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100조 모은다”… SK하이닉스, 하반기 美 상장 잰걸음 [주총 줌인]

“실탄 100조 모은다”… SK하이닉스, 하반기 美 상장 잰걸음 [주총 줌인]

25일 열린 SK하닉 주주총회 가보니
“HBM4 이미 양산 체계”…기술 중심 지배구조 개편
쏟아진 주주 질문…“HBM 변동 無, 액면분할은 시기상조”

기사승인 2026-03-25 14:56:42 업데이트 2026-03-26 10:27:42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25일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제78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선점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의 ‘다음 단계’에 들어섰다. 차세대 HBM4 물량까지 사실상 고객사와 협의를 마무리한 데 이어, 미국 증시 상장과 100조원 규모 투자 재원 확보까지 추진하며 ‘기술 경쟁’을 넘어 ‘자본 경쟁’으로 전선을 넓히는 모습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25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제7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안정적인 투자를 위해 순현금 100조원 이상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재평가받고 투자 기반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순현금은 약 12조원 수준이다. 삼성전자(약 92조원)를 뛰어넘는 재무 체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한 카드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이다. SK하이닉스는 전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 신청서를 비공개 제출했으며, 올해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절차를 진행 중이다.

곽 사장은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하면 아직 재무 체력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세계 최대 자본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투자자 기반을 넓히겠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점유율 60% 중반에 영업이익 면에서 미국 마이크론을 압도하지만, 주가수익비율(PER) 등 시장 평가에서는 오히려 마이크론에 뒤처져 저평가 상태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핵심 사업인 HBM에 대한 자신감도 거듭 내비쳤다. 곽 사장은 “HBM은 이미 대부분 고객사와 협의가 끝난 상태”라며 “HBM4 역시 양산 체계를 갖추고 샘플 공급까지 마친 만큼, 고객 일정에 맞춰 하반기부터 비중을 점차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공급 차질 우려를 묻는 질문도 나왔지만, 곽 사장은 “HBM 출하량 목표는 변동이 거의 없다”며 “HBM3E와 HBM4, DDR5 등 제품 포트폴리오를 고객과 협의해 최적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 전략도 한층 확장된다. HBM을 중심으로 설계·패키징까지 통합한 ‘AI 메모리 풀스택’ 체제를 구축하고, HBM4를 비롯해 커스텀 메모리,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고대역폭 플래시(HBF) 등 차세대 제품군을 동시에 키운다는 구상이다. 단순 공급자를 넘어 ‘AI 인프라 기업’으로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이사회에도 변화를 줬다. 차선용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사내이사로 합류시키며 기술 전략을 경영 판단의 중심에 놓았다. 반도체 경쟁의 핵심이 생산 능력에서 기술 완성도와 실행 속도로 옮겨가고 있음을 반영한 조치다.

이날 주총에서 SK하이닉스는 특별배당 1500원을 포함한 주당 3000원 배당과 지분 2.1%에 해당하는 자사주 1530만주를 전량 소각을 확정했다. 미국 내 ‘AI 컴퍼니’ 설립을 통한 신사업 발굴 구상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그러나 주총장 분위기가 마냥 화기애애하지는 않았다. 주주 질의응답에서 “영업이익이 두 배 넘게 뛰었는데 배당은 왜 그대로냐”, “주가 100만원이면 액면분할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날 선 목소리도 나왔다. ADR 상장과 관련해서도 “신주 발행 시 기존 주주 지분이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대해 곽 사장은 “주주들의 아쉬움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투자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구조인 만큼 재무 건전성 확보가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는 투자와 현금 확보, 주주환원이 동시에 진행되는 과도기적 단계”라고 설명했다.

액면분할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은 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대신 “향후 실적이 더 개선되면 강화된 재무 구조를 바탕으로 추가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이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