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업인데 나쁜 주식” 성난 주주들…네이버, ‘AI 비서 전면화’로 정면 돌파

“좋은 기업인데 나쁜 주식” 성난 주주들…네이버, ‘AI 비서 전면화’로 정면 돌파

사상 최대 실적에도 주총장서 불만 쏟아져
최수연 대표 “전 서비스에 AI 비서 도입…수익성으로 증명할 것”
10년 만에 CFO 사내이사 등기…굵직한 M&A 및 두나무 결합 예고

기사승인 2026-03-23 18:03:24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가 2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열린 제2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좋은 기업인데 나쁜 주식입니다.”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린 네이버의 주주총회가 축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주가는 제자리걸음이고 배당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주주들의 불만이 쏟아졌고, 노동조합은 사옥 앞에서 피켓을 들었다. 경영진은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전면 도입과 주주환원 강화를 동시에 약속하며 거센 파고를 넘어야 했다.

네이버는 2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그린팩토리에서 제27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등 5개 안건을 모두 통과시켰다. 이날 주총의 핵심은 김희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사내이사 선임이다. 네이버 이사회에 CFO가 합류한 것은 2016년 이후 약 10년 만이다.

“좋은 회사, 나쁜 주식”…불만 쏟아낸 주주들

주총 현장에서는 주주들의 불만이 집중적으로 터져 나왔다. “좋은 기업인데 나쁜 주식”, “AI를 한다면서 주가는 왜 이 모양이냐”는 발언이 이어졌다. 한 주주는 “목표 주가가 얼마냐”며 구체적인 수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또 배당 확대와 목표주가 제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불만의 배경은 사상 최대 실적에도 주가가 20만원대 초반에 머문 점이 핵심이었다. 네이버는 지난해 매출 12조350억원, 영업이익 2조2081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주가는 2021년 30만원대 후반 고점 이후 줄곧 내리막을 걸어 이날도 21만원대에서 거래됐다.

이에 대해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포함한 주주 환원 정책 강화를 약속했다. 네이버는 향후 3년간 연결 잉여현금흐름(FCF)의 25~35%를 현금 배당 또는 자사주 매입·소각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최 대표는 “목표 주가를 숫자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저 역시 보상 대부분이 주식으로 연동돼 있어 상대적 주가 상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배당 인상 요청에 대해서도 “이미 이사회 결의를 거쳐 확정된 사안이라 이 자리에서 수정하기는 어렵다”면서 “주주환원 강화 요구로 받아들이고 자사주 매입·소각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사진 7명의 연간 보수 한도를 8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높이는 안건에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했다. 국민연금 측은 "회사 규모와 경영 성과에 비해 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건은 다른 주주들의 찬성으로 가결됐지만, 국민연금의 반대는 이례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23일 오전 경기 성남시의 네이버 그린팩토리 내 주주총회장 앞에서 전국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구성원들이 피케팅을 하고 있다. 이혜민 기자

주총장 밖에서도 긴장이 흘렀다. 전국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구성원은  주주총회장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2021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직원이 사망한 사건 이후 물러났던 최인혁 테크비즈니스 부문 대표가 지난해 5월 재발 방지 대책 없이 복귀한 것을 두고 “단순히 내부 문제가 아닌 기업 투명성과 책임성의 문제”라며 주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AI 에이전트로 서비스 전면 재편…생산성도 2배 목표


회사가 내놓은 성장 해법은 결국 AI였다. 최 대표는 “온 서비스 AI 전략 선언 3년 차인 올해 네이버는 서비스 전 영역에 AI 에이전트를 전면 도입할 계획”이라며 검색, 쇼핑, 금융, 건강 등 주요 서비스 전반을 AI 중심으로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검색 이후 구매, 예약, 실행까지 이어지는 ‘완결형 서비스’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네이버는 이미 생성형 AI 기반 ‘AI 브리핑’을 바탕으로 검색 경험을 바꾸고 있고, 연내 쇼핑 전반과 건강 영역으로 에이전트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전 직군의 생산성을 2배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회사는 AI를 통해 프로젝트당 투입 시간을 줄이고, 같은 인력으로 더 많은 사업 기회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AI 에이전트는 이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검색을 넘어 구매, 예약, 실행까지 이어주는 ‘완결형 서비스’다. 네이버는 이미 생성형 AI 기반 ‘AI 브리핑’을 통합검색의 약 20% 수준까지 적용했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 안에 쇼핑 전반으로 에이전트를 확대하고 서울대병원과 협력한 건강 특화 에이전트도 선보일 계획이다.

글로벌 빅테크와의 자본력 격차에 대한 주주 지적에는 “정면 대결보다 네이버만의 강점에 집중하겠다”고 맞섰다. 최 대표는 “방대한 한국어 데이터와 로컬 서비스 경험은 해외 빅테크가 쉽게 따라오기 어려운 영역”이라며 “AI 브리핑 도입 이후 통합 검색 적용 비율이 20%까지 높아지는 등 유의미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사내이사로 선임된 김희철 CFO가 23일 주주총회 직후 취재진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이혜민 기자

이날 주주총회의 또 다른 핵심은 김희철 CFO의 사내이사 선임이었다. 네이버 이사회에 재무 최고책임자가 이름을 올리는 것은 2016년 이후 10년 만이다.

김 CFO는 주주총회 직후 취재진에게 “AI 시대가 되면서 그룹사 간에 논의해야 할 영역이 훨씬 넓어졌다”며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M&A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03년 네이버 입사 후 20여 년간 재무 업무를 맡아온 내부 출신으로, 이사회에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 결정에 직접 관여하게 된다.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과 가상자산 거래소 두나무 간 주식 교환 건에 대해서는 “정부 승인 절차가 진행 중이고 관련 법 개정 논의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목표 방향 자체는 그대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규제 변화에 따라 구체적인 거래 구조는 조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이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