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4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면서 경영권을 방어했다. 최 회장 측이 제안한 이사들도 모두 선임됐지만, 영풍·MBK파트너스·와이피씨 측(이하 영풍 측) 역시 일부 이사 선임에 성공하며 이사회 구도가 기존 11대 4에서 9대 5로 조정, 향후 경영권 분쟁의 강도가 더 높아질 전망이다.
당초 이날 오전 9시 열릴 예정이었던 고려아연 제52기 정기주총은 주주 명부 확인 등 문제로 3시간이 지난 오후 12시 정각이 돼서야 개회됐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중복 위임장 문제로 양측 변호인의 의견이 나뉘고 있어 입장이 다소 지연됐다”고 밝혔다.
주주 한 표가 소중한 양측의 이러한 중복 위임장 대립 이슈는 지난해 1월 임시주총과 같은 해 3월 정기주총에서도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임시주총은 예정 개회 시간을 4시간여 넘긴 오후 1시50분쯤, 지난해 정기주총은 2시간여 넘긴 오전 11시30분 개회됐다.
박기덕 의장(고려아연 사장)의 정기주총 개회 선언 직후에도 최 회장 측과 영풍 측의 대립은 첨예하게 나타났다. 박 의장은 보고사항을 통해 “지난해 주총과 동일하게 올해 주총에서도 상호주 관계 형성에 의한 영풍·MBK 측 의결권이 제한됨에 따라 10주가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상법 제369조 3항에 따르면, A사가 단독 또는 자회사·손자회사를 통해 다른 B사의 주식을 10% 이상 보유한 경우 B사가 가진 A사의 지분은 의결권이 없어지게 되는데, 이를 토대로 고려아연은 호주 자회사이자 주식회사인 선메탈홀딩스(SMH)가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보유한 영풍 지분 10.3%를 현물 배당받는 등 고려아연과 영풍 사이에 상호주 관계가 형성됐다며 의결권을 제한한 것이다.
다만 지난해 주총에서 526만2450주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 받은 영풍 측은, 이후 고려아연 지분을 10주만 제외하고 신설 유한회사인 와이피씨에 현물출자 방식으로 넘겨 올해 의결권 제한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졌다.
이날 영풍 측 대리인은 “SMH는 외국회사로서 상법상 주식회사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사측은 지난해 주총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방식을 이용해 여전히 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있다”며 “이는 명시적 규정 없이 명백히 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당장 멈춰 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박 의장은 “이미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이 지난해 정기주총 관련 가처분 사건에서 영풍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며 “상법 및 법원 결정의 취지에 반하는 주주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 부결, 최 회장 등 5인 선임에 따라 이사회 9대 5로
이후 진행된 최 회장 측 및 주주제안 안건 투표에선 최 회장 측이 제안한 안건 대부분이 주주들의 선택을 받았다. 제52기 연결 및 별도 재무제표(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제외) 승인의 건, 이익배당 승인(보통주 현금배당 주당 2만원)의 건,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승인의 건 등을 포함한 제1호 의안은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으며, 정관 일부 변경의 내용을 담은 제2호 의안에서도 최 회장 측이 제안한 2-1호부터 2-7호까지의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해당 안건에는 △소수주주에 대한 보호 전자주주총회 제도 도입 △이사회 내 독립이사 구성요건 명확화 및 독립이사 명칭 변경 △이사의 충실의무 도입 △분기배당 관련 △감사위원 선·해임 시 의결권 제한 등 내용이 담겨 있다.
다만 최 회장 측 우호 세력인 영풍 계열사 유미개발이 제안한 2-8호(분리선출 감사위원 기존 1인에서 2인으로 확대) 의안은 출석 의결권수 대비 53.59%, 발행주식 총수 대비 48.71%의 찬성을 얻었음에도 특별결의 요건(출석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됐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는 2차 상법 개정안 통과에 따라 오는 9월1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날 2-8호 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이민호, 제5호 의안)’ 역시 자동 폐기됐다.
영풍 측이 제안한 2-9호(발행주식 액면분할), 2-10호(신주발행 시 이사의 충실의무 도입), 2-11호(집행임원제도 도입), 2-12호(주주총회 의장 변경)는 모두 부결됐지만, 2-13호(이사회 소집 절차 변경) 안건만은 가결됐다. 2-13호는 기존 ‘이사회 소집 하루 전 통지 가능’ 정관을, 최소 3일 전에 소집 통지하는 것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집중투표에 따라 선임할 이사의 수는 최 회장 측이 제안한 ‘5인 선임안’이 출석 의결권수의 62.98%의 찬성을 받아 영풍 측 제안(6인 선임, 찬성 52.21%)을 누르고 선정됐다. 영풍 측 입장에선 한 명의 이사라도 더 진입시켜 고려아연 이사회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다는 목적이었으나 부결됐다.
한편, 이번 주총의 핵심 안건인 사내·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 등 선임 및 재선임 안건(집중투표제)은 다득표 순위에 따라 (1위부터)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크루서블JV) 측이 추천한 월터 필드 맥라렌(Walter Field McLallen) 기타비상무이사, 최 회장 사내이사, 황덕남 사외이사, 최연석 기타비상무이사, 이선숙 사외이사 등 5인이 선임됐다.
최 회장 측이 추천한 이사는 모두 선임됐으며, 영풍 측은 박병욱·최연석 기타비상무이사 후보, 최병일·이선숙 사외이사 후보 중 2인을 선임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최 회장 측과 영풍 측 이사회 구성은 기존 11대 4(직무정지 4인 제외)에서, 9대 5로 조정됐다.
이러한 이사 선임 안건은 사실상 주총 승패를 가르는 분수령이었던 만큼, 집중투표 표결 기준에 대한 거센 항의도 이어졌다. 영풍 측 대리인은 “사측은 지난해 주총에선 외국인·기관투자자의 ‘과소표결(일부 후보에만 의결권을 행사하고, 나머지는 미행사하는 경우)’을 예탁결제원 집계 기준을 그대로 반영해 실제 행사된 표만 인정하고, 미행사 의결권은 재배분하지 않았었으나, 올해 주총에선 사전 검사인 룰 미팅에서도 언급했던 기존의 입장을 돌연 뒤집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측은 과소표결 된 의결권까지 포함해 전체 의결권이 행사된 것으로 간주한 뒤 비례 배분하는 방식을 올해 적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사측 변호인은 “외국인투자자 시스템상 의결권을 정확히 배분하지 못해 일부만 행사된 것처럼 보이는 문제가 발생해 결정한 일”이라며 “이는 시스템 결함에 따른 결과로 봐야 하고, 추후 예탁결제원 집계 수치와 이를 보정한 수치 모두를 종합해 검사인에게 제출할 것이기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영풍 측은 해당 표결 방식이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추후 법적 대응 가능성도 예고했다.
이밖에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제4호 의안)의 경우 최 회장 측이 추천한 김보영 사외이사가 선임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