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공급가’ 초점,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됐지만…출렁이는 유가 반영될까

‘정유사 공급가’ 초점,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됐지만…출렁이는 유가 반영될까

기사승인 2026-03-12 20:02:56
한 시민이 주유를 하고 있다. 박효상 기자  

이란 전쟁 등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세에 국내 주유소 기름값도 급등하면서, 정부가 당초 예고한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을 공식화했다.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공급가격을 통제해 기름값의 상한을 제한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공급 축소 우려, 손실 보전 등 대안을 넘어, 최고가격이 현재 시시각각 급락을 반복하는 국제유가를 적절히 반영할 수 있을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인다.

12일 산업통상부는 석유제품 가격 안정 방안의 일환으로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해당 고시의 관보 게재 시점은 13일 0시로, 즉시 효력이 발휘된다.

전쟁 전 배럴당 70달러대(브렌트유 기준)였던 국제유가는 최근 100달러를 웃돌며 고공행진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쟁 조기 종료’ 발언으로 급락 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재차 반등하며 매우 불안정한 상태로 90달러대에 머물러 있다. 

중동 상황 발생 후 최근 국내 기름값은 휘발유·경유 각각 리터(L)당 200원·300원 이상 상승했다. 통상 국제유가는 국내 기름값에 1~2주 시차를 두고 반영되지만, 불안 심리 등에 따라 업계에서 선(先)반영한 데 따른 영향이다.

이에 정부는 정유사의 주간 단위 세전 공급가격인 ‘기준가격’을 평시(가격급등 전) 형성 가격으로 책정하고 이를 국제 석유제품가격(MOPS) 변동률과 곱해, 여기에 제세금(교통세·개별소비세·부가가치세 등)을 합산하는 방식으로 최고가격을 산정하기로 했다. 이러한 최고가격은 2주 단위로 설정한다는 방침이다. 1차 최고가격은 정유사 공급가 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으로 설정됐다.

정부는 최고가격 설정에 따라 정유사가 내수 판매 물량을 수출로 돌리거나 공급을 축소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수출 물량을 2025년 같은 기간 수출 물량의 100% 수준으로 제한하고 필요 시 조정하도록 했다. 또, 이번 제도 시행에 따른 정유사 손실 보전을 위해 정유사 자체 산정(공인 회계법인 심사 포함) 후 정부가 검증해 추후 정산해주는 방안도 마련했다는 방침이다. 

시장 왜곡 방지, 손실 보전 등 명확해야…시차 반영 우려도

그러나 제도 도입 이전부터 업계에서 제기됐던 우려는 여전하다. 정부는 이번 계획안을 통해 정유사의 공급 축소 행위 등을 방지하기 위한 ‘매점매석 고시’를 시행한다고 밝혔지만, 근본적으로 인위적인 가격 제한에 따른 시장 가격 형성 왜곡 우려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한국은행 역시 이날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석유 최고가격제가 단기적으론 소비자 부담을 완화할 수 있으나, 도입 기간이 길어질수록 초과 수요 발생 등 시장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가격 제한에 따른 정유사 손실 보전 방안도 명확하지 않아 잡음이 우려된다. 정유사가 자체 산정한 후 정부가 회계·법률·교수 등으로 구성된 ‘최고액 정산위원회’를 통해 검증해 ‘사후정산’하는 방식이 예고됐는데, 정유사별로 원유 도입 시차가 존재하는 등 상이한 원가를 정부가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한국과 유사하게 휘발유 소매가격을 170엔대로 제한한 일본의 경우, 정유사 등 도매 단계에서 170엔 이상의 비용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자금은 석유류 가격 변동을 완화하기 위해 조성해놓은 기금 약 2800억엔(약 2조6000억원)을 활용한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석유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를 만들어 공급망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손실 보전에 투입되는 세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나 형평성 논란도 예상되는 만큼, 가격을 억지로 막기보다는 유류세 인하나 에너지 절약 유도 등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국제 정세 변화 등에 따라 하루가 다르게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국제유가를 최고가격이 적절히 반영할 수 있을지 또한 미지수다. 이번 1차 최고가격의 기준가격은 중동 사태 이전인 ‘2월 4주차’의 정유사 공급가격을 기준으로 하지만, 향후 지금과 같은 선반영 영향이 아닌 실제 국제유가 등락에 따른 영향이 본격화하면 주간평균만으로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석유업계 한 관계자는 “민생 체감이 큰 기름값에 대한 정부의 정상화 의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너무나도 큰 데다 이란 사태가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시장 전체가 자칫 큰 리스크를 떠안게 될 수도 있다”며 “제도 시행과 함께 유류세 인하, 시장 안정화 등 함께 동반될 정책의 구체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