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권업계에서 모회사 출신 최고경영자(CEO) 선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출신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와 현대차그룹 재경본부장 출신 배형근 현대차증권 대표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친정의 지원을 바탕으로 선임된 모회사 재무라인 출신 CEO지만 취임 후 내부 평가와 실적 개선 속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쪽은 그간 경험을 ‘지원 확보’에, 다른 한쪽은 ‘통제 강화’에 더 가깝게 활용하면서 상반된 결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는 지난해 말 이사회·주주총회를 거쳐 1년 연임에 성공했다. 배형근 현대차 대표 임기는 2027년 3월까지로 아직 1년여가 남은 상황이다.
강성묵 대표, PF 정리와 실적으로 증명한 ‘방패’
하나금융지주 내 2인자급인 부회장직을 겸임 중인 강성묵 대표는 지주와의 강력한 연결고리를 체질 개선의 지렛대로 삼았다. 하나증권은 지난 2024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으며 위기에 직면했으나 강 대표 부임 후 부실 자산을 신속히 상각하고 자본 확충을 단행했다.
그 결과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7% 증가한 1665억원, 매출액은 18% 늘어난 14조9702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투자자산에 대한 보수적 평가를 반영해 2120억원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수익 기반은 회복됐다는 평가다.
지주의 압박을 완충하면서 필요한 자본을 끌어오는 강 대표의 ‘방패’ 역할 덕분에 내부 조직은 영업과 딜 소싱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내부에서도 체질 개선 방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PF 정리와 자본 확충 과정에서 지주와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필요한 자원을 제때 끌어온 지주 출신 CEO의 전형적인 자원 동원 사례라는 해석도 있다.
배형근 대표, 대외 위상 높였으나 ‘통제 이미지’는 숙제
반면 현대차그룹의 핵심 재무통 출신인 배형근 대표는 취임 초기부터 ‘그룹의 통제력이 더 강해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 어린 시선을 내부에서 받아왔다. 그룹 재무 원칙을 증권사에 그대로 이식하려는 관리자형 CEO라는 인식이 강해 성장 드라이브에 대한 신뢰가 충분히 쌓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된 ‘임원 퇴임 시 보상(위로금) 규정 신설’은 이런 논란의 기폭제가 됐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59.7% 급증하며 수익성 개선을 이뤘지만 이는 금리 환경 변화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이 일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본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이런 가운데 경영진 보상 체계만 손질한다는 비판이 사내외에서 제기되며 직원들 사이에서는 “임금이나 복지 등에는 여력이 없다고 하면서 임원 퇴직금 챙기기엔 진심”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회사 측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운영돼 온 임원 퇴임 보상 기준을 정관에 명시해 보상 체계를 투명하게 하려는 취지”라면서 “다른 그룹사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제도 정비’라는 사측의 해명과 ‘경영진 중심 보상 강화’라는 내부 여론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배 대표는 최근 금융투자협회 회원이사 선임 등으로 대외 보폭을 넓히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그룹의 보수적 기조가 투자를 제약하는 ‘족쇄’로 작용한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자본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시점에 증권사 본연의 공격적인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동일한 모회사 출신 이력이라도 리스크 관리 중심의 통제 강화로 작동할 경우 조직의 투자 여력을 제약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업계는 두 회사의 차이를 ‘지주 지원의 성격’에서 찾는다. 하나증권은 증권을 비은행 포트폴리오의 핵심 축으로 보고 성장을 위한 투자를 이어가는 반면, 현대차증권은 그룹 재무 건전성 관리의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시각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모회사에서 내려온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배경을 성장 자원으로 전환할지, 내부 통제 수단으로 한정할지에 대한 경영 방식의 차이에 있다”고 지적했다. 모회사 출신 인사가 자본을 끌어오는 ‘방패’가 되느냐,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통제 장치’로 기능하느냐에 따라 향후 성과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