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를 가스라이팅 하는 정치 무당”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이 표현은 방송인 김어준을 둘러싼 논란의 성격을 압축한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공론장을 파괴하는 선동판”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그를 ‘총수’로 떠받치며 영향력을 인정해왔다.
김어준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은 공론장 자체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의혹이 먼저 확산되고, 이후 사실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는 이른바 ‘뒤집힌 공론장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월호 외력설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김어준은 당시 방송과 영화 등을 통해 “외부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적으로 제기했고, 이는 사회적 논쟁으로 번졌다. 그러나 이후 정부 조사와 특별조사위원회는 외부 충돌을 입증할 근거를 확인하지 못했다.
2022년 ‘청담동 술자리 의혹’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김어준 방송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 청담동에서 심야 술자리를 가졌다는 취지의 의혹이 제기됐고, 이는 국정감사로까지 번지며 정치권 공방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 해당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불거진 ‘이 대통령의 공소 취소 거래’ 발언 논란도 유사한 사례로 언급된다. 방송에서 별도의취재원 공개나 교차 검증 없이 관련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치권 논쟁으로 확산됐고, 이후 사실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평가다.
여권 관계자는 23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방송에서 의혹이 제기되면 정치권이 즉각 대응하면서 논쟁이 커진다”며 “검증은 항상 뒤늦게 따라붙는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김어준 콘텐츠가 구축한 팬덤형 미디어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랜 기간 형성된 청취자 집단이 정치적 정체성을 공유하면서, 방송이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해석과 신념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일반 시사 프로그램과 달리 진행자에 대한 신뢰와 충성도가 매우 높다”며 “지지층에게는 뉴스라기보다 정치적 의미를 제공하는 채널에 가깝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치 양극화와 확증편향이 결합하면서 의혹은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설득력을 얻는다. 정치권 관계자는 “권력에 대한 불신이 클수록 ‘숨겨진 진실’이라는 서사가 쉽게 받아들여진다”며 “사실보다 감정이 먼저 작동하는 환경”이라고 했다.
유튜브 등 플랫폼 구조도 확산 속도를 키운다. 자극적이고 논쟁적인 콘텐츠일수록 조회수와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빠르게 퍼지는 구조다.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방송에서 나온 내용에 대해 책임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며 “플랫폼 운영자는 해당 채널에서 나가는 내용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어준은 여권의 스피커 역할을 넘어 정치권 의제 설정과 여론 형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비공식 권력으로 기능하면서, 책임 없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사실 검증이 되지 않은 의혹들을 제기하면서도 별도의 사과나 정정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받는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에서 “김어준 문제의 핵심은 흔히 지적하는 ‘편향’이 아니라 ‘책임 없는 권력’”이라며 “취재원도, 문서도, 교차 확인도 없이 방송에서 제기된 의혹 하나가 정부 해명과 국회 공방, 언론 보도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민주주의 공론장은 검증된 사실을 연료로 작동해야 하지만 김어준식 플랫폼 정치는 이 순서를 뒤집는다”며 “의혹이 먼저 공론장을 점령하고 검증은 뒤따라가거나 아예 이뤄지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역전된 공론장’의 폐해는 정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 진영별로 빠르게 소비되고 재생산되면서 정치적 갈등이 증폭되고, 공론장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린다는 것이다.
본지가 지난 7~9일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가장 시급한 국가 문제’로 정치·사회적 분열이 26.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중도층에서는 30.9%로 더 높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현재 한국 정치는 ‘적대적 공생 관계’”라며 “여야 모두 강성 지지층에 의존하는 구조를 깨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유튜브는 갈등과 음모론을 확대 재생산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며 “강성 당원 중심 정치 체제를 해소하지 않는 한 이러한 현상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