시민이 사망했다는 점도 공격의 명분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하르파즈 대사는 향후 종전 조건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면서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전쟁이 ‘끝없는 작전’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은 이란이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을 때 끝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주가 지나야 전쟁 종결 조건에 명확히 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 측이 주장한 여자 초등학교 피격 및 사망 사건에 대해 하르파즈 대사는 “현재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라면서도 “이스라엘은 민간 시설을 의도적으로 공격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 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관련 주장에 대해 “허위 정보일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이란 당국은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미나브 지역의 한 초등학교 학생 165명이 숨졌다고 발표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