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규제혁신 움직임 속에 인공임신중절 약물 ‘미프진’ 허가 필요성이 제기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허가 논의에 앞서 장기간 결론을 내지 못한 쟁점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미프진 관련 규제가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해외에서 이미 사용 중인 약물이 국내에서는 허가되지 않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박 부위원장은 “OECD 국가를 포함해 100여 개국이 미프진을 허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입법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법 미비로 발생하는 피해와 약물 오남용을 방치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약물 안전성은 이미 확인된 만큼 식약처가 행정 규제를 완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식약처는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국회에 계류 중인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 약물에 의한 임신 중지 허용 여부와 허용 기간이 법률로 정해지지 않았다는 이유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약물에 의한 임신중절 허용 등을 담은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다. 다만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를 넘지 못해 통과 시점은 불투명하다.
식약처 관계자는 “관련 법 개정으로 약물에 의한 임신 중지 기준이 마련돼야 허가 심사가 가능하다”며 “효능·효과와 위해성 관리 계획을 심사하려면 법적 근거가 필요해 이를 업체에도 설명했고 이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박 부위원장의 주장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헌법재판소가 2019년 낙태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이후 약 7년간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공백으로, 규제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한 모자보건법 개정 없이 미프진을 허가하려 해도 해결되지 않은 쟁점이 남아 있어 이를 먼저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제시한 주요 쟁점으로는 △원내·원외 처방 여부 △처방 가능 임신 주수 △관련 수가 부여 여부 등이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 A씨는 “미프진이 다른 나라에서 쓰이고 있지만, 이를 그대로 국내에 도입해도 된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며 “세부적으로 정리해야 할 문제가 많은 만큼 모자보건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규제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사전에 정리해야 할 사안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으면 의료 현장 혼란으로 이어지고 결국 환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회가 입법을 먼저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프진 도입 논의 과정에서 환자 중심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변화한 의료 환경과 사회적 인식을 반영해 안전성을 확보하면서도 환자 편의성을 과도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약사 B씨는 “미프진 논의를 재개한다면 환자 중심의 국제적 흐름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투약 이후 환자 모니터링과 관련해 국내에서는 의료기관 대기를 요구하지만, 해외에서는 가정에서 보호자와 함께 경과를 확인하는 방식도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프진의 특성을 고려해 환자 중심으로 허가 방식을 설계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