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벤처·제약사 선순환 생태계 필요”…산업 규제 개선 한목소리

“바이오벤처·제약사 선순환 생태계 필요”…산업 규제 개선 한목소리

지역 바이오 기업들, VC 투자 유치 한계
중국 바이오 시장 확장…“전략적 활용 검토 필요”
“신규 모달리티 임상·허가 규제, 글로벌 기준에 맞아야”
국가바이오혁신위 곧 가동…“범국가적 규제 개선”

기사승인 2026-03-24 17:31:01
보건복지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바이오벤처 기업들은 24일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합동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보건복지부 제공

바이오벤처와 제약사 간 선순환적 신약개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실효성 있는 협업 지원 체계가 주기적·체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업계의 요구가 나왔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규제산업의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제도와 안정성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바이오벤처 기업들은 24일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합동 정책간담회를 갖고 제약바이오벤처의 성장과 글로벌 진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협업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기업 성장 단계와 신약개발 전주기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통합 지원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유망기업을 공동 발굴하고 집중 지원해 블록버스터 창출 후보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업계는 이번 지원방안을 환영하면서도 선제적으로 해소돼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고 짚었다. 김용호 루다큐어 대표는 기초연구부터 바이오벤처 창업, 임상 단계 진입까지 전 과정을 거치며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체감했다고 밝혔다. 루다큐어는 감각이상질환 치료제 개발 전문기업이다. 지난 2021년과 2022년 한림제약과 총 2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 2건을 체결하며 안구건조증 치료제 ‘RCI001’의 기술적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김 대표는 “중기부 등 다양한 정부 과제를 통해 성장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지만, 국내에선 아직 바이오벤처와 제약사 간 인수합병(M&A), 공동 기술이전 및 개발이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바이오밴처와 제약사 간의 실효성 있는 선순환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재문 칼리시 대표는 지역 기반 바이오벤처가 겪는 투자 유치 한계를 짚었다. 칼리시는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및 기능성 물질 발굴을 지원하는 바이오 인공지능(BIO-AI) 융합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이다.

최 대표는 “AI 기반 신약 후보물질 발굴 플랫폼을 개발하며 대전 지역 대학·연구기관과 활발히 교류하면서 연구개발 측면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면서도 “수도권과 비교하면 지역 기업들은 벤처캐피털(VC) 투자 유치에서 분명한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역 바이오벤처가 기술력만으로도 성장 기회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역 투자 활성화 방안이 보다 구체적으로 마련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윤태영 프로티나 대표는 글로벌 협업과 바이오벤처 자본시장 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프로티나는 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 기업으로, 지난해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 서울대 연구팀과 함께 470억원 규모의 AI 항체 신약개발 국책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윤 대표는 “제약산업은 초기에는 혁신성과 창의성이 중요하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규제산업의 특성을 강하게 갖기 때문에 제도와 안정성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며 “글로벌 빅파마와 협업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속적으로 기반을 다져달라”고 요청했다.

중국 바이오 기업에 대한 관심과 활용도 당부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바이오는 기술이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며 개발 파트너이자 경쟁자로 동시에 부상하고 있다. 오는 2040년에는 중국 의약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의 35%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중국 제약시장 규모가 2024년 2641억달러(약 372조원)에서 2028년 3454억달러(약 487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4년 새 31% 성장하는 셈이다. 중국 기업과의 글로벌 기술이전 트렌드는 2020년 이후 뚜렷하게 나타난다. 2020년 중국 기업과의 기술이전 계약은 전체의 4%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32%까지 비중이 증가했다.

2024~2028년 중국 제약시장 규모 전망.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중국이 단기간 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지속적인 정부 투자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규제 체계 △대규모이면서 숙련도가 빠르게 향상되고 있는 인재 풀 △첨단 디지털·데이터 인프라 구축 등이 꼽힌다.

윤 대표는 “중국 바이오 생태계가 빠른 속도와 낮은 비용을 무기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무조건 경쟁만 할 것이 아니라 한국이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상장 제도와 기술평가와 관련한 현장 혼란도 언급했다. 그는 “국내 바이오벤처 투자 회수 구조가 여전히 코스닥 상장 중심인데, 최근 기술이전 성과가 있음에도 기술평가 과정에서 기준이 왔다 갔다 해 기업들이 혼란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현장에서 체감하는 제도 불확실성을 관계 부처가 점검해 줄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강충길 올릭스 사장은 신규 모달리티(치료법)에 대한 규제 개선과 상장 이후 바이오기업이 직면하는 제도적 장벽 문제를 제기했다. RNA 간섭(RNAi) 플랫폼 기술 기반 신약개발 기업 올릭스는 ‘자가전달 비대칭 siRNA(cp-asiRNA)’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 함께 차세대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올릭스는 릴리와 MASH·RNA 후보물질 ‘OLX702A’에 대해 약 6억3000만달러(약 9116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강 사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심사 수준과 국내 의료진, 임상 인프라는 세계적 수준이지만, 심사 기준이 다소 보수적이고 신중한 방향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현장에서 체감한다”며 “이로 인해 국내 임상보다 해외 임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제약이 생기고 있다. 신규 모달리티에 대한 임상·허가 규제를 글로벌 기준에 맞게 신속히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다.

상장 유지 요건과 관련한 부담도 지적했다. 강 사장은 “상장 유지 요건을 맞추기 위해 R&D를 위축시키거나, 비율 관리를 위해 무리한 유상증자를 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일까지 벌어질 수 있다”며 국내에만 있는 이른바 ‘갈라파고스 규제’를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바이오뿐만 아니라 신성장 부분에 대해선 법차손(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규제를 현실에 맞게끔 조절해야 기업들이 스타트업부터 상장해 꾸준히 갈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3년간 2회 이상 법차손이 자본의 50%를 초과한 상장 기업을 관리종목(기술특례상장 기업은 3년 유예)으로 지정하고 있는데, 이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는 혁신 신약 심사 역량 강화와 글로벌 임상 제도 활용, 금융당국과의 정책 연계 필요성을 피력했다. 오름테라퓨틱은 항체분해약물접합체(DAC)를 전문으로 개발하는 바이오텍 기업이다. 회사의 주력 파이프라인인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치료제 DAC 후보물질 ‘ORM-1153’은 CD123을 표적으로 하며 독자적인 GSPT1 분해 페이로드를 결합했다.

이 대표는 “중국이나 일본 등은 글로벌 임상 데이터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기업들이 비교적 유연하게 임상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고 있다”며 “국내도 글로벌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제도적 아이디어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이날 논의된 지원 정책에 금융 부문도 함께 참여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기술평가, 상장 유지, 주식시장 문제까지 바이오기업이 성장 과정에서 부딪히는 핵심 이슈 상당수가 금융당국 소관”이라며 “제약바이오 산업은 매출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자본시장 의존도가 매우 높은 산업이기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하기 위해선 복지부와 중기부뿐 아니라 금융위원회까지 함께 논의에 참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4일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중소벤처기업부, 바이오벤처 기업 합동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정부는 복지부와 중기부를 넘어선 범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했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이번 협업방안은 정부 지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빠른 스케일업을 촉진하고, 오픈이노베이션 기반 협업을 통해서 기술이 빠르게 사업화로 이어지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유망 제약바이오벤처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국무총리 직속으로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가 곧 가동한다”면서 “규제 개선은 정부가 의지를 갖고 있다. 범국가적으로 규제를 검토하고 개혁할 수 있도록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