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바이오 공장 증설 경쟁…초대형 설비 투자 ‘승부수’

불붙은 바이오 공장 증설 경쟁…초대형 설비 투자 ‘승부수’

기사승인 2026-03-26 10:00:06
셀트리온 송도 공장 전경. 셀트리온 제공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나란히 초대형 설비 투자에 나서며 생산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와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호조로 역대급 실적을 쌓은 데 이어 이를 다시 생산 인프라 확충에 투입하는 ‘선순환 구조’가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후발주자인 롯데바이오로직스는 투자 대비 수주 부족에 따른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인천 송도에 공장을 짓기 시작해 내년부터 가동에 들어갈 예정인데, 롯데그룹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셀트리온, 2030년까지 단계별 증설 투자…“DP·DS 생산 내재화”

26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인천 송도 본사 캠퍼스 내에 총 1조2265억원을 투자해 18만리터(ℓ) 규모의 4·5공장을 동시에 증설한다. 새 공장에는 첨단 자동화 시스템과 스마트팩토리 기술이 적용돼 생산 효율성과 유연성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다품종 소량 생산부터 대규모 양산까지 대응이 가능해지면서 기존 주력 제품은 물론 향후 출시할 차세대 바이오시밀러와 신약 생산까지 신속히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증설 투자는 오는 2030년까지 단계별로 진행되며, 국내 송도 캠퍼스를 비롯해 미국 현지 생산거점과 국내 사업장을 아우르는 인프라 확장을 골자로 한다. 셀트리온은 지난 2005년부터 약 2000억원을 들여 준공한 10만ℓ 규모 1공장을 가동해 왔다. 이후 9만ℓ 규모 2공장과 6만ℓ 규모 3공장을 총 5700억원을 투입해 완공했다.

미국 생산기지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셀트리온의 미국 자회사 셀트리온USA는 지난해 미국 일라이 릴리의 뉴저지주 브랜치버그 소재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3억3000만달러(약 4600억원)에 인수했다. 셀트리온은 인수 대금과 초기 운영비 등을 포함해 총 7000억원 규모를 투입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미국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당 뉴저지 생산시설 증설도 추진한다. 당초 6만6000ℓ였던 증설 계획을 7만5000ℓ로 확대 결정함에 따라 해당 시설의 총생산 역량은 원료의약품(DS) 생산 기준 현재 6만6000ℓ에서 14만1000ℓ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와 해외 시설 증설이 완료되면 셀트리온의 DS 생산역량은 기존 31만6000ℓ에서 57만1000ℓ로 대폭 확대된다. 특히 증설 이후에는 향후 DS 생산의 100% 내재화를 이루는 동시에 이에 따른 추가 원가율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은 완제의약품(DP) 공정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방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송도 캠퍼스에 증설 중인 신규 DP 생산시설은 70%의 공정률을 보이며 연내 완공을 앞두고 있어 내년부터 본격적인 상업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해당 공장은 DP 단독 생산 시설로, 증설이 완료되면 연간 650만 개의 액상 바이알 생산이 가능하다. 셀트리온은 기존 2공장 DP 생산 라인의 최대 생산량인 연간 400만 바이알까지 더하면 송도에만 1050만 바이알에 달하는 DP 제조 역량을 갖추게 된다. 이와 별개로 충남 예산 산업단지에 건설될 신규 DP 공장도 이미 부지 확정을 마친 상태로, 연내 설계 착수가 예정돼 있다.

이 같은 공격적 투자는 회사의 역대급 실적이 뒷받침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4조1625억원, 영업이익 1조168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7.0%, 영업이익은 137.5% 증가했다. 연매출 4조원, 영업이익 1조원 돌파 모두 창사 이래 처음이다.

셀트리온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 △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쥬마’(트라스투주맙)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리툭시맙) 등 기존 제품의 안정적 성장세를 이뤘다. 이에 더해 △인플릭시맙 피하주사(SC) 제형 ‘램시마SC’(미국 제품명 짐펜트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유플라이마’(아달리무맙) △전이성 직결장암 및 유방암 치료제 ‘베그젤마’(베바시주맙)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테키마’(우스테키누맙) △골질환 치료제 ‘스토보클로·오센벨트’(데노수맙)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 및 알레르기성 천식 치료제 ‘옴리클로’(오말리주맙)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앱토즈마’(토실리주맙) △망막질환 치료제 ‘아이덴젤트’(애플리버셉트) 등 신규 제품군에서도 고른 성과를 냈다.

