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쏟아진 법왜곡죄…‘재판 불복 통로’로 변질될까

고발 쏟아진 법왜곡죄…‘재판 불복 통로’로 변질될까

재판 위축·혼선 현실화…‘무한 루프’ 고착화 우려도
위법 판단 경계 모호…수사기관 판단도 부담

기사승인 2026-03-19 18:40:24
쿠키뉴스 자료사진

‘법왜곡죄’ 시행이 일주일을 넘긴 가운데, 제도 도입 당시 제기됐던 우려들이 현실화되고 있다. 재판 결과에 불복한 당사자들이 잇따라 고소·고발에 나서면서, 제도가 사실상 재판 불복 통로로 악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당초 법왜곡죄는 판사나 검사가 법을 부당하게 적용하거나 사실을 왜곡하는 경우를 처벌해 사법 신뢰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시행 직후부터 패소 당사자들의 고발이 이어지며, 판결에 대한 불만을 형사 절차로 이어가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왜곡죄 고소·고발의 남발로 재판이 반복되는 ‘무한 루프’가 정착될 수 있다는 우려다.

앞서 지난 12일 법왜곡죄 시행 이후 조희대 대법원장과 박영재 대법관, 심우정 전 검찰총장, 지귀연 부장판사,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과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등에 대한 고소·고발이 잇따랐다. 법 시행 이후 일주일 간 고발된 인원만 30여 명에 달한다.
 
법조계에서는 제도가 악용될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보고 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일수록 판사들이 소신 있게 판단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법왜곡죄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역효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원을 흔드는 구조가 고착화되면 분쟁이 장기화되고 사법부 권위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법조계 뿐만 아니라 수사 현장의 혼선도 가중되고 있다. 수사 주체를 둘러싼 법적 공백과 모호한 법령 해석도 혼란을 키우고 있다. 법왜곡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경찰은 법률 검토 등 대응에 나섰지만 실제 수사 과정에서 적절한 법리 적용이 가능할지에 대해 부담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일선에서는 구조적인 한계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법 적용의 위법성과 단순한 재판 불복을 구분하는 기준이 불명확해 수사기관이 판단 자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1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법왜곡죄 수사 초기인 만큼 여러가지 법률을 검토하고 있다”며 “시도청과 본청 차원에서 준비를 진행하고 있고, 관련 판례도 함께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법원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대응책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법원행정처는 재판기능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형사재판 보호 및 지원 TF’를 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법왜곡죄가 본래 취지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적용 기준을 보다 구체화하고, 무분별한 고소·고발을 방지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