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CR’ 출격하는 K-바이오…기술력·사업성 입증 나선다

‘AACR’ 출격하는 K-바이오…기술력·사업성 입증 나선다

ADC부터 AI 신약까지…차세대 플랫폼 전면에
알지노믹스, ‘RZ-001’ 임상 중간 결과 공개
HLB그룹, 미국 자회사 통해 고형암·혈액암 성과 발표
“PoC 데이터 발표, 바이오텍 기업가치 상승 변곡점”

기사승인 2026-03-19 10:20:59
쿠키뉴스 자료사진

오는 4월17일부터 22일까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6)에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대거 참가한다. 업계에선 이번 학회를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연구개발(R&D) 경쟁력을 입증하고, 글로벌 기술수출 및 파트너링 가능성을 가늠할 핵심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AACR은 세계 3대 암학회 중 하나로, 초기 임상과 전임상 단계 혁신 신약 후보물질이 처음 공개되는 대표 무대다. 최근 바이오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기업들이 어떤 데이터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특히 항암 분야에서 항체약물접합체(ADC), 항체분해약물접합체(DAC), 유전자 치료제(CGT), 이중항체, CAR-T(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카티) 치료제,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등 차세대 플랫폼 기술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존재감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알지노믹스다. 알지노믹스는 이번 AACR에서 국내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구두 발표에 나선다. 회사는 항암 유전자 치료제 ‘RZ-001’의 임상 중간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RZ-001은 암세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텔로머라제 메신저리보핵산(mRNA)을 표적해 암세포 사멸을 유도하고, 동시에 면역 반응을 활성화하는 기전의 치료제다.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병용 임상에서 유효성과 안전성 데이터를 제시할 예정이다.

RZ-001은 간암과 교모세포종을 적응증으로 둬 모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희귀의약품(ODD)과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았다. 교모세포종에 대해선 동정적 치료목적 프로그램(EAP) 승인을 획득했다. 간암의 경우 면역항암제 병용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로슈와 셀트리온과 협력을 맺고 임상시험을 위한 면역항암제를 무상으로 공급받고 있다.

오름테라퓨틱은 파이프라인 ‘ORM-1153’의 상세 데이터를 내놓는다. 이 후보물질에는 항체에 질병 단백질 분해 기능을 결합한 DAC 플랫폼 기술이 적용됐다. 회사는 기존 ADC의 한계로 꼽혀온 링커 불안정성을 개선한 독자적 맞춤형 링커 기술을 앞세워 재발성 급성 골수백혈병 환자를 겨냥한 치료 전략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는 “비인간 영장류 반복 투여 연구를 포함한 전임상 데이터는 향후 임상 개발 단계로의 진입 가능성을 뒷받침하며, 기존 세포독성 ADC를 넘어 치료지수를 확장할 수 있는 오름 접근법의 잠재력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에스티는 ADC 등 총 8건의 전임상 연구 성과를 발표하며 항암 파이프라인 확대 전략을 드러낸다. 대표 후보물질 ‘DA-3501’은 위암과 췌장암을 겨냥한 ADC로, 선택적 결합력을 끌어올린 3세대 링커 기술이 적용됐다. 종양 조직에 대한 정밀 타격 능력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그룹사인 에스티팜과 에스티젠바이오가 개발과 생산을 나눠 담당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 연구개발을 넘어 상업화 단계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상 1상 임상시험계획(IND) 신청 예정일은 오는 6월이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이중항체 기반 신약개발 역량을 본격적으로 알린다. 회사는 이중항체에 면역 조절 물질인 사이토카인을 결합한 ‘멀티 앱카인’ 비임상 연구 결과를 처음 공개할 예정이다. 이는 단일항체 중심이던 기존 개발 전략에서 다중항체 플랫폼으로 무게 중심을 옮긴 이후 처음 선보이는 핵심 성과다. 특히 면역항암제 시장의 특허 만료 구간을 겨냥해 면역세포 증식 효과까지 더한 차세대 후보물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빅파마들의 관심을 끈다.

HLB그룹은 미국 자회사(베리스모, 엘레바)를 통해 고형암과 혈액암 분야 성과를 발표한다. 먼저 베리스모는 고형암 CAR-T 치료제 ‘SynKIR-110’의 미국 임상 1상(STAR-101) 중간 결과를 공개한다. 이 후보물질은 기존 CAR-T 치료제의 약점으로 꼽히는 T세포 탈진 문제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 플랫폼 기술이 적용됐다. 해당 연구는 학회 넷째 날인 다음달 20일 공개되며, STAR-101 임상을 이끌고 있는 야노스 타니이(Janos L. Tanyi) 펜실베니아대학교(유펜) 펄먼 의과대학 교수가 발표자로 나선다.

엘레바는 FDA 허가 신청을 마친 ‘리라푸그라티닙’의 차별화 데이터를 발표하며, 상업화 경쟁력을 부각할 예정이다. 남경숙 HLB그룹 바이오전략기획팀 상무는 “이번 AACR 2026 발표는 SynKIR 기반 세포 치료와 FGFR2 표적 항암제 등 HLB그룹 주요 파이프라인의 경쟁력이 임상과 전임상 데이터를 통해 구체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라며 “앞으로도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AI 신약 개발 플랫폼 기반 연구 성과 3건을 발표한다. 핵심은 혈액암 치료제 ‘라스모티닙’과 타 저해제의 병용 투여에서 확인된 암세포 사멸 시너지 효과다. 회사는 이를 통해 기존 치료제 내성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 접근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난치성 고형암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면역 신호 조절 기전도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AI 플랫폼의 실질적 발굴 성과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입증할지가 관심 포인트다.

리가켐바이오는 다발성 골수종 치료를 목표로 한 차세대 BCMA 표적 ADC 2종의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회사의 자체 플랫폼 ‘콘주올(ConjuAll)’을 활용해 기존 BCMA 표적 치료제의 대표 부작용으로 꼽히는 안구 독성은 낮추고, 항암 효능은 높였다는 점이 핵심이다. 회사는 이번 발표를 통해 ‘바이오베스트(BioBest)’ 전략의 실효성을 부각하고, 글로벌 파트너링 확대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선 독성 개선과 효능 강화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했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 AI 기업 루닛도 이번 학회에서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Lunit SCOPE)’를 활용한 6편의 연구 성과를 공개한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8년 전 처음 AACR에 섰을 때는 ‘AI가 암 치료에 쓰일 수 있는가’를 증명해야 했지만, 이제는 ‘AI 바이오마커로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로 질문 자체가 바뀌었다”며 “AI 바이오마커가 실제 환자의 치료 결정에 기여하는 핵심 도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연구의 질과 속도를 함께 높여가겠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온코닉테라퓨틱스 △에이비엘바이오 △앱클론 △지놈앤컴퍼니 등 국내 떠오르는 바이오 기업들이 연구 성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AACR 2026은 단순한 연구 발표 무대를 넘어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체력과 방향성을 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승민·조세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AACR 2026 Preview’ 리포트를 통해 “지난 1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가 사업 개발을 위한 자리였다면, AACR을 시작으로 미국당뇨병학회(ADA),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유럽종양학회(ESMO), 미국혈액학회(ASH)로 이어지는 학회 시즌은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의 데이터를 발표하는 자리로, 일반 기업에 비유하면 실적 발표회에 해당한다”며 “개념검증(PoC) 데이터 발표는 곧 바이오텍 기업가치 상승의 변곡점”이라고 짚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