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시선]우범기 전주시장의 ‘거짓말’

[편집자시선]우범기 전주시장의 ‘거짓말’

‘평가 하위 20% 아니다’…5일 만에 ‘전달 과정 착오’ 거짓말 시인
이른 예비후보 등록, 도덕성 논란에 ‘-20% 페널티’ 결단 요구 잇달아

기사승인 2026-03-23 09:57:12 업데이트 2026-03-23 09:57:56
우범기 전주시장 예비후보 

우범기 전주시장의 처지가 참으로 안타깝게 됐다. 우 시장은 ‘선출직 공직자 평가 하위 20% 포함’ 관련 거짓말 논란이 일자, 사과 5일 만인 18일 전격적으로 전주 완산구선거관리위원회에 6·3 지방선거 전주시장 예비후보로 등록을 마친 뒤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본격적인 재선 행보에 나섰다. 

전북특별자치도 기초단체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예비후보 등록을 한 것인데, 현직 단체장이 선관위에 예비후보 등록을 하면 직무가 정지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장·군수가 막바지까지 현직을 유지하며 활동해 오다 선거에 임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우 시장은 “당에서 보낸 문자메시지를 꼼꼼히 확인하지 못해 이의신청 기회도 놓쳤다”며 “의도적인 거짓은 결코 없었고 제가 20% 감점 대상이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거듭 해명했다. 이어 “재선을 통해 중단 없는 지역 발전과 핵심 현안 사업을 완성하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우 시장은 앞서 국주영은·조지훈 전주시장 예비후보가 경선 가·감산 공개 등을 요구하자 지난 9일 "지난 주말 도당으로부터 최종 적격 판정을 받았고, 감점도 없다”며 “하위 20% 통보를 받은 사실도 없다. 그동안 침묵한 것은 당의 일정과 결정을 존중하기 때문이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닷새만인 13일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번 더불어민주당 선출직 공직자 평가에서 하위 20%에 포함됐다는 뼈아픈 결과를 무거운 마음으로 겸허히 수용한다”며 “당의 평가 결과를 전달받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 잘못된 정보 게시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우 시장이 비공개 평가 결과라지만 밝혀질 수밖에 없는 내용을 거짓으로 해명한 것은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없는 촌극이다. 또 유권자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이를 ‘전달받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하는 것 또한 자신의 거짓말에 대한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으로 다시 한 번 시민을 기만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조지훈 전주시장 예비후보는 우 시장이 ‘또 다른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전주시 재정 문제를 거론했다. 조 예비후보는 “2024년 결산서 기준 인구 62만의 전주시 채무는 6079억 원으로, 인구가 비슷한 안산시(929억원), 인구가 많은 청주시(359억원)와 고양시(1433억원)보다 많다”며 “우 시장은 전국 최고 수준의 ‘1조’ 빚 폭탄으로 전주를 부도 위기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조 예비후보는 “전주시는 ‘정부에서 정한 재정주의 기준 내에서 안정적으로 지방채가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며 “그렇다면 어르신 기초연금과 노인 일자리 사업을 제대로 편성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고, 1095억원을 보상해야 하는 종광대 문제의 재원 대책은 무엇이냐”고 따져 묻고 전주시 재정 상황을 검증받기 위한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우 시장은 또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로부터도 부적격 후보로 꼽혔다. 전북개헌운동본부는 우 시장에 대해 지난 2022년 6월 당선인 신분으로 상관리조트 만찬 자리에서 시의원과 공무원에게 음주·폭언을 한 점과 측근 인사의 갑질, 전주천 버드나무 벌목, 전주리싸이클링타운의 반노동 행태 등을 지적하며 숱한 논란과 의혹, 불통 행정으로 피로감을 안겨줬다고 주장했다. 

우 시장은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선거 브로커와의 연루 의혹이 제기되자 TV토론에서 "브로커를 한 번 만났지만 그 뒤로 연락한 적 없다”고 한 발언이 문제가 돼 경찰 수사를 받고 검찰에 송치되기까지 했다. 검찰은 우 시장의 발언을 ‘거짓’으로 판단했으나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브로커는 유력 후보들을 접촉해 선거를 도와주겠다며 개발 사업권과 인사권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컸다. 
  
우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정치 신인 가산점’을 받으며 앞서 있던 조지훈 후보를 극적으로 이기는 역전극을 연출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정반대로 ‘기관장 평가 하위 20%’라는 낙인과 함께 20% 감점 페널티를 안고 수성에 나서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러나 지역 정치권에서는 하위 20% 평가 결과 자체보다 해명 과정에서 드러난 거짓말이 더 큰 악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직 시장이 유권자를 기만했다’는 상황이 전주시민들에게 더 큰 실망감을 안겨준 것이다. 우리 정치권에서는 선거 중에 어떤 상황이나 어떤 이유였던 간에 ‘거짓말’을 해 낙선하거나 당선 뒤에도 퇴진의 불명예를 안은 정치인들을 종종 봐왔다. 

전문가들은 우 시장의 거짓 해명이 단순한 실책이 아니라 경선 판세를 뒤흔드는 구조적 변수, 사퇴를 강요당할 수밖에 없는 사유로 보고 있다. 우 시장의 4년 공과에 대한 평가는 이젠 무의미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권자들은 ‘감점 페널티’와 ‘도덕성 논란’에 휘말린 현직 시장을 어떻게 볼지, 우 시장의 결단과 전주시민들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