셀트리온은 압도적 생산 능력과 혁신 신약개발을 결합해 ‘글로벌 빅파마’로 거듭난다는 구상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지난 24일 주주총회에서 “미국 정책, 관세 리스크, 전쟁 등 대외 변수에 대비해 한국과 미국 생산 거점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글로벌 투트랙’ 시스템을 완성하겠다”며 “생산 역량은 물론 원료의약품 100%, 완제의약품 90% 수준의 생산 내재화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승승장구…매출 전망치 15~20%↑

삼성바이오로직스도 CDMO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내 5개 제조시설과 미국 공장 인수 등에 5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위탁생산이 주력인 사업 구조상 생산능력 확충이 곧 핵심 경쟁력으로 직결된다는 판단에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1년 설립 이후 1공장(3만ℓ), 2공장(15만5000ℓ), 3공장(18만ℓ)을 순차적으로 구축했다. 2022년 10월에는 24만ℓ 규모의 4공장을 가동했다. 이어 지난해 4월부터 18만ℓ 규모의 5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면서 총 생산능력은 78만5000ℓ로 확대됐다.

해외 생산거점 확보도 본격화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2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미국 메릴랜드주 락빌 소재 휴먼지놈사이언스(HGS)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 아메리카가 2억8000만달러(약 4100억원)를 투자해 공장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락빌 생산시설은 메릴랜드 바이오클러스터 중심지에 위치한 6만ℓ 규모의 원료의약품 생산공장으로, 2개 제조동으로 구성됐다. 임상 단계부터 상업 생산까지 다양한 규모의 항체의약품 생산을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췄다. 락빌 공장까지 합산하면 총 생산능력은 84만5000ℓ까지 증강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지난해 업계 최대 실적 기록을 새로 썼다. 지난해 매출 4조5570억원, 영업이익 2조692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최초로 영업이익 2조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률은 45.4%에 달했다. 회사는 꾸준히 수주 계약을 이어왔다. 지난해에만 1조원 규모 이상의 계약을 3건 체결해 연간 수주액은 6조원을 돌파했다. 창립 이래 지난 1월 기준 누적 수주는 위탁생산(CMO) 107건, 위탁개발(CDO) 164건에 달한다. 누적 수주 총액은 212억달러(약 31조원)를 달성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지난해 11월 인적분할을 통해 각각 CDMO 중심 회사와 바이오시밀러·신약 개발 중심 지주사로 재편됐다. 사업 성격과 성장 단계가 다른 만큼 구조를 명확히 나눠 기업가치를 보다 정확히 평가받고, CDMO와 신약 개발이라는 두 축에 대한 전략적 집중도를 높이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아울러 삼성오가노이드를 론칭하며 CDMO를 넘어 위탁연구(CRO)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매출 전망치를 전년 대비 15~20% 성장으로 제시했다. 미국 록빌 공장 인수에 따른 매출 기여분은 반영하지 않은 전망치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3연임에 성공한 존림 대표는 “위탁생산은 물론 위탁개발 경쟁력을 높이고 항체약물접합체(ADC), 오가노이드 등 다양한 역량을 강화해 글로벌 고객을 만족시키는 ‘엔드-투-엔드(End-to-end)’ 파트너십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강조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적자 지속…그룹 사업 확대 투자 주목

반면 똑같이 미국 공장을 두고 있는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매출 감소에 따른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961억원, 순손실은 1414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보다 16.3% 감소했고, 순손실 규모는 517억원 늘었다.

지난해 9월9일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송도 바이오 캠퍼스 제1공장 상량식을 개최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제공

수익성 악화 흐름도 뚜렷하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9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소폭 흑자를 기록했지만, 2024년 897억원 순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에는 손실 규모가 1414억원까지 확대됐다.

외형이 줄고 손실이 커진 배경에는 대규모 투자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에 있는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 공장을 인수한 뒤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을 본격화했다. 해당 공장은 연간 3만5000ℓ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이다. 롯데는 공장 인수와 함께 2억2000만달러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계약도 체결하며 초기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업계에선 지난해 3월 인천 송도 바이오 캠퍼스 내 1공장 착공이 본격화되면서 투자비 부담이 실적에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장 증설에 따라 인력과 설비 관련 비용이 늘어났지만, 아직 매출 규모가 이를 충분히 흡수할 수준에 이르지 못해 단기간 내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은 구조라는 평가다. 송도 공장은 내년부터 가동할 예정으로, 오는 2030년까지 총 36만ℓ의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다만 롯데그룹의 전폭적인 지지는 지켜볼 부분이다. 지난 12일 공시한 유상증자까지 포함해 그룹 계열사가 롯데바이오로직스에 투입한 자금은 1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롯데는 그룹 전략과 연관성이 낮은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미래 성장 분야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이오 분야다. 특히 지난해 11월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이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를 맡으며 바이오 사업 확대에 힘을 실었다. 신 대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롯데는 내년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노준형 롯데지주 대표이사는 지난 24일 주주총회에서 “현재 송도 메가플랜트 착공 등 계획대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며 “CDMO 시장에서 조기에 안착하기 위한 영업망을 확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