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상승과 소비 둔화가 겹치면서 국내 식품업계가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 감축에 나서는 한편 공장 통폐합과 조직 통합, 자회사 흡수합병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경영 효율화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식품기업들이 최근 희망퇴직을 통해 조직 슬림화에 나서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4월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올해 2월 추가 신청을 받았다. 대상은 1981년 이전 출생자(45세 이상) 가운데 근속 10년 이상 임직원이다. 회사는 법정 퇴직금 외에도 최대 24개월 치 급여와 재취업 지원금, 자녀 학자금 등을 지원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는 수익성 부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롯데웰푸드는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4.2% 증가한 4조216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095억원으로 전년보다 30.3% 감소했다. 작년 4분기에는 10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카카오와 유제품 등 원재료와 일회성 비용 부담의 영향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급변하는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조직 구조 효율화에 나선다”며 “이를 위해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빙그레 역시 올해 초 희망퇴직 절차를 진행했다. 해태아이스크림 인력을 포함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은 2021년 이후 처음이다. 빙그레는 오는 4월 해태아이스크림과의 합병을 앞두고 조직 통합 작업을 진행 중이다. 빙그레의 지난해 매출은 1조4896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83억원으로 전년 대비 32.7% 감소했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파리바게뜨와 파스쿠찌 등을 운영하는 파리크라상은 지난달 과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는 2023년 11월 이후 약 2년 만에 이뤄진 조치다.
식품기업들은 인력 감축뿐 아니라 생산 거점 재편과 조직 통합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경영 효율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생산 체계 정비에 나섰다. 전국 6개 공장 가운데 광주공장과 오포공장의 폐쇄를 준비 중이다. 회사 측은 전사적인 생산거점 효율화를 위한 경영상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매일유업은 최근 건강기능식품 자회사인 매일헬스뉴트리션을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매출 둔화와 누적 적자를 고려해 별도 법인 운영에 따른 부담을 줄이고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업계에서는 최근 이어지는 희망퇴직과 생산 거점 재편, 자회사 흡수합병 등의 배경으로 비용 부담 확대를 꼽는다. 환율 상승과 국제 정세 불확실성으로 원재료비와 물류비 등이 잇따라 오르며 기업들의 비용 압박이 커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와 높아진 소비자 가격 민감도로 제품 가격에 이를 반영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해 인력 구조 조정이나 생산 체계 정비 등 조직 효율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환율 상승과 국제 정세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식품업계의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며 “식품은 생활 필수재 성격이 강해 가격 인상이 쉽지 않은 만큼 단기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조직이나 생산 효율화를 통한 구조적 개선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가 안정 기조에 대한 압박까지 이어지고 있어서, 이런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