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수로 3년째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간 갈등이 올해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정점에 달했다. 중복 위임장 검수부터 주총장 입장, 주총 종료까지 장장 12시간 동안 대립한 양측은 각각 소기의 성과를 얻어냈지만, 봉합되지 않은 갈등 요소 등 분쟁 지속의 불씨를 남기기도 했다.
전날(24일) 열린 이번 주총의 핵심은 이사회 장악이었다. 기존 고려아연 이사회는 15인(직무정지 4인 제외) 중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11인, 영풍·MBK 측 4인으로 구성돼 있었지만, 올해 임기만료를 앞둔 6인 중 장형진 영풍 고문을 제외한 5인이 고려아연 측 인사여서 영풍 측 입장에선 이사회에 추가 진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영풍은 이사회 진입을 한명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 6인 선임을 제안했지만 불발됐다. 그래도 최연석 기타비상무이사, 이선숙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데 성공, 우군을 한명 더 확보함과 동시에 최 회장 측 진입을 최소화해 9대 5 구도를 만들어 영향력을 키우는 데 성공했다.
반면 고려아연 측 입장에선 이사회의 무게추를 여전히 최 회장 측에 둘 수 있게 되면서도, 최 회장 본인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통해 경영권 수성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크루서블JV) 측이 추천한 월터 필드 맥라렌(Walter Field McLallen) 기타비상무이사를 진입시킴으로써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핵심광물 정책에도 날개를 달게 됐다.
이사회 표 대결 여파에 불발된 감사위원 분리선출, 임시주총서 또 대립하나
최 회장 측 우호 세력(유미개발)이 제안한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를 위한 정관 변경의 건(기존 1인에서 2인)’이 부결된 점은 사측 입장에서 추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해당 안건은 ‘2차 상법 개정안’ 통과에 따라 오는 9월11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제안이었다. 다만 출석 의결권수 대비 53.59%, 발행주식 총수 대비 48.71%의 찬성을 얻었음에도, 특별결의 요건(출석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됐다.
ISS·글래스루이스 등 주요 의결권자문사와 국민연금이 찬성 의견을 낸 안건이 부결된 것은 40%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영풍 측 반대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독립성을 가진 감사위원이라지만, 이사회 표 대결을 진행하고 있는 영풍 측 입장에선 조금의 리스크라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주총 현장에서 영풍 측 대리인 등은 “상법 개정안 시행이 9월이라 시간적 여유가 있고, 분리선출 감사위원 후보로 오른 이민호 후보가 부적절하다”는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이 후보 선임안은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 안건이 부결됨에 따라 자동 폐기됐다.
문제는 앞으로다. 고려아연이 2차 상법 개정안 시행 이전에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를 위한 정관 변경 및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를 선임하기 위한 임시주총을 열겠지만,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이번 주총에서도 국민연금이 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등에 미행사 결정을 하고 이민호 후보에 대해서도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던 만큼 국민연금·영풍 측이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 자체엔 동의하면서도 어떤 후보를 제안하느냐에 따라 반대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집중투표에 의한 외국인 ‘과소 표결’ 집계 방식, 법적 공방 이어질 듯
이번 주총에서 가장 갈등의 골이 깊었던 ‘과소 표결(일부 후보에만 의결권을 행사하고, 나머지는 미행사하는 경우)’ 집계 방식은 추후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주총에서 예탁결제원 집계 기준을 그대로 반영해 실제 행사된 표만 인정하고 미행사 의결권은 재배분하지 않았으나, 올해 주총에선 과소 표결된 의결권까지 포함해 전체 의결권이 행사된 것으로 간주한 뒤 비례 배분(프로라타 방식, pro rata basis)했다.
사측은 이에 대해 “현재 플랫폼 시스템상 한계로 외국인 주주가 집중투표에 따라 전체 후보자 중 특정 후보자에 대해 집중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실제 집계 과정에선 해당 외국인 주주에게 부여되는 전체 의결권 수가 선임에 찬성한 후보자들에게 모두 배분되지 않고 전체 의결권 대비 과소하게 투표가 이뤄진 것처럼 반영되는 문제가 있었다”면서 “이는 사측과 영풍 측이 제안한 후보자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며, 추후 예탁결제원 집계 수치와 이를 보정한 수치 모두를 종합해 검사인에게 제출할 것이기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영풍 측은 “예탁결제원 시스템에 입력된 숫자를 회사가 임의로 해석하는 것은 위법의 소지가 있다”며 “외국인 주주가 특정 후보자에 찬성 의사 표시한 지분은 표결 의사를 표명한 것이고 나머지는 기권 의사를 표시한 것이기에, 과소 표결은 과소 표결대로 원본값을 바꾸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표결 방식이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표결로 선출된 이사 등의) 직무집행정지 등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4년 9월 경영권 분쟁 발생 이후 불거진 숱한 소송과, 올해 주총을 앞두고 의결권 불법 수집 의혹과 함께 제기된 소송에 이어, 추가적으로 법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