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경쟁 다른 규제, 식자재마트의 역설 [취재진담]

같은 경쟁 다른 규제, 식자재마트의 역설 [취재진담]

기사승인 2026-03-24 14:18:44 업데이트 2026-03-24 15:29:40
서울 시내 한 식자재마트. 이예솔 기자

“24시간 운영에, 할인 행사도 잦아 장보기가 훨씬 편해요.”


소비자들의 발길이 바뀌고 있다. 유통 시장에 ‘식자재마트’라는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하면서다.

B2B 유통에서 출발한 식자재마트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일반 소비자까지 흡수하며 빠르게 규모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점포 수는 1131곳에 이른다.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입장에서 보면 대형마트와 유사한 경쟁자지만, 적용되는 규제가 다르다. 식자재마트는 의무 휴업이나 영업시간 제한, 새벽배송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서로 다른 조건에서 경쟁이 이뤄지는 셈이다.

기업은 제도적 틈을 파고들어 성장했고, 소비자는 가격과 편의성을 따라 움직였다. 그 결과 전통시장, 동네 마트, 일부 대형마트에 분산돼 있던 수요가 특정 채널로 빠르게 쏠리고 있다.

문제는 그 이면에 있다. 겉으로는 소비자 후생이 커진 것처럼 보이지만, 뒤에선 유통 생태계를 떠받치던 중간층이 서서히 약해지고 있다. 가격 경쟁이 격화되면서 납품단가 인하 압박, 비용 전가, 반사입과 같은 관행이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와 SSM 등 ‘업태’를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 그러나 식자재마트는 이 어디에도 명확히 속하지 않는다. 기존 분류 체계의 바깥에서 성장한 것이다.

해법으로 제시되는 것은 ‘규제 편입’이다. 식자재마트를 기존 규제 틀 안으로 넣거나, 별도 업태로 정의하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방식이 해답이 될지는 의문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B2B와 B2C의 경계가 흐려졌고,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유통 구조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결국 기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해진다. 업태 구분이 아니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과 수행 기능을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예컨대 일정 수준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거나 가격 형성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사업자라면, 동일한 규제 환경에서 경쟁하도록 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이는 특정 업태를 억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경쟁 질서를 맞추기 위한 장치에 가깝다.

결국 식자재마트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분명하다. 새로운 사업자의 등장이 아니라, 이를 담아낼 기준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시장은 이미 변화했고, 제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 간극이 경쟁의 균형을 흔들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은 단순하다. 더 싸고, 더 편한 곳으로 이동한다. 그 이동이 만들어내는 구조적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요가 한쪽으로 쏠리면서 기존 유통 질서는 재편되고 있다. 남은 질문도 명료하다. 이 변화를 어떤 기준으로 관리하고 조율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구해야 한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