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도 힘들지만 퇴근길은 지옥이나 마찬가지죠.”
매일 서울 지하철 9호선으로 통근한다는 유모(31·양천구)씨는 “어떻게든 견뎌 내고 있지만 직장을 오가는 길이 정말 고되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이른바 ‘지옥철’로 불리는 9호선의 출퇴근 시간대 혼잡도가 최대 182.5%를 기록하면서, 탑승 불편에 더해 사고 위험까지 높이고 있다. 서울시는 도시철도 제어 방식을 점진적으로 전환해 문제 해결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2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도시철도 혼잡 개선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9호선을 비롯한 일부 도시철도에 ‘무선통신 기반 열차 제어 시스템(CBTC)’을 순차 적용할 방침이다. 이 시스템은 관제실이 열차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시는 CBTC를 통해 열차 간 운행 간격을 기존보다 대폭 줄여 수송력은 높이되 혼잡도를 낮출 예정이다.
시스템 전환 대상은 우이신설선과 2·9호선이다. 시에 따르면 세 노선 모두 최고 혼잡도가 150%를 넘었다. 열차 혼잡도는 차량 정원을 100%로 설정해 계산한다. 여장권 서울시 교통실장은 “관리 목표는 혼잡도 150% 이하이지만 지하철 승객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만큼 기준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 노선별 최고 혼잡도는 △2호선 150.4% △9호선 182.5% △우이신설선 163.2% 등으로 나타났다.
서울 지하철 중 가장 높은 혼잡도를 기록한 9호선은 최근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23일 한 SNS 이용자가 ‘출근 시간 9호선 급행에는 아이를 데리고 타지 말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논란이 불거졌다. 그는 “9호선 급행은 모든 노선 중 혼잡도가 극상”이라며 “아이들이 울고불고 난리인데 매번 급행에 태우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이어 “아이가 우는 것은 당연하다. 어른도 힘든데 아이들은 압사당하기 직전”이라며 “일반 열차에 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글에는 1000개 이상의 ‘좋아요’와 댓글이 달렸다. 어린이의 9호선 급행 탑승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펼쳐졌지만, 해당 노선이 지옥철이라는 데는 한목소리가 나왔다. 일부 이용자는 “가슴 압박이 심해 중간에 내려서 토했다” “역에 도착할 때마다 사람들이 꾸역꾸역 밀고 들어온다”고 호소했다.
이러한 와중에도 서울 지하철 이용자는 해마다 오름세를 보인다. 지난해 일평균 승객은 492만5000명을 기록하며 2021년(386만5000명) 대비 27.4% 증가했다. 이에 시는 CBTC를 도입해 우이신설선을 시작으로 2·9호선 대상 시스템 전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여 실장은 “9호선의 경우 기존 철도 6량을 8량으로 늘리는 방법도 고려해 봤으나 약 3800억원 정도를 투자해야 한다”며 “경제적 타당성은 0.18 수준으로 사실상 타당성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CBTC는 기존 ‘궤도회로’ 방식의 신호 체계와 달리 열차의 현재 위치를 정밀하게 알 수 있도록 돕는다. 궤도회로 방식은 국내 대다수 철도노선에 사용돼 온 시스템으로 열차 위치를 구간 단위로 파악한다. 열차 간 안전거리가 최대 800m까지 고정돼 있어 배차 간격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여 실장은 “2·9호선은 이미 임계점까지 증편한 상황”이라며 “기존 안전거리 확보를 전제했을 때 더는 증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CBTC는 선로에 촘촘히 깔린 통신기가 열차의 움직임을 실시간 전송해 안전거리를 유동적으로 제어한다. 시는 이번 시스템 도입으로 열차 간 안전거리를 25m까지 좁히고 수송력을 약 20% 향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우이신설선은 연장선 개통 일정에 맞춰 2032년까지 시스템 전환을 추진하며 약 800억원이 투입된다. 2·9호선은 노후시설 개량 일정을 감안해 적용할 계획이다.
여 실장은 “CBTC 적용을 통해 안전거리가 줄면 그만큼 공간이 확보돼 추가로 투입할 열차 증편이 가능해진다”며 “9호선의 경우 6량 1편성 기준 구매 비용이 100억원 정도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도시철도 혼잡은 시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로, 시설 확장에만 의존하기보다 CBTC 등 혁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