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의 ‘캐스팅보트’ 국민연금(지분 5.20%)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면서 이사회 구성이 안갯속으로 빠졌다. 다만 나머지 사측이 준비한 안건에 대해서는 모두 찬성을 결정했다.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전날 제5회 위원회를 열고 고려아연 등 13개사의 주총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했다.
이 자리에서 국민연금은 고려아연의 안건 중 최윤범 사내이사 선임, 황덕남 사외이사 선임, 박병욱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에 대해 의결권 ‘미행사’를 결정했다. 이사 선임의 경우 집중투표제로 진행된다.
집중투표제는 선임하려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주주에게 부여하고 원하는 후보에게 몰아주는 방식으로 투표할 수 있는 제도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연금은 김보영·이민호 감사위원 후보 선임에는 명시적으로 반대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해당 대상자들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의 침해 이력이 있는 자 등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크루서블 JV(조인트벤처)가 제안한 월터 필드 맥랠런 후보와, 영풍·와이피씨(YPC)·MBK파트너스 측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제안한 최연석(기타비상무이사)·최병일·이선숙(사외이사) 후보에 대해서는 집중투표제로 받은 의결권의 2분의 1씩을 나눠 행사하기로 했다. 양측에 절반씩 분배한 셈이다.
이밖에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등 다른 안건에 대해서는 모두 찬성을 결정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이사 15인(직무정지 4인 포함), 영풍·MBK 측 이사 4인 등 총 19인으로 구성돼 있지만, 올해 임기만료를 앞둔 이사진은 장형진 영풍 고문을 제외한 5인이 고려아연 측 인사다.
이에 최 회장 측은 총 5명의 이사 선임을 제안하며 최 회장과 황덕남 이사회 의장을 포함시켰다. 영풍·MBK 측은 6명의 이사 선임 안건을 내고, 이 가운데 5명의 후보를 추천했다. 고려아연 입장에선 최소 현재 이사회 비율 유지를, 영풍 입장에선 최대한 추가 진입이 필요한 셈이다.
이번 국민연금의 결정과 관련해 영풍 측은 “현 경영진의 적격성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거나 사실상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이번 사안이 단순한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지배구조의 구조적 결함과 통제 실패 여부에 대한 판단 국면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 측은 국민연금의 결정에 대해 존중한다면서,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2명으로 확대하는 안을 비롯해 고려아연 이사회가 지지한 정관 변경의 건과 재무제표 승인의 건 등 대부분의 안건에 대해 찬성을 권고했고,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의 상징성이 담긴 크루서블JV의 후보에 대해 의결권의 절반을 행사하는 전폭적 지지를 보내주셨다”면서 “이는 고려아연 현 경영진과 이사회가 추진하고 있는 미국 제련소 건설이 회사의 성장과 발전, 나아가 기업가치 증대와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점을 인정해주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위원들의 의견과 다양한 함의를 가진 결과를 고려아연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한 모멘텀으로 삼아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