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치료 패러다임 바뀌는데”…낡은 급여체계에 가로막힌 ‘파드셉’ 병용요법

“항암 치료 패러다임 바뀌는데”…낡은 급여체계에 가로막힌 ‘파드셉’ 병용요법

40년 만의 요로상피암 표준치료 등장
급여 논의 진전 없어…비싼 가격에 치료 포기
“가장 효과적인 치료 옵션, 초기 치료 단계서 사용돼야”
“타사 간 신약 병용요법 가치 협상 논의돼야”

기사승인 2026-03-12 15:29:26
김인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12일 한국아스텔라스가 서울 강남구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 센터에서 개최한 ‘혁신 신약 병용요법 시대, 환자 접근성 개선을 위한 과제’ 주제의 미디어 세션에서 발표하고 있다. 신대현 기자

고령 암환자가 증가하며 ‘병용요법’이 항암 치료의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건강보험 급여체계가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도적 한계로 인해 환자의 신약 접근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인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12일 한국아스텔라스가 서울 강남구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 센터에서 개최한 ‘혁신 신약 병용요법 시대, 환자 접근성 개선을 위한 과제’ 주제의 미디어 세션에서 “혁신 신약 병용요법은 두 약제가 함께 사용되는 치료 전략으로, 임상적 효과가 입증된 치료”라며 신약 병용요법 급여체계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병용요법이란 두 개 이상의 항암 치료제를 함께 투여해 기존 항암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완치 가능성까지 높인 치료요법을 말한다. 국내에 들어온 항암제들도 병용요법이 대세다. 김 교수에 따르면 최근 허가된 신약 항암제의 약 80%가 병용요법 형태로 개발될 만큼 암 치료 패러다임이 단일제 중심에서 병용제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병용요법 도입 속도는 점점 빨라져 국내에서 지난 10년간 허가된 혁신 신약 병용요법 71건 가운데 약 75%(54건)이 최근 5년 내 승인됐다.

병용요법 임상시험도 활발하다. 2022년 기준 최근 10년간 미국 국립보건원(NIH) 임상시험등록 사이트 ‘ClinicalTrials.gov’에 등록된 전체 항암제 임상시험 중 약 43%가 면역항암제 포함 임상시험이다. 또 2021년 기준 5년간 면역항암제(PD-1/PD-L1 억제제) 임상시험은 약 3배 증가해 그 중 83%가 병용요법 임상시험이다. 반면 2007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승인된 항암제 임상 연구 중 단독요법 비중은 70%에서 20~30%로 급감했다.

김 교수는 “FDA 승인 현황을 봐도 병용요법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대세에 가까운 흐름이다. 앞으로는 두 가지뿐 아니라 세 가지, 네 가지 약제를 병용하는 임상시험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면역항암제는 생각보다 독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다른 약제와 병용했을 때도 독성 관리가 가능하고, 장기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항암 병용요법의 목표는 결국 환자의 생존을 늘리고 암을 더 오래 통제하는 것이지만, 급여를 적용받지 못해 비용 때문에 치료를 지속하지 못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요로상피세포암 분야에서 표준옵션으로 부상한 아스텔라스의 ADC(항체약물접합체) ‘파드셉’(성분명 엔포투맙 베도틴)과 MSD의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이 꼽힌다.

요로상피암은 약 40년 만에 파드셉이라는 신약이 등장했지만, 국내 허가 이후 1년 8개월이 지나도록 급여 기준이 설정되지 않아 환자 치료 접근성이 제한되고 있다. 이는 영국에서 지난 2024년 10월 허가 이후 10개월 만에 급여가 이뤄진 것과 배치된다.

전이성 요로상피암 1차 치료에서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은 기존 항암화학요법의 한계를 뛰어넘는 임상적 성과를 입증했다. 임상시험 결과 파드셉+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은 기존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 대비 전체 생존기간(mOS)을 약 두 배 수준인 33.8개월까지 연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파드셉 1차 병용요법은 현재 미국 국립종합암네트워크(NCCN)와 유럽종양학회(ESMO) 가이드라인에서 전이성 요로상피암 1차 치료로 우선 권고되고 있다.

실제 임상현장에서도 파드셉 병용요법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김 교수가 소개한 51세 남성 환자 사례에 따르면 환자는 구역과 구토로 병원을 찾았는데, 검사 결과 복강 내 큰 종양이 장을 압박하고 있었다. 다발성 전이 요로상피암이었다. 환자는 파드셉과 펨브롤리주맙 병용치료를 시작했고, 치료 약 한 달 반 후 CT(컴퓨터단층촬영)에서 큰 종양이 거의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환자의 상태도 좋아졌다. 김 교수는 “이처럼 실제 임상에서도 신약 병용요법으로 환자의 삶의 질과 치료 반응이 크게 개선되는 사례를 경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환자에게 효과적인 약이 있으면서 비용 때문에 치료를 지속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68세 여성 환자의 경우 파드셉 병용요법 치료 효과가 좋았지만, 환자가 경제적 이유로 투약을 중단하면서 암이 다시 빠르게 진행됐다. 김 교수는 “임상 현장에서 환자에게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있다는 사실을 설명해야 하지만 비용 부담 때문에 실제 치료를 지속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임상적 효과가 충분히 입증된 병용요법은 개별 약제가 아닌 치료 전략 전체의 가치로 평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자의 생존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치료 옵션을 초기 치료 단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파드셉 병용요법이 실제 임상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두 약제 모두에 대한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한길 이화여대 약학대학 교수가 12일 한국아스텔라스가 서울 강남구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 센터에서 개최한 ‘혁신 신약 병용요법 시대, 환자 접근성 개선을 위한 과제’ 주제의 미디어 세션에서 발표하고 있다. 신대현 기자

정책 측면에서도 병용요법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작년 10월 파드셉+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은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에서 급여 기준이 설정된 바 있으나, 타사 간 신약 병용요법이라는 특성상 관련 급여 평가에 대한 세부 기준의 부재로 급여 논의에 진척이 없는 상태다.

이한길 이화여대 약학대학 교수는 “현재 국내 건강보험 급여 체계는 단일 약제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타사 간 신약 병용요법을 평가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혁신 신약 병용요법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하고,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선 기존 급여 평가 체계와 프로세스를 현실에 맞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혁신 치료 전략이 실제 환자에게 전달되기 위해선 병용요법 급여 제도 개선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정부는 적극적 중재자로서 혁신 신약 중심의 병용요법 가치를 올바르게 평가하는 검토 체계를 구축하고, 환자 접근성을 향상시킬 실질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 산하에 가칭 ‘병용요법 소위원회’를 설치해 타사 간 신약 병용요법의 가치 평가와 협상 구조를 논의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