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미국 및 이스라엘의 공습에 맞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선 가운데, ‘비적대적 선박’에 한해 통과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駐)한국 이란대사는 한국의 경우 ‘비적대적 국가’에 해당한다고 규정했지만, 미국·이스라엘과의 직간접적 연관성이 없는 선박에 한해서만 통행이 가능하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는 26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대사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비적대 국가”라며 “한국이 ‘미국의 제안’에 들어가지 않은 점에 감사하고 이를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 참여를 요구했던 ‘호르무즈 호위 연합’ 구상에 한국이 참여하지 않은 점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현재 우리는 전쟁 중이며 호르무즈 해협 역시 전쟁 상황에서 제외될 수 없다”며 “선박 안전에는 문제가 없지만 이란 정부 및 군과의 사전 협의가 있어야만 통과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는 한국 선박 20여 척과 한국인 선원 100여명이 대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장관은 최근 조현 외교장관과 통화에서 한국 선박 명단과 각 선박에 대한 상세 정보를 요청한 바 있다.
쿠제치 대사는 “이란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과 한국 선박의 선원들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양국이 조속히 합의해 한국 선박들이 차례로 해협을 통과할 수 있도록 협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통행 조건은 명확히 했다. 그는 “미국·이스라엘, 그리고 이 두 나라가 이익을 얻는 어떠한 활동도 이란의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며 “비적대 국가 소속 선박이라도 미국·이스라엘과 연관된 화물을 운송하거나 거래 관계가 있을 경우 통행이 제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 기업을 제재하는 것은 이란의 방어권”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이란의 적대국이 아니지만, 미국·이스라엘 기업과 관련된 화물을 운송하는 경우 해당 선박은 ‘적대적 선박’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란은 이번 조치를 통해 미국 주도의 군사·경제 압박에 대응하는 동시에 한국 등 우호국을 향한 외교적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제치 대사는 “이란과 대한민국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적대감은 전혀 없다”면서도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대기업들이 미국의 불법적인 대이란 제재에 동참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한국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에 선의와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한국 측이 선박 정보와 리스트를 제공하면 이를 검토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란 측은 해협 통과를 조건으로 비용을 부과한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쿠제치 대사는 “통행료를 받는다는 이야기는 들은 바 없다”며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 관한 이란의 조치는 재정이나 돈과 전혀 무관하며, 미국·이스라엘 정권의 불법적 조치와 관련된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