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의 봄’ 오나… 미·이란 전쟁 발발 속 우리 기업의 생존 해법은 [현장+]

‘테헤란의 봄’ 오나… 미·이란 전쟁 발발 속 우리 기업의 생존 해법은 [현장+]

-신동찬 변호사 “불가항력 조항, 이제는 기업의 생사 가르는 칼날”
-이근욱 교수 “트럼프의 ‘전략 없는 전쟁’, 출구 전략 부재가 가장 큰 리스크”

기사승인 2026-03-18 18:30:55 업데이트 2026-03-19 14:41:54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중동 정세 변화와 우리 기업의 대응 바안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는 신동찬 변호사. 이수민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미·이란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며,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는 등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이에 상황을 관망하는 것을 넘어, 공급망 혼란에 따른 ‘불가항력’ 조항 검토와 미국의 무분별한 경제 제재에 대응하는 법률적 거버넌스 구축으로 ‘각자도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18일 서울 테헤란로에서 열린 '미·이란 전쟁과 우리 기업의 대응'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지금의 상황을 "단순한 유가 상승을 넘어선 법적·지정학적 총력전"으로 규정했다.

첫 세션의 발표자로 나선 신동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계약서상의 ‘불가항력(Force Majeure)’ 조항을 짚었다. 신 변호사는 “과거에는 계약서 말미에 위치해 아무도 협상하지 않던 ‘보일러 플레이트(표준 문구)’ 조항이었지만, 지금은 기업들이 가장 열심히 들여다봐야 하는 생존 조항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계약서에 ‘전쟁’이라는 단어가 없다고 당황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무력 충돌, 적대 행위, 봉쇄, 심지어 정부의 행위라는 표현만 있어도 충분히 다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불가항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회피 노력’이 필수다. 신 변호사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혔을 때 UAE 후자이라(Fujairah) 항구 같은 대체 항로를 이용하려 했는지, 송유관 활용을 검토했는지 등의 노력이 증명되어야 채무불이행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독특한 행보에 대한 분석도 이어졌다. 신 변호사는 “트럼프 정부가 유가 안정을 위해 러시아산 원유 제재를 푸는 이른바 ‘언섹션(Un-sanction)’ 카드를 꺼내 들었다”며 지난 12일 발표된 ‘일반 라이센스 134번’에 주목했다. 이는 제재 대상인 러시아 선박에 실린 원유라도 특정 조건 하에 판매를 허용하는 조치다.

신 변호사는 “정부가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UAE 원유 도입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이러한 미국의 제재 완화 기조를 활용해 러시아산 원유를 국내로 들여올 방법을 적극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이미 사할린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예외 승인을 받아 뒷구멍을 열어뒀는데, 우리 정부는 유가 상한제나 5부제 같은 수요 억제책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욱 서강대 교수는 이번 전쟁의 지정학적 위험성을 더욱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이 교수는 현재 상황을 ‘전략 없는 전쟁’이라 명명하며, “미국이 이란과 싸워 도대체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 목표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란의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의 사망을 ‘승리’로만 볼 수 없다는 분석이 눈길을 끌었다. 이 교수는 “군 통수권자가 사라지면 전쟁을 끝낼 권한을 가진 주체도 사라진다”며, “미국은 4주면 끝날 전쟁이라고 호언장담하지만,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뿌리며 장기전으로 끌고 갈 수단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탱고를 추려면 두 명이 필요하듯, 미국 혼자 끝내고 싶다고 끝낼 수 있는 전쟁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가 이번 전쟁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 중동이라는 수렁에 빠져 요격 미사일 자산을 소진하는 동안 중국은 이를 기회로 활용하려 할 것”이라며 “나폴레옹의 말처럼 상대방이 멍청하게 행동할 때는 옆에서 그냥 구경하는 법”이라고 꼬집었다.

우리 기업들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이 교수는 “중동의 군비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나 현대로템 같은 방산주는 유망하겠지만, 우리가 UAE의 동맹국으로서 참전 요구를 받을 가능성 등 외교적 숙제도 커졌다”고 분석했다.

세미나를 마무리하며 신동찬 변호사는 “은행들이 제재 위반 여부와 상관없이 거래를 끊는 ‘디리스킹(De-risking)’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기업들은 자발적인 민간 제재에 대비해 전문가와 상의하여 꼼꼼한 컴플라이언스(법규 준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