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도보다 속도와 자극적 소재로 승부를 봤던 ‘쇼트폼 드라마’ 시장에 유명 감독 및 배우들이 뛰어들고 있다. 영화 ‘극한직업’ 이병헌 감독과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 그리고 배우 고주원, 김정은, 박한별, 성훈, 이동건, 이상엽 등이 대표적이다. 신진 제작자나 신인 배우가 쇼트폼 드라마를 통해 이름을 알리고 레거시 미디어로 진입하는 기존 흐름과는 정반대의 양상이다.
쇼트폼 드라마는 스마트폰에 맞춰 제작된 1~3분 분량 세로형 콘텐츠다. 대개 치정, 복수 등을 다루며 이른바 ‘막장드라마’ 문법을 닮았다. 개연성 없이 전개가 굉장히 빠르다는 것, SNS 광고를 통한 유입을 꾀한다는 것 또한 특징이다.
이 시장은 드라마박스, 릴쇼트 등 중국계 플랫폼이 일찌감치 선점했다. 해당 플랫폼들이 유통하는 드라마 대다수는 양산형이다. 초반 회차로 유료 결제 및 구독을 끌어내는 것이 목적이므로 검증된 소재와 전개 방식을 천편일률적으로 취한다. 총제작비는 1~2억으로 미니시리즈 한 회당 제작비보다 적거나 유사해 시각적인 만듦새조차 담보하기 어렵다. 제작비 수십 배에 달하는 비용은 마케팅에 쓰인다.
국내에서도 상황이 크게 다르진 않았으나 기성 콘텐츠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 키다리스튜디오, KT스튜디오지니, 쇼박스 등이 전면에 나서고 스타 감독까지 가세하며 공기가 바뀌고 있다. 이병헌 감독은 지난달 레진스낵을 통해 ‘애 아빠는 남사친’을 공개하며 시류에 탑승했다. 레진스낵은 지난 2월 키다리스튜디오를 모기업으로 둔 레진엔터테인먼트가 론칭한 쇼트폼 드라마 전문 플랫폼이다. 이준익 감독 역시 레진스낵과 손잡고 올 상반기 ‘아버지의 집밥’ 촬영에 돌입한다. 이 작품에는 배우 정진영, 이정은, 변요한 등이 출연한다.
후발주자로서 이들의 참전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미디어 파트너스 아시아에 따르면, 전 세계 쇼트폼 드라마 산업 규모는 지난해 120억 달러(약 17조8600억원)로 추산되며 2030년에는 약 260억 달러(약 38조69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기존 콘텐츠는 투자, 캐스팅, 편성까지 기다림의 연속이다. 쇼트폼 드라마는 2~3개월간 집중적으로 작업하면 바로 나온다. 그런 점이 감독한테 매력적인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기성 배우들이 쇼트폼 드라마로 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 따르면 플랫폼과 제작사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대개 개런티는 제작비에 포함되며 10~20% 등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 아무리 인기 배우라고 해도 일정 금액 이상을 받긴 어렵다고 전해진다. 필모그래피 측면에서도 콘텐츠 특성상 탄탄하다는 인상은 없다. 매니지먼트 관계자들은 단기 수익이나 가시적 성과 창출보다 향후 기회에 투자하는 것에 가깝다고 입을 모았다.
매니지먼트 관계자 A씨는 “쇼트폼 시장이 점차 커지는 데다 글로벌 콘텐츠이기 때문에 배우의 활동 영역을 넓힐 기회라고 생각했다. 중국 같은 서비스가 제공되는 나라에서 연락이 올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미니시리즈에서 해보지 못했던 연기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긍정적이었다”고 밝혔다. B씨는 “현장이 녹록지 않고 이것저것 따지면 크게 남는 건 없지만 감독님과의 유대나 호흡도 생각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C씨는 “6개월 촬영해서 억대 출연료를 받는 배우는 소수다. 들인 시간(약 7일) 대비 금액을 따졌을 때 나쁘지 않다”면서 “길게 쉬는 것보단 쇼트폼 드라마로 노출돼서 공백기를 끊어 가는 게 나은 경우도 있